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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 편이다. 미드, 일드 구해보기 귀찮다. 자막보기 귀찮다. 문화에 이질감 느껴진다. 내 삶과 무슨 상관일까?

왜 그렇지? 쏟아질듯 지천의 밤하늘 별들에게 언젠가부터 무관심해진 것과 비슷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나이 먹어가면서 현실이 더 중요하다고 인지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또래에 비하면 난 희귀종에 속한다. 사고체계, 인생관이 그렇단 얘기다.

온 에어 (On Air)

방송가 경기장을 욹궈먹는 수많은 드라마와 별반다르지 않은 줄 알았다. 첫회를 보면 알겠지. 한번 봤다. 그런데 재밌다. 좀 다르다. 4명의 주인공들이 팽팽하게 각자의 캐릭터로 치고 박고 치고 박고 줄줄히 사탕이다. 달콤한 사탕은 아니지만 먹을만하다. 영화라면 글쎄겠지만 TV 드라마치곤 볼만하다. (영상미 재미는 거의 없는 편)

이상한 건 4명(+악역 매니저 한 명) 주인공들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인간 스타일이 아니다. 남자 여자 모두 그렇다. 저런 친구 있으면 좋겠다. 저런 여자 사귀면 좋겠다. 라는 캐릭터는 없다. 그냥 그렇다. 그런데 스토리는 재밌다. 캐릭터들이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귀엽다. 누가 이기건 모두 응원해주고 싶다.

실제 연예계가 어떤지 나는 모른다. 단편 영화 찍는답시고, 영화 시나리오 쓴다고 깔짝댔던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는 있었지만 스텝과 배우는 대개 따로 어울린다. 단편 영화처럼 소규모는 함께 술도 마시고 하겠지만 규모가 큰 영화, 드라마는 거의 따로 노는 것 같다.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질 수도 없지만 그런 것 같다.)

TV 시리즈 처음 만들게 되는 학구파 팔방미인 감독, 자존심 쌘 실력 있는 TV 드라마 작가, 파란만장 경력의 연예인 매니저, 신데렐라 톱스타 여배우, 뼈속까지 악역 연기 잘 하는 악역 매니저...

확실히 시나리오가 재밌다. 심심하거나 따분해할 틈을 안 준다. 사랑 얘기 따위는 아직 깊지 않다. 슬슬 흘려주긴 한다. 줄곧 재미가 솔솔한 이유는 줄줄히 이어지고 이어지는 갈등, 갈등, 갈등 때문이다.

좋은 작품, 자신의 성공, 직업 정신, 크고 작은 자존심... 때문에 때로는 활활 때로는 스몰스몰 갈등 캠프파이어 연기 피어오른다. 축제의 향연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재밌는 건 아니지만 '온 에어'의 경우 그런 재미가 솔솔하다. 송윤아와 김하늘이 싸울 때 꽤 재밌다. 누군가에 이기라고 응원보낸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 작가쪽이다.

송윤아의 연기가 초반엔 지나치게 오바하는 것 같았은데 좀 보다보니까 그런 면때문에 캐릭터가 확실히 산다. 드라마, 영화는 현실이 아니다. 현실스러운 가상이다. 알게모르게 강조되어야 한다. 피눈물나게 노력해서 성공한 드라마작가의 자존심과 그 계통 특유의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는 까탈스러움과 순진함의 융합된 모습니다. 어떻게 보면 귀엽다. 그러나 현실에서 송윤아같은 여자를 만난다면 피곤해서 개구리 뒷다리처럼 뻣어버리고 두 손 들고 말 것 같다. 그래도 글쓰는 종족을 나같은 사람이 이해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데뷔 8년만에 국민 신데렐라(극중 배역이 그렇단 의미) 된 김하늘의 까칠하고 거만한 톱스타 연기도 꽤 현실적이다. 거북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간간히 고등학생 교복 입고 과거 연기 초년생 모습도 나와서 비교해주니까 더 현실적이다. 모든 톱스타가 그렇지야 않겠지만 대개 공통적인 어떤 성향을 보이는 것은 작가 종족 특유의 성격, 스포츠맨 특유의 성격과 비슷한 맥락일 거다. 만선하고 돌아온 어부의 몸에선 바다냄새, 생선냄새가 나기 마련이다. 그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연예인들이 온 에어에서처럼 심심하면 공격하고 받아치고 뒤통수치는 아수라장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천사들의 축제가 열리는 파르테논 신전도 아닐 거다. 확실히 별은 별이다. 밤하늘의 실제 별들처럼 많지는 않지만 꽤 여러 개 반짝인다. 김하늘이 연기하는 신데렐라 톱스타는 어떤 의미에선 은유적이다. 온 에어 자체가 꽤 은유적이다. 실제처럼 보이지 않고 연예계 종사자들의 꿈속, 무의식을 그려주는 것 같다.

실제로 그런지 마는지는 모른다. 요즘같이 온순하고 유순해져야 살아남는 시대에 온 에어 주인공들처럼 행동하며 업계 종사자들 만났다가는 생명선 단축하는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긴 한국이다. 헐리우드에선 반항적이고 불량하면서 매력적인 연기자가 좀 팔리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실제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일단 업계 종사자들을 대할때는 친절하게 미소짓고 다정해지고 겸손한 표현을 하는 게 관례인 것 같다.

그에 비하면 온 에어에서는 툭하면 티격태격 싸운다. 말로 싸운다. 눈빛으로 싸운다. 입술의 떨림으로 싸운다. 콧바람으로 싸운다. 볼따귀의 자율신경계의 진동으로 싸운다. (키스할 때 볼이 빨개지는 것은 제외) 그래서 주인공의 무의식의 욕망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연예인, 스텝, 감독, 매니저, 제작자들의 무의식을 표현하는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있다. 갈수록 사랑 싸움과 비빔밥 된다. TV 드라마의 본색을 들어낸다. 영웅들의 본색이다. 스타 연기자들의 본연의 임무다. 사랑이다. 아니러니컬하게도 TV드라마의 한계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흥행이 되야 다음 작품 또 만들 수 있고, 각자의 생활비 지갑 두둑해질 수 있다.

온 에어도 어쩔 수 없는 드라마의 길을 걷는다. 이해한다. 그래도 수요일 목요일 밤에 다른 채널에서 특별히 볼 거 없다. 온 에어를 보게 된다. 개성 강한 주인공들이 티격태격 다투는 무의식들이 귀엽다. 사랑스럽다. 젊음이다. 파릇함이다. 판타지다.

그다지 주인공 캐릭터들에게 매료되지 않았는데도 재밌게 보는 TV드라마인 것 같다. 캐릭터들의 인간 본연의 열정, 성취욕, 명예욕, 순수한 사랑... 등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현실은 온 에어처럼 아름답지 않다. 세상 그 어떤 직업이 다 그렇듯이 말이다. 그렇더라도 열정을 쏟아내며 사는 편이 낫다. 배추 포기를 김치 담글 때만 쓰고 말이다.

2008년 4월 9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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