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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Music)

군계일학 무대 디자인 - Taylor Swift's Reputation & The 1975's Brit Awards

by 김곧글 Kim Godgul 2019. 3. 6. 00:40


REPUTATION





최근에 감상한 라이브 음악 콘서트 영상에서 흥미로운 것이 있어서 적어본다. 해를 거듭할수록 라이브 공연이 중요해지는 추세인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무대 디자인(설치 포함)이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게 발전하고 향상되는 것 같다. 요즘은 불과 몇 분 안 되는 패션쇼에서도 무대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다. 명품 패션 브랜드일수록 특히 두드러진다. 무대 디자인 관련 산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성장하고 다양해지고 세련되어지고 있는 듯하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테일러 스위프트(Talor Swift)’의 ‘레퓨테이션(Reputation Tour)’ 공연 무대와 얼마 전에 선보였던 ‘브릿 어워드 (The Brit Awards) 2019’에서 록밴드 ‘The 1975’의 공연 무대를 얘기하고자 한다. 두 뮤지션의 음악에 관해서는 잠시 잊고 공연 무대만을 살펴보도록 하자



현재 대중음악 시장을 활기차게 달리고 있는 뮤지션이라는 것 외에 아무런 관련이 없는 두 뮤지션의 공연 무대를 같이 얘기하는 이유는 이들 무대 디자인에는 전문가다운 솜씨에서 여느 전문가들의 평균을 웃도는 소위 ‘플러스 알파’ 또는 ‘화룡점정‘ 같은 것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레퓨테이션 공연 무대를 살펴보자면... 수많은 콘서트 무대에서 스크린벽은 거의 필수로 사용되고 있고 해를 거듭할수록 거대해지고 화질도 향상되는 추세이다. 레퓨테이션 무대에서는 스크린벽을 매우 거대하면서 V자 모양으로 만들었다. 대개는 마치 스포츠 경기장의 전광판처럼 평평한 스크린벽이 일반적인 편인데 V자 모양으로 과감한 변화를 준 것이다. 이런 정도는 프로패셔널한 무대 디자인 전문가라면 무난하게 디자인할 수 있는 평균치일 것이다.



그러나 레퓨테이션 무대에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플러스 알파’, ‘화룡점정’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V자 모양 스크린벽을 잘게 세분했는데 (좌측 6개, 우측 5개) 그 각각의 ‘작은벽’의 가로의 길이가 (완전히는 아니지만) 서로 조금씩 다르게 만들었다는 점(대개는 간격을 동일하게 만들 것이다), 또한 세로의 길이(높이)도 서로 조금씩 다르다는 점(대개는 높이를 같게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V자 모양의 좌측 날개와 우측 날개의 각각의 작은벽의 구성이 좌우대칭이 아니라는 점이다(대개는 좌우대칭이 일반적이다).



이것만으로도 평균을 웃도는 무대 디자인의 센스있는 솜씨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화룡점정 같은 것이 더 있다. 서로 다른 작은벽의 윗부분을 일정한 각도로 활처럼 살짝 휘게 만들었고, 게다가 아랫부분도 윗부분과 동일한 각도와 모양으로 휘게 만들기까지 했다. 휜 부분도 모두 정상적으로 영상을 표시해준다(휜 부분에 영상이 표시되지 않는다면 ‘김 빠진 콜라’일 것이다). 이런 형태의 스크린벽 무대 디자인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거대한 V자 모양이면 상식적으로 대개는 여러 개의 작은벽들을 좌우 대칭으로 만들어야 안정감과 편안함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무대 디자이너는 과감한 변화와 신선함을 선택했다. 좌우비대칭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관객은 무의식적으로라도 스크린벽의 모양에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인간은 사물이 좌우대칭이 아닌 것보다 좌우대칭인 것에서 더 안정감이나 편안함을 느낀다). 그 이유는 생전 처음 보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부드럽게 휘어진 형태가 더 이목을 끌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휘어지는 각도는 모두 동일하게(즉, 대칭의 개념과 비슷한 규칙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비대칭적 요소들을 상쇄시켰고 결국 총체적으로는 조화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낸 셈이 되는 것이다.



물론, 저런 모양의 스크린벽을 만들게 된 아이디어의 출발은 코브라뱀이 똬리를 틀고 머리와 몸을 세운 모습을 형상화한 것일 것이다. 아무튼 이것을 디자인한 무대 디자이너의 솜씨가 군계일학으로 출중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건축가나 전자제품 디자이너처럼 심플한 것에 열광하는 편은 아니자만, 이 무대 디자인의 경우에는 심플하면서 부드러운 곡선의 매혹이 매우 잘 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윗부분을 휘게 만든 것도 놀라운데 아랫부분도 휘게 만든 디자인에 감탄사를 연거푸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THE BRIT AWARDS 2019, THE 1975





두 번째로 소개하는 것도 스크린벽에 관한 디자인이다. 얼마 전에 치러졌던 ‘브릿 어워드 2019’에서 ‘The 1975’가 공연했던 무대의 스크린벽에는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줬던 공동주택을 실제 건물의 크기와 흡사하게 표시해주고 있는데, 스크린벽을 자세히 보면 (살짝 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휜 화면 디자인은 평균적인 디자인이다. 기존에 많이 출시되었던 전자제품의 휜 화면을 거대하게 확대한 디자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곳은 거대한 스크린벽의 좌측과 우측 가장자리 부분을 깔끔하게 ‘두부 자르듯이’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몇 개의 작은 스크린들을 의도적으로 규칙적으로 좌우 대칭으로 제거해서 스크린벽의 뒤에 설치된 조명이 은은하게 촛불 또는 벽난로가 타는 듯한 느낌으로 보여지도록 했다(영상을 유심히 살펴보면 조명을 공들여서 배치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평균 디자인에 웃도는 ‘플러스 알파’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디자인한 이유는 아마도 거대한 스크린벽과 무대가 이질감으로 상충하는 것을 줄여보려는 의도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일종의 세련화일 것이다. 무대와 화면이 너무 구분되는 것을 방지하고 은은하게 융화되는(연속되는, 녹아있는) 느낌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만약 이렇게 플러스 알파 디자인을 첨가하지 않았다면 동네 음식점에 가더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흔한 벽걸이 대형TV를 거대하게 확대해서 무대를 한가득 채운 것에 불과한 평균적인 수준의 무대 디자인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무대 디자이너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2019년 3월 6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