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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월드워Z (World War Z, 2013), 아티스트 봉만대 (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9. 21. 20:02

  

월드워Z (World War Z, 2013)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몰입해서 감상했다. 유명한 원작소설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고 영화는 장점과 단점이 두루 공존하지만 장점의 우세가 단점을 감싸안을 정도여서 결과적으로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단점부터 말하자면, 이야기가 너무 전형적이고 평이하다. 게다가 에피소드들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치밀하지 못했다. 좀비를 소재로 한 강렬한 액션영화도 아니고, 현대사회를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좀비의 특별한 무엇이 등장하는 작품성 있는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뼈대는 '가족을 생사로부터 지켜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가부장이 전 인류를 구하게 되는 활약'인데, 그런 관점에서는 나름 괜찮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그 외의 요소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은근히 아쉬움이 느껴졌다.  

  

장점으로는, 진중한 성격의 주인공을 연기한 브래드 피트의 연기변신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점이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 직선형 이야기지만 브래드 피트의 연기를 따라 모험을 동행하는 재미가 흥미로웠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블록버스터답게 스케일이 큰 장면은 이 영화의 주무기일 것이다. 최신 전자제품들끼리 경쟁에서 어떤 제품의 경쟁력이 나홀로 고해상도라면 그것만으로 소비자에게 높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인 것처럼 이 영화의 재미는 그저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 재난을 들여다보는 것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좀비영화가 있어왔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비록 CG라고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개체수로 스크린을 빼곡히 채웠던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스라엘에서의 좀비군중장면이 압권이었다. 나름 긴장감과 박진감도 살아있었고 빠져들어서 감상했다.    

  

결말쯤에 연구실 내에서 좀비들과 싸우면서 바이러스를 옮겨오는 장면은 다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치밀하지 못한 이야기와 설정이 다소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는 아니지만 다소 맥빠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장면은 앞의 다른 장면들과 비교하면 다소 엉성하게 조급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결론적으로, 높은 작품성은 전혀 안 느껴지지만 충분히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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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봉만대 (2013)  

  

무심결에 봤는데 꽤 재밌게 봤다. B급 정서에 3류 인간들 느낌이지만 그것을 맛깔나게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것도 한국적인 정서로 말이다.  

  

한국 에로 영화 분야에서 나름 유명한 봉만대 감독, 그의 영화와 케이블 드라마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총 3편인가 본 것 같다), 여느 국내 성인 에로 영화와 비교했을 때 소문만큼 뭔가 다르기는 달랐다. 스케일이 크고 작고 또는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느냐의 관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영상미학적인 뭔가 다른 스타일을 느낄 수 있었다. 전적으로 성인 에로 영화끼리의 관점이 아니라 그냥 보통 영화에서의 관점에서 봐도 그렇다. 그렇다고 유럽 영화제에 나갈 수 있는 성격까지는 아니지만 중간에 관람을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오글오글거리고 답답하고 지루한 상투적이고 뻔한 국내 에로 영화와는 차별화된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내 생각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봉만대 감독의 이런 점, 독불장군식 한국적 에로 장르 유아독존을 내세우는 작품 스타일을 싫어하는 관객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관점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좀더 일반 영화적인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봉만대 영화를 좋게 평가한 것이다.   

  

이 영화에는 성인물 요소도 있지만 코메디적인 요소가 강하게 들어가 있다.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깔깔대며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특히 대사발에서 그렇다. 그렇지만 우아하고 고상한 품격의 정서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비추한다. 오히려 중간에 멈출 수도 있다. 다소 싼 티 나고 저급한 인간관계를 노골적으로 들춰내주면서 재미를 준다.


보통 유명한 영화를 오랜만에 먹는 외식 또는 회식이라고 비유한다면, 이 영화는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식용류로 뒤범벅 된 호떡, 또는 먼지가 많이 들어갔고 불어트기까지 한 떡살과 어묵이지만 그런대로 멈추기 힘든 중독성이 있는 떡볶이 같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공교롭게 떡으로 비유했는데 결코 의도적이지는 않았다. 떠오른 것을 적었을 뿐이다) 

  

이 영화는 성인 에로 코메디 장르라고 볼 수 있다. 슬랩스틱은 아주 적고, 오밀조밀하게 촘촘히 이어지는 인물들 간의 현실적인 갈등과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대사들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2013년 9월 2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