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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면부터 스포츠로 시작한다. 크레딧 올라가기 직전까지 스포츠 한다. 그 사이사이 인물들의 갈등, 우정, 부부애, 옛사랑이 부담스럽지 않게 적절히 녹아있다. 한국 영화가 허접했던 몇 십년 전에는 메이저리그 야구 소재 헐리우드 스포츠 영화 보고 감동적이어야 '영화 보는 눈이 있구나' 쇄뇌하며 뚜러지게 봤었다. 화면발 좋고 연기도 좋고 스토리도 짜임새 있었지만 감동까지는 그다지 없었던 것 같다. 준스포츠영화긴 하지만 그나마 '제리 맥과이어'가 괜찮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한국적인 정서로 재미와 감동을 충분히 전달한다. 특정 슈퍼영웅을 그리지 않아서 좋았고 꽤 다양한 인물들을 필요한 만큼의 농담으로 그렸다. 종종 불황이다 싶을 때 출연하는 새마을 운동 이미지와도 닮은 모 대기업 총수의 성공담 뉘앙스인 헝그리 정신, 무대뽀 정신 느낌의 다큐멘터리풍 영화라면 내 취향은 아닌데... 추측했었지만 다른 방향이었다. 그렇다고 헐리우드의 쿨한 천부적인 영웅도 아니다. 왠지 힘겹게 살아온 현재 50대, 60대 이상의 평범한 어머니들의 고단했지만 보람된 삶을 은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주요 선수들은 30대지만...--;) 영화 바탕 정서가 괜찮았단 의미다.

특별한 연애 스토리도 없고 여자 네 명과 남자 한 명이 이끄는 스포츠 영화라 재미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재밌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코믹 영화로만 봤던 김정은이 눈알을 부리부리하게 힘주고 시종일관 연기해나갈 때는 왠지 부담스러워서 화면 보기 껄끄러웠는데 몇번 보니까 '연기 변신'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괜찮은 편이다. 문소리는 영화 제작이 착상됐을 때부터 1순위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외모, 이미지, 연기가 딱이다. 그외 김지영, 조은지, ... 남자 조연들의 연기도 모두 좋았다.

무엇보다 연출이 좋았던 것 같다. 이것 저것 특별한 영화 기교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드라마적이게 잘 만들었다. 세상이 워낙에 현란해지다보니까 요즘은 이런 정도로 순수한 영상미, 연출미로 잘 만들어진 영화가 좋아졌다. (그렇다고 이런 류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각종 영화제에서 박수 받을만한 고매한 예술영화까지도 아니다. 딱 그 수위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감독이 자신의 작품을 현 시대의 보통 사람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연출의 수위 조절하기란 달인의 경지를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그 수위를 잘 조절한 연출력이 돋보였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너무 허하지도 않은 수위의 한국 냄새 나면서 현 시대에 극장에 걸려서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드라마 장르 영화. 정말 쉽지 않다. 질질 끌지 않는 장면 전환도 좋았다. 그러면서도 여러 명의 캐릭터들을 재미 느낄 정도까지 윤곽선 그려준다. 각 인물들의 고민, 갈등이 마지막 장면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연상선 위에 놓고 끝낸다. 사실 그런 갈등은 인물을 돋보이는 에피소드지 영화가 전달하려는 주제의식, 메시지와는 큰 관련이 없어보인다. 어쨌튼 그런 느낌도 좋았다.

풋풋한 삶의 철학을 관객 각자 느끼도록 넌지시 제시한다. 민족주의, 애국주의와는 거의 상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더 좋았다. 한국 선수가 고군분투해서 올림픽 무대에서 은메달을 따서 감동적인 게 아니다. 힘겨운 현실을 이겨내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일에 열정을 쏟아붙는 인간들을 풋풋한 농담으로 풀냄새(땀 냄새와 풀냄새는 코털 길이 차이) 나게 그린 영화라 좋았다.

2008년 04월 29일 김곧글 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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