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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EBS 인문학 특강 권영민 교수의 ‘한국 현대문학을 말하다 1~6 강의

by 김곧글 Kim Godgul 2016. 2. 24. 17:38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요즘 책이 잘 읽힌다. 그렇다고 접시물에 코를 박는 것처럼 책에 파묻혀 산다는 뜻은 아니다. 평소보다 하품을 덜하고 한 번에 책장을 좀더 여러 장 씩 읽어나간다는 정도이다. 

  

'책의 미래'를 논하는 해외 댜큐를 본 적이 있는데 미래에는 종이로 만들어진 책이 많이 사라지고 소위 전자책이 대세를 이룰 거라고 전망한다. 이미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소형 서점이 많이 폐점되었고 심지어 중고책 서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당장 종이책이 몇 년 후에 사라질거라는 뜻은 아니고 그만큼 종이책을 구입하거나 중고로 거래하는 일이 줄어들 거라는 의미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컴퓨터 기기의 보급으로 책이라는 것 자체를 멀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고 그나마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전자책을 구입할 거라고 예측한 것이다. 

  

그러나 반대편 의견도 비록 대세는 못 될지라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종이책은 현재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여전히 인간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생존할 거라고 주장한다. 그 어떤 매체와 비교해서 책만의 최대 강점은 개인이 홀로 있을 때 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는 점이다. 단순히 이런 저런 정보를 긁어모으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인터넷으로 쉽게 빠르게 넘치고 넘치게 얻을 수 있다) 깊은 지혜를 얻도록 해주는 저렴한 가격의 매체이다. 이것은 영화, TV, PC, 스마트폰이 할 수 없는 빛나는 장점이다.      

  

책에도 여러 장르가 있는데 문학은 손꼽히는 대표 장르이고 문학 내에서는 소설이 백미일 것이다. 요즘 시대에는 이야기를 즐기는 인간의 속성을 TV 드라마, 영화, 만화, 게임 등이 넉넉히 만족시켜주는데 아마도 90년대 이전까지는 활자만으로 종이책에 써진 소설의 파워가 가장 강력했을 것이다. 단순히 대중적인 인기만을 따지면 다소 고개가 갸우뚱할 수 있지만 사회를 지탱하는 정신세계의 지축 역할을 했다고 본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학의 역할은 그런 것일 것이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확장 개선 보존 전승한다. 기본적으로 시대에 발맞춰 정신적인 유희를 만족시켜주면서 말이다. 여러 모로 책이라는 매체의 클라이막스 전성기가 어느덧 지나갔고 그 영향력의 힘도 쇠약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문학을 과학으로 비교하자면 이론 물리학의 위상일 것이다.   


한편, 요즘 시대는 간단한 정보 제공 위주의 인터넷 신문 기사는 컴퓨터가 거의 다 작성하고 배포한다. 미리 작성된 기사의 단락에서 새로 입력된 정보의 단어를 추가하고 발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미래에는 소설 같은 문학도 컴퓨터가 창작할 수 있을까? 아마도 간단한 단편 소설 정도는 컴퓨터가 지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에 써진 수많은 문학 작품을 전방위로 분석해서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변형해서 창작하는 방식일 것이다. 물론 인간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지 말 지는 지금 당장은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좋은 문학 작품이 담고 있는 그 어떤 깊이감까지 창작하려면 아직 한참 많은 세월이 흘러야 가능할 것이다. 거의 복잡한 인간의 두뇌와 맞먹는 성능의 인공지능이 만들어져야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요점은 어떤 작가가 창작하는 문학 작품은 여전히 중요하고 소중한 문명 자산의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이 'EBS 인문학 특강 권영민 교수의 ‘한국 현대문학을 말하다 1~6 강의'에서 언급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문학이라는 것에 대한 필자의 단상으로 서두를 적었을 뿐이다. (서두가 엄청 길었다 그래서 본 글은 짧게 적는다) 6시간에 달하는 6 강의를 거의 연속으로 감상했는데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90% 몰입해서 봤다.  

  

한국 현대문학이라고 하면 대부분 고등학교 때 중요한 내용을 시험답안을 위해서 단순암기했었을 것이고 (실제로 여러 작품을 독서하며 공부한 사람은 문학도가 아니라면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해서 많은 지식을 갖고 있을 테지만, 이 동영상 강의는 필자처럼 거의 잊고 살았던 한국문학에 대한 약간의 자세한 내용을 맛보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강의였다고 생각된다. 강의에서는 많은 작품을 주마간산으로 다루지 않고 강사가 아주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소량의 작품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줬는데 나름 괜찮았다. 물론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상당수 아는 얘기일 수도 있다.


아무튼 세월이 흘렀어도 깊이감을 음미할 만한 근현대 문학작품 중에 한국현대문학도 당연히 존재하는데 무심코 외면하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반성하게 된다. 종종 예전의 한국영화를 감상하며 그 어떤 의미있는 감상을 느끼곤 하는데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들을 독서하면서도 어떤 가치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한국 현대문학을 전부는 아니지만 선별해서 읽어봐야다겠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2016년 2월 24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