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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The Hunger Games: Catching Fire, 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2. 2. 18:16



전작에서는 신선한 느낌의 세계관, '캣니스(제니퍼 로렌스 분)'라는 불굴의 소녀가장의 독보적인 매력, 현대의 치열한 경쟁사회를 은유하는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이 영화의 매혹과 감동과 재미를 주었었는데, 이번 후속작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요소가 익숙해졌기 때문에 감흥은 감소되었고 다른 것으로 관객을 매료시켜야 하는데, 판엠이 지배하는 12개 구역의 암울한 현실과 우승해서 생존한 두 주인공들에게 처해진 가혹한 처분을 시종일관 어둡고 상세하게 보여주고 후반부에는 한층 더 잔혹성과 교활성이 업그레이드된 헝거게임을 선사해주는데, 본래 이런 어두운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감상하는 관객에게는 그럭저럭 괜찮게 감상할 수 있었겠지만, 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의 일반 관객들에게 매우 외면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

  

헝거게임이라는 소설에는 미국의 역사 또는 서구문명의 역사와 관련된 것들이 다양하게 마치 영양소나 비타민처럼 녹아 있다. 이번 2편에서 더욱 더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헝거게임 자체는 로마제국의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검투사들의 결투이고, 판엠이 지배하는 지역의 이름이 대개 일반적인 경우처럼 고유명사가 아니라 '1구역', '2구역' ... '12구역' 이라고 지은 것은 마치 프랑스 파리를 닮았고 이것은 프랑스 혁명의 역사적 사건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만들고, 여주인공 캣니스는 영국으로부터 프랑스를 지켜내는 잔다르크이며 동시에 로마제국 시대에는 노예들의 반란을 주도한 스파르타쿠스이다. 그리고 피지배당하는 여러 구역은 미국의 건국 초창기에 영국의 식민지였던 동부의 여러 주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전작과 비교해서 주요한 인물이 한 명 추가된 것이 눈길을 끈다. 캣니스보다 더 가혹한 처지에 놓인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다 죽었다고 함) 그러나 성격은 다소 과격하고 거친 '조한나 메이슨(지나 말론 분)'이다. 이 배우의 얼굴을 보자마자 왠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기억을 더듬어보고 검색해봤더니 먼 옛날에 인상적으로 감상했던 '도니 다코(Donnie Darko, 2001)'에서 남주인공 '제이크 질렌할'의 여자친구로 나왔었고, '숀팬'이 감독하고 '에디 베더'의 사운드트랙으로 유명한 '인투 더 와일드(Into The Wild, 2007)'에서 남주인공의 여동생으로 나왔었다. 그 외에 '오만과 편견' 등 수많은 메이저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했었는데 대부분 다소곳하거나 착실하거나 순수한 성격의 인물이었는데 반하여 이번 영화에서는 지금까지의 익숙한 모습과 생판 다른 과격하고 거칠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을 연기하여 관객을 매료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헝거게임의 다음 편에서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활약이 기대된다. 

  

다소 아쉬운 점은 전작에서의 어떤 독특하고 아름다운 비주얼이 약화되었다는 점이다. 인물들의 의상과 유니폼은 좀더 어두운 색감을 사용했고 디자인도 세련미가 떨어져보였다. 특히 실제 헝거게임에서 타이트한 내복 같은 유니폼은 영화의 게임 같은 오락성을 높이는데는 일조했는지 몰라도 사실적인 분위기로 몰입하게 하는 데는 방해가 되었다. 또한 판엠의 도시풍경, 건물, 실내 인테리어에서 전작의 신선한 아름다움은 감소 되었다. 가장 최악은 하얀 내복을 입은 군인들이다. 군복이 어때야 한다는 정답은 없지만 최소한 강인한 분위기가 풍겨져야 할 것이다. 같은 하얀 색이라도 스타워즈의 제국군 병사는 갑옷이니까 그나마 괜찮은데 이 영화에서 판엠 군복은 타이트한 스판이 포함된 내복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군인을 연기하는 엑스트라들의 다소 엉기적 엉기적 거리는 절도 없는 동작들도 이런 느낌을 부추겼다. 개인적인 생각에 이런 장르 영화에서 군인, 공권력의 제복은 설싸 미래에 매우 훌륭한 신소재가 발명되어서 내복 같이 얇은 옷으로도 충분히 제 기능을 하고도 남는다고 하더라도 영화에서는 시각적인 분위기를 위해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갑옷의 형태가 좋을 거라고 생각된다. 미국에서는 슈퍼 히어로들한테도 그렇고 왜 다들 내복을 입혀놓으려고 그러지?

  

세계관이나 비주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누가 뭐래도 이 영화의 핵심이며 중심은 제니퍼 로렌스가 연기한 여주인공 캣니스일 것이다. 캣니스의 평소 강인함과 어떤 상황에서 여성스러움을 대비적으로 인상적이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비슷한 연령대의 헐리우드 여배우 중에서 외모와 몸매는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연기력만은 최고일 것이다. 여담이지만, 아마도 외모적으로 서로 닮은 구석이 있는 '커스틴 던스트'의 흥행파워가 주춤하게 된 이유는 이런 외형의 여자에게 (미국에서 이웃집 괜찮은 누나 또는 성숙하고 친근감 있는 여동생 이미지) 매료되는 수많은 미국 관객들이 연기를 좀더 현실적으로 잘하는 제니퍼 로렌스에게로 선회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마치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이 1편(나중에 에피소드 4)에 비해서 매우 어두웠던 것처럼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다. 그리고 다음 편에서는 판엠에게 끝장을 내주겠다는 결의에 찬 의지가 담긴 캣니스의 눈빛을 보여주며 끝난다. 소설을 안 읽어봐서 그런지 은근히 기대된다. 당연히 의례 헐리우드 관행대로 실제 소설의 3권은 두 편의 영화로 늘려졌다.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 같은 웅장한 스케일의 느낌은 없지만, 원작의 작가가 여성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기자기한 이야기의 매력 그리고 과거 역사와 현대 물질문명과 과도한 경쟁을 은유하는 세계관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서바이벌하는 주요 인물들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2014년 2월 2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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