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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351

더 로드(The Road 2009) - 절망 속의 신과 인간 소설은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영화는 꽤 감동적이었다.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흐린 날 혼자 보기에 제격인 영화인 것 같다.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영화관에서보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감상하면 더 좋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홍보 문구대로 성경에 비견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용과 인물이 은유하는 것은 확실히 성경 또는 종교와 관련되어 보인다. 아버지는 구약에서의 여호와이고 아들은 예수이고 세계관은 기독교가 이교도에게 핍박을 받고 있을 때에 대입된다. 한편, 굳이 기독교에 국한할만큼 노골적이지는 않다. 어떤 세계 종교 또는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미니멀리즘으로 은유했다고 생각해도 그렇게 보인다. 아버지는 어떤 지역만을 위하는 신이고, 아들은 박애정신으로 전 인류를 위.. 2010. 3. 15. 18:18
인 디 에어(Up In The Air, 2009) - 삶의 업보 주인공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분)은 해고 전문가다. 미국 여러 지역을 항공기로 출장다니며 고객사를 위해 해고하는 일을 한다. 지금까지 항공비행거리가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보다 길다. 노련함과 능숙함을 갖춘 그에게 약간이 변화가 찾아온다. 결혼에 대한 관심을 접고 살았는데 자신처럼 항공여행을 많이 하는 알렉스라는 여자를 만난다. 또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인정받아 입사한 똑똑하고 젊은 나탈리라는 여자와 동행출장을 다닌다. 자주 못 만나는 여동생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알렉스라는 여자와도 좀 더 가까워지고, 나탈리라는 신출나기에게도 자신의 경험과 노련함이 이런 직업에 더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해낸다. 빙햄은 가족도 만들지 못 하고 비행기에서 인생을 보내는 자신에 대해 다소 환멸을 느끼고, 알렉스와 가족을 만들.. 2010. 3. 11. 19:30
흥행한 한국 영화와 원피스 전부 그렇지는 않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는 소비층의 어떤 흐름 또는 성향이 한 작품의 흥망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평단이 공인하는 작품성과는 별도로 작품의 흥망은 현재 시점의 소비층의 선호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그런 기류가 있기에 새로운 작품과 영웅이 생겨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대중음악이 길거리 떡볶이, 배달 음식, 패스트푸드 개념을 닮아가듯이, 상업영화는 과거에 비해 유행가처럼 가볍고 보편적인 정서를 많이 수용한다. 또는 그런 대중문화 콘텐츠가 흥행에 좋은 결과를 냈다. 문뜩 이런 의문이 들었다. 국내 영화 해운대, 국가대표, 전우치, 7급 공무원... 등의 최근 흥행했던 국내 영화의 캐릭터들의 성격은 어디서 착상을 얻었을까? 영화 전문가들의 평가가 그.. 2010. 2. 9. 15:09
2010년 올해의 단어가 될 '3D' '아바타'를 개봉 전에 봤던 평단의 반응은 '괜찮은데.' 정도였지 '완전 놀라워'는 아닌 경우도 많았다. 평단은 대부분 기존 명작 영화의 서사와 영화적인 영상미를 평가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영화적인 영상미와 서사의 관점에서 놀라운 감동을 받을 수는 없었기에 이렇게까지 흥행하리라고는 많은 영화 전문가들이 예상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영화 '아바타'의 기록적인 흥행은 타이타닉, 괴물, 실미도, 트랜스포머,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등등의 흥행과는 다른 양상도 있다. 기존의 폭발적 흥행에서는 배급력의 파워, 최고 CG 기술, 탄탄한 시나리오, 훌륭한 연출력, 심금을 울리는 연기력, 영화 마케팅의 발전, 영화 투자의 대규모 선진화... 등등이 주목 받았었다. 그러나 영화 '아바타'에서는 .. 2010. 1. 26. 16:08
카메론 감독 작품의 공통 분모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에는 공통적으로 전 세계 평범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좋아할만한 전제, 배경, 주제가 깔려 있다. 당연히 영화 자체가 재밌었기 때문에 흥행했겠지만, 사회적인 인간이 그것도 지배자 계층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 소망하는 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더 널리 흥행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이렇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과학문명에 맹신하면 인간의 인지를 넘는 또는 초자연적인 무엇과 맞딱들여 인간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인위적인 무엇보다 자연적인 무엇에 더 많은 비중을 둘 때 인간적인 행복이 찾아온다. 달리 말하면 '인간은 신(넓은 의미의 신, 초자연, 초월, 운명, 무, 섭리)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또는 '인간을 좀더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 2010. 1. 19. 15:55
500 days of summer, 청담보살, 러브 매니지먼트 500 Days of Summer 지적인 로맨틱 고전 '해리가 셀리를 만날 때'의 2009년 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많이 비슷하지는 않다. 그런 분위기가 많이 난다. 그 영화를 좋아했다면 이 영화도 좋아할 것 같다. 감독의 재치와 아이디어가 인상 깊었던 영상미가 돋보였다. 다소 실험적이기까지 한 참신한 영상미의 로맨틱 영화였다. 그러나 사랑과 관련한 인물들의 사고방식과 정서 그리고 배경으로 많이 들어간 노래들이 현대 한국인이 달콤해하거나 입맛에 착 달라붙는 맛은 아니다. 현대 로맨틱 영화를 좋아하는 한국 관객의 최향과 다소 떨어져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중고생이 키득키득할 정도의 코믹스런 로맨틱도 아니다. 미국에서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자가 아니라면 보통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뿐.. 2010. 1. 3. 18:46
로맨틱 홀리데이, 크리스마스 추억... 등등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 2006) 크리스마스가 핵심 소재인 로맨틱 영화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감동적인 면에서 '러브 액츄얼리'에는 훨씬 밀리는 느낌이다. 톱스타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컨셉과 구성도 좋았다. 단지 아쉬웠던 점은 두 여주인공의 내면의 로맨스가 핵심 줄기이고 남자 조연의 그것은 매우 약하거나 생략되어서 남자 관객이 감정몰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여주인공의 직업도 아쉬웠다. 여주인공 2명의 직업에 있어서 보통 관객이 감정을 몰입할 수 있는 영역이 협소했다. 직업 자체라기 보다는 직업에 관한 묘사와 직업으로 인한 사건이 너무 비현실적이게 보였다. 좋게보면 동화적이었다. 즉, 평범한 보통 관객이 꿈꿀 수 있는 크리스마스 로맨스와 너무 딴나라 이야기처럼 보였다는 뜻이다.. 2009. 12. 28. 17:35
파주 - 하나만 파고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고전적이면서 시적인 영상미, 꼼꼼한 연출은 흠잡을 때 없다. 컷과 컷 사이, 장면과 장면 사이에도 장인스러운 손길을 느낄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 재능있는 여류 감독의 선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이 아쉽다. 예술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국내외 영화제를 통한 명예가 목표였다면 상관없지만, 현대 보통 대중이 영화를 관람하는 재미와 많이 동떨어져있는 것 같다. 학생 운동을 했던 남자 주인공의 삶과 의지할 혈육 없는 처제의 삶이 교차하며 엮어가는 삶이 영화의 큰 줄기인데, 현재 남자가 종사하고 있는 철거민을 돕는 일에 너무 무게가 실어진 것 같다. 처제가 "형부"라고 처음으로 부르는 장면에 도달하기까지 철거민들과 강제 철거반들이 치열하게 대적하는 현장을 처제가 유유히 걸어서 형부가 있는 건.. 2009. 12. 19. 10:33
허트 로커(Hurt Locker 2008) - 이라크에서 어떤 실제 전투 그리고 우국 현대의 어느 나라던지 '우국'은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게 환영받는다. 한국인은 지역적 역사적 특징때문에 그런 기질이 매우 강하다. 다른 이유일테지만 미국의 헐리우드 영화 중에도 우국의 시선으로 이라크전을 그린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한국인이 한국을 우국하는 것처럼, 미국 외의 국가에서 볼 때는 씁쓸하겠지만, 미국인이 미국을 우국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반전의 의미가 담겨있지만 마침표는 우국하는 소영웅을 미화한다. 그것은 인간 세상 어디에나 있는 것이므로 거부감을 희석할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전쟁 영화를 감상했다고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소재가 참신하다. 이라크 전에서 폭발물 제거를 하는 부대원들의 이야기다. 소재만 참신하고 내용은 통속적인 여느 영화와는 다르다. 약간 다큐멘터리적인 촬영으.. 2009. 12. 18. 15:21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내용이 주는 긴장감이 뛰어났던 오락영화 이름 값 하는 감독의 원숙미가 돋보인 오락 영화였다. 선과 악, 권선징악, 인과응보를 완전히 지키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어기지도 않으면서 특이하고 색다른 재미를 주는 2차 대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코미디가 가미된 액션 오락 영화다. 타란티노 감독의 특징 중에 하나가 대사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그 대사들은 상당수 미국 대중문화와 관련되어 있다.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 미국문화에 깊이 빠져있지 않다면 감독이 의도한 재미를 100%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타란티노의 영화가 흥미롭게 잘 만들어졌는데도 미국 외의 지역에서 그렇게 흥행하지 못 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고등학교 때 제2 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었다. 독일어는 영어와 달리 규칙적이어서 초반에 규칙을 잘 외우면 어느 단계까지는 쉽게 습.. 2009. 12. 14. 19:14
호우시절 - 5월의 봄비 같은 로맨스 모든 예술가가 그렇다고 볼 수 없지만 어떤 예술가는 결혼 후에 이전의 작품과 색깔이 달라지곤 한다. 허진호 감독의 작품도 결혼 생활에 만족해서인지 결혼 후 첫 작품 '호우시절'은 밝아졌고 긍정적인 세계관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슬픔을 간직한 인물이 나오기는 한다. 여주인공 메이(고원원 분)을 보듬어주는 남주인공 박동하(정우성 분)도 얼떨결에 끌려가기만 했던 삶에서 방향을 전환하는 결단을 내린 것 같다. 그런 식으로 관객에게 상상시키며 영화는 끝난다. 즉, 끝부분에 의상으로 봐서는 동하가 직장을 그만두고 시인(또는 비슷한 직업)을 선택해서 메이의 직장 앞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동하가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단지 휴가를 내서 왔다고 볼 수도 있다. 아무튼 두 연인의 사랑은 봄비 같은 아픔을 지.. 2009. 12. 13. 12:48
오토나리(おと・な・り 2009) - 노래는 룸을 건너고...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이전 작품 '무지개 여신'만큼은 아니지만 이런 유의 일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괜찮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흥행 몰이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그렇게 연결되는 연인도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이 떠오르게 만드는 로맨스 드라마다. 마치 옛날 초등학교를 개조한 듯한 빌라다. 그래서 룸과 룸 사이에 작은 소리도 넘나든다. 그렇다고 국내의 고시원 분위기는 아니다. 그래도 어엿하고 넉넉한 원룸이다. 이곳에 두 남녀가 산다. 여주인공이 흥얼거리기 시작해서 이 영화의 테마로 밝혀진 노래는 낯이 익다. 일본 노래를 많이 듣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영화 'Lost In Translation(국내: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에서 여주인공과.. 2009. 12. 11.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