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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표적(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7. 4. 12:54


  

이 영화의 장점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야기 구성과 연달아 이어지는 긴장감 또는 박진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해서 몰입감과 감정이입을 높였다. 간만에 빠져들어서 봤던 한국 액션 영화였다.   

  


이 영화가 최근 한국의 액션 장르 영화와 차별점은 흔한 소재를 제거하고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는 점이다. 원작이 프랑스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북한 관련, 정부 고위층 관련, 중국 연변 지역 관련, 조폭 관련 얘기가 포함되지 않은 점이 그 예이다. 이런 것들은 한국 액션 영화에서 아주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들인데 그것을 사용하지 않고도 매우 흥미롭게 잘 만들었다는 점에서 창의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경찰 간부가 거의 조폭 보스 수준으로 파워풀한 액션을 선보이는 악인이었다는 점도 한국영화에서 신선하게 등장한 것 같다. 그동안은 대개 뒤에서 교활하게 조종하는 인물이었고 자신이 액션의 중심에 있지는 않았고 끝에서 체포되더라도 그들 권력의 비호 아래 여전히 실권을 유지하는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았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주인공과 악인이 거의 용쟁호투라 할 만하다. 

  


이야기의 구성이 촘촘하게 영리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점이 좋았는데 그것을 배우들이 잘 살려냈다. 감독의 연출력도 좋았지만 말이다. 마치 중요한 조연으로 활약할 것 같은 정영주(김성령 분)이 극 초반에 인상적으로 죽는 장면은 관객에게 더욱 몰입감을 증폭시켰다. 그 난데없는 폭풍을 이용해서 인상적으로 등장한 악인이 경찰 간부 송반장(유준상 분)이다. 대개 유준상 배우의 이미지가 서글서글하고 어른들을 잘 공경하고 남에게 싫은 소리 안 하고 호탕하게 웃으면서 활력있게 살아가는 이웃집 아저씨 느낌이 많았는데, 그런 이미지를 이 영화에서 매우 잘 반전있게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악인 연기도 이렇게 인상적으로 잘하는 배우인 줄 이제까지 몰랐다. 겉모습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데 실상은 웬만한 조폭 보스 보다 더 악질인 악인, 국민을 수호해야하는 경찰이 어느 순간 악인으로 변신했을 때와 매우 일맥상통하는 설정이다. 마치 한낱 플라스틱 인형에 불과한 '처키'가 그렇게 잔혹하게 칼질을 할 때 느껴지는 공포감과 비슷할 것이다.     



한편, 김성령 배우의 투철하고 열정적이고 영리한 정영주 형사 연기가 인상적이었고, 조여정 배우는 얼마 전에 '인간중독'에서 장교 부인역할과 전혀 다른 색깔의 연약한 임산부 인물을 인상적으로 소화했다. 그 외에도 두 명의 여자 형사, 조은지 배우와 염지영 배우가 화장실에서 격투를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주제적으로 깊이감이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깊이감이 필요한 영화도 아니지만) 험난하고 각박한 세상에 형제애라든가 부부애라든가의 소중함을 느껴주게 하는 보편적인 메시지도 있었다. 그리고 확장해서 생각하면 사회 통제권이나 지배권을 쥔 국가조직을 합리적으로 점검하지 않을 때 큰 불행이 불특정 국민 누군가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겨있다. 쉽게 말해서 국민 중에서 나쁜놈은 경찰이 잡는데, 경찰 중에서 나쁜놈은 누가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껄끄런 문제를 (소위 내사반이 있지만 그것은 100% 신용할만한 제도인가?) 계속 재고해보고 실행해야한다는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7월 4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