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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타임 투 러브 (Playing It Cool 2014)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11. 6. 12:05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 영화가 괜찮은 로맨틱 코메디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그다지 흥행에 재미를 보지 못한 이유는, 최근에 국내에서 빅 히트를 친 '비긴 어게인(Begin Again)'에 견주어서 생각해봤을 때, 남주인공은 여주인공(여자 관객이 감정이입하는 대상)에게 끈질지게 열정적인 엔드리스 사랑 이외에 현대문명에서 지인들의 부러움을 살만한 물리적인 오브젝트를 주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 '원스(Once)'에서처럼 피아노 조차 주지 않는다.


그러면 어떤 여자가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겠다. "무슨 헛소리! 영화 '노팅힐'에서는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어떤 물질적인 것도 주지 않지만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했다구!"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노팅힐'에서는 남주인공 자체가 한국여자관객이 로맨틱 장르에서 이상적으로 상상하는 남자상에 매우 가깝기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웬만한 물질적인 오브젝트를 압도하고도 남는다고 볼 수 있다.


영화 '타임 투 러브'의 남주인공 '크리스 에반스'는 자타가 공인할만큼 남배우로서 뛰어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연기한 시나리오 작가 캐릭터는 한국여자관객을 매료시킬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골수팬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확실히 노팅힐의 서점주인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극소수 성공한 웹툰 작가라면 모를까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미국 헐리우드의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비교해서 천지차이만큼 평가절하 취급받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극히 몇몇 작가는 아닐지라도 일반인들의 사회통념상 그렇다는 얘기다. 

  

'비긴 어게인'에서 남주인공 '댄(마크 버팔로 분)'의 외모는 (설마 꽃미남, 꽃보이스 애덤 리바인이 남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무식한 관객은 없겠지?) 로맨틱 장르에 어울리지 않는 배나오고 꼴초에 알콜중독 아저씨지만 뉴욕(한국인이 선망하는 도시)에 사는 남자이고, 자존심 강하고 사회성이 부족한 가련한 노루 같은 여자를 자신의 사회적 인맥을 총동원하고(과거에 화려했던 능력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물불을 안 가리고 발푼을 팔아서 물심양면으로 서포트해서 밤하늘에 반짝일 수 있는 별로 만들어주었으니 그 어떤 물질적인 오브젝트가 필요하겠는가? 달리 생각하면 '댄'은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에게 '키다리 아저씨'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타임 투 러브'에서 여주인공(미셸 모나한 분)은 자선에 열성적이라는 것 이외에 (물론 아름다운 여성이지만) 특별히 다른 매력으로 한국여자관객이 따라하고 싶은 워너비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레타'처럼 대도시에서 남친에게 차이고 외로움에 지쳐있는 처지에 아직 세상이 알아주지 못한 소박한 재능이 있는 (소위 잠재된 스타성 재능이 있는) 여성도 아니었다. 여러 모로 넉넉하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아온 여성 캐릭터였다. 게다가 사회통념상 준수하다고 여겨지는 약혼남까지 있었다.

  

아무튼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로맨틱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좀더 남성 관객이 타겟인 것으로 생각된다. 남녀 주인공 중에 어느 쪽 인물이 좀더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으로 그려지느냐로 살펴봤을 때 이 영화에서는 여자주인공이 좀더 그랬다. 즉, 남자 관객을 좀더 위로하는 로맨틱 영화인데 남주인공이 한국여자관객이 매료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기에 그렇게 흥행되지는 않은 것 같다. 비록 이야기, 구성, 영상미가 나름 짜임새 있고 괜찮게 잘 만들어졌는데도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글쓰는 직업군에 속해 있는 관객이 본다면 매우 만족스런 감상이 될 것이다. 그런 관객은 남주인공에게 감정이입 되어서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외 직업에 속해있는 관객이 본다면 어느 요소에서 빠져들어야 할지 잘 모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고 재밌게 봤는데, '설국열차'로 한국에도 많은 팬들이 있는 '크리스 에반스'라는 잘 나가는 헐리우드 스타 배우가 출연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그다지 흥행에 재미를 못 본 것도 이해가 간다.

   

  

2014년 11월 6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