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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무뢰한 (The Shameless,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5. 7. 5. 16:50


  

솔직히 이야기는 쉽게 흡수되는데 인물들에 대한 것은 쉽게 흡수되지 않는 작품이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본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멈출 정도로 매력이 없지도 않았다. 그 어떤 정형화되지 않은 신선하고 모호한 매력이 있었다. 다만, 그것이 필자의 취향 범주에 속하지는 않지만, 상업영화적인 요소를 수용한 예술영화가 어떠해야 하는지 그 방법론을 살펴보자면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인물들을 보면서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김혜경(전도연 분)은 박준길(박성웅 분)을 얼마나 믿고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김혜경은 정재곤(김남길 분)에 대한 폭발(칼침)이 자신을 속인 것에 대해서 분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지 미래를 꿈꿨던 연인 박준길에 대한 보복일까? 아니면 자신의 삶의 주변에 그림자처럼 달라붙어서 그의 공무집행(경찰업무)를 하는 것이 매우 참기 힘들 정도로 소름끼쳐서일까?    


박준길은 정말 순수하게 김혜경을 사랑했을까? 즉, 한때 텐프로라는 유명한 업소에서 잘 나갔다고 하는 김혜경이 은퇴할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돈을 벌어다 빌려주지 않았다면 박준길이 김혜경을 계속 애뜻하게 사랑했을까? 김혜경 같은 인물이면 이런 놈 저런 놈 산전수전 다 겪어봐서 웬만한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녀가 한참 주가를 올렸던 젊은시절에 익숙했던 세계에서 다소 흔한 남자를 사랑하는 것을 보면 현실적이게 보이기도 하고 영화적이게 설정된 것 같기도 하다. 다만, 박준길의 인격 중에 좋은 특징으로 작용했던 하나는 정재곤을 죽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살려줬다는 정도일 것이다. 어쩌면 김혜경이 이 사실을, 즉, 박준길이 정재곤을 살려줬는데 정재곤은 그것을 갚아주지 않고 죽인 냉혹함을, 박준길이 죽고 난 이후에 알게 되어서 정재곤에게 칼침을 놓았는지도 모른다. 

  

형사 정재곤도 김혜경을 완전히 자신의 형사업무만을 위해서 철저히 이용했던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렇다고 김혜경을 깊게 사랑한 것도 아닐 것이다. 또는 정재곤의 가치관에서는 김혜경을 자신의 방식대로 어느 정도 깊이감 있게 사랑해줬다고 생각하는데 김혜경의 가치관에서는 전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영화의 이야기는 쉬운데 인물들의 행동과 내심이 확실하지 않고 모호하고 그런 것을 상상해보게 만드는 특징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전형적이지 않고 색다르고 모호하게 남녀간의 애정을 다룬 작품인데, 이런 형식미가 나쁘지 않다면 괜찮게 즐길 수 있지만, 요즘 시대 보통 대중들이 이렇게 모호한 인물들을 그린 작품을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한편, 이런 대중들의 성향은 다양한 영화가 살기 힘들게 된 대기업 극장 유통망의 어두운 측면에 어느 정도 기인한다고 보여진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신선한 느낌으로 괜찮게 감상한 작품이었다. 

  

  

2015년 7월 5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