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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Music)

Big Bang - Loser, Bae Bae - 감상평

by 김곧글 Kim Godgul 2015. 5. 17. 22:46

  

며칠 전에 빅뱅의 신곡 'Loser'와 'Bae Bae' 뮤직비디오를 감상했을 때 솔직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시대 수많은 케이팝 뮤직비디오와 차별되고 알차게 꾸며진 웰 메이드 뮤직비디오였기 때문이다. 단순히 뮤직비디오만으로 따졌을 때 2015년이 절반도 더 남았지만 공신력있는 국내 음악 시상식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올해의 뮤직비디오 상을 받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각종 데이터가 증명하듯이 Loser 가 더 인기 있지만 (아마도 노래 때문에 더 그러한 듯) 뮤직비디오 자체만을 따진다면 개인적으로는 Bae Bae 쪽이 더 재밌고 느낌이 좋았다.  

  

솔직히 두 노래가 거의 동시에 발표되었을 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렇게 오래동안 인기를 끌 것으로 전혀 예상치 못 했다. 그 이유는 현시대 국내 가요 트렌드라고 볼 수 있는 다소 두리뭉실하지만 어떤 영역을 벗어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신, 해외(중국쪽보다는 서구문화권)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거라고 예상되었었다. 

  

Loser 곡의 음악은 서정성이 녹아있는 록발라드 또는 소프트록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이 예전부터 흔히 느낄 수 있는 느낌과는 또 다른 차별성이 녹아있다는 점이 특징일 것이다. 그러나 Loser 곡의 가장 큰 특징은 (멜로디, 멤버들의 서로 다른 개성있는 보컬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작사일 것이다.  

  

곡 시작부터 강렬하게 표현되는 가사는 마이너 정서, B급 정서, 언더그라운드 정서를 직설화법으로 표현하는데, 아마도 랩 장르 분야에는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되는 작사 형식일테지만, 국내 메이저 음악 시장에서 이렇게 까놓고 거친 가사를 대중가요에서 들어보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소위 국내 가요의 명곡이라고 소문한 곡들을 돌아보면 거의 대부분 준수하거나 긍정적이거나 말랑말랑하거나 문학적인 가사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랩이 아니면서 이런 B급 정서, 마이너 정서, 셀프디스 노래를 젊었을 때 많이 들어봤고 뮤직비디오도 엄청나게 감상해봤기 때문에 수용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즉, 1990년대에 크게 유행했던 '얼터너티브 록' 장르의 가사들이 대부분 이런 느낌이었다. 지난 4월에 새로운 다큐멘터리 'Montage of Heck (2015)' 이 방영되어서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너바나(Nirvan)' 커트 코베인의 흔한 가사만을 살펴봐도 이런 정서의 가사를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아무튼, 그런데 Loser 노래가 개인적으로 예상하기에 기존에 빅뱅 팬들이 많이 있으니까 초반에 확실히 인기를 끌었다가 금방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기록적으로 장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봤더니 이런 것 같다.  

  

어쩌면 요즘 한국의 젊은이들의 사회 생활이 얼터너티브 록이 풍미했던 미국의 1990년대 사회 분위기와 닮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포세대(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니까 말이다. Loser 의 가사는 요즘 젊은이들이 학교라는 비교적 안전한 성 안에서 지낼 때까지는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졸업 후에 넓은 황무지 같은 세상을 힘겨운 살아가면서 육체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압박해오는 피로를 극복하면서 (30대~40대들도 고달프게 살아가는 인생인데 평범한 20대들이 오죽하겠는가) 느끼는 것을 직설적으로 대변해주는 것 같았고 거기서 위로받는 느낌을 받게 되니까 Loser 노래가 인기를 끌은 것으로 생각된다. 어쩌면 대중가요라는 형식으로 몇 분이라는 찰나의 순간동안 표현된 드라마 '미생'일 것이다.  

  

 

 

 

그건 그렇고, Bae Bae 의 뮤직비디오는 화사하고 애로틱한 것에 한국적인 상징을 대놓고 추가했다. 서구 문화권 모델급 여인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월면에서 강강수월래를 하는 것이 절정이다. 

  

이 뮤직비디오에는 아는 사람한테는 보이고 모르는 사람한테는 안 보이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어떤 유명한 명작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빅뱅의 몇 년 전 뮤직비디오 'Fantastic Baby'가 아키라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관련 글 : 빅뱅의 Fantastic Baby 뮤비 - INSPIRED BY 

  

 

그 영화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이다. 뮤비 처음에 지드래곤이 수많은 마네킹들이 야릇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바(Bar) 같은 곳에서 춤추는 장면이 그렇고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주인공 알렉스와 그의 무리들이 즐겨 다니는 '코로바 밀크바'의 인테리어도 이런 맥락이다), 그리고 비록 꽃으로 온통 치장하기는 했지만 탑이 동굴 같은 곳을 통과하면서(영화 속 바도 동굴 같은 형태이다) 주사기로 흰 액체를 발사하는데, 이것도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알렉스 패거리들이 코로바 밀크바에서 즐겨 마셨던 중독성 있는 신종 음료 코로바를 닮았다. 그리고 탑이 지팡이를 들고 춤추는데 알렉스도 지팡이를 가지고 다녔다.   

  

Bae Bae 뮤비의 다른 장면들까지 전부 그렇지는 않고 다만 위에서 말한 부분이 엄연히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다.  그리고 끝부분에 달에서 강강수월래를 하는 것, 쌀을 뿌리는 것, 찹쌀떡이 부딧치는 것 등은 한국인이면 누구가 알아볼 수 있는 한국적인 소재이다. Bae Bae 뮤비는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에로틱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잘 만든 것 같다.

 

또한 천사 석상이 있는데 이것은 너바나의 3집 (In Utero) 의 컨셉 이미지를 생각나게 했다. 다만 너바나에서는 마치 병원에서 빼내온 듯한 해부학적인 이미지로 치장된 천사 석상이었다. 너바나는 콘서트에서도 천사 석상을 무대 인테리어로 사용했는데, 빅뱅도 공중파 방송 무대에서 천사 석상을 가져다 놓고 노래했었다. 

 

또한 초반에 멜로디가 강렬한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데 영화 무간도 1편에서 시작하고 몇 분 정도 후에 두 남자 주인공의 역생역경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시퀀스가 나오는데 그 때 나오는 기타 사운드가 회상되기도 했다.

 

한편 공중파 방송 무대에서도 자본을 많이 투자해서 걸죽하고 미려한 비주얼을 차별되게 만들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 기록적인 인기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물론 노래가 좋았으니까 그랬겠지만 말이다.  

  

 

Bae Bae 에서 놀랄 만한 점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가사에서 끝부분에 "찹쌀떡, 궁합이, 우리 우리" 하는 부분이다. 이 단어들은 앞 소절의 어디에서도 등장하지 않았던 단어이다. 그런 것을 곡의 끝부분에 마치 후렴구처럼 사용한 것이 새로웠고 신선했다. 대개 일반적으로 노래의 후렴구나 끝부분은 앞소절에 나온 소절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약간 변형하는 구(phrase)인 경우가 많은데, 이 노래에서는 이전 소절에서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단어를 사용했고 명사만을 나열했다. 이런 점도 새로운 형식미의 신선한 작사였고 Bae Bae 노래를 결과적으로 돋보이게 만들었다.  

  

 

 

 

여담이지만, 처음에 Bae Bae 노래의 가사를 정확히 모르고 들었을 때 끝부분을 "찹쌀떡, 도마뱀, 꼬리 꼬리" 이렇게 들었었다. 그리고 이런 해석까지 생각했었다. "연인들이 찹쌀떡 같은 진한 사랑을 나누고 마치 도마뱀이 꼬리를 떼어놓고 사라지는 것처럼 침대를 떠나고..." 나중에 음악 방송에서 가사가 화면에 나온 것을 보고 정확한 가사를 알았다.   

  

  

2015년 5월 17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