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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D-War) LA 촬영 탐방기

'디워(D-War)' LA 촬영 탐방기 02

by 김곧글 Kim Godgul 2021. 8. 14. 14:11

 

 

(2007년 7월 17일에 적었던 글을 약간 수정해서 재업)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필자는 가능한 한 PD-150 소형 카메라에 촬영장의 여기저기를 많이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초반에는 심감독 위주로 많이 찍었다. 모니터 화면으로 연기를 확인하는 심감독의 눈매는 사뭇 진지하고 초롱초롱하고 부리부리하고 날카로웠다. 그럴 만도 하다. 생각해보면 한 컷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가? 아침 6~7시부터 부산을 떨어서 저녁 6~7시까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영화 현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에게? 그것 밖에 못 찍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은 수의 컷을 찍는다. 소중한 한 컷 한 컷을 고도로 집중해서 모니터링해서 최종 ‘오케이’ 싸인을 하는 것이 심감독의 임무이자 최고의 권한이다.

 


현지인 스탭들도 전문직 종사자답게 움직였다. 다만, 그네들의 입장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하는 것이겠지만, 한국 영화 현장에 비하면 좀비처럼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다소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각자 자신이 맡은 임무를 철저하게 수행하는 (그렇게 하려고 매우 노력하는) 경향이 한국보다 좀더 강해보였다. 한국의 A급 현장에서 대개 각 파트의 경력이 짱짱한 리더가 있고, 그 아래 서열이 있고, 최근에 구인란을 통해서 갓 뽑은 아르바이트(단기 계약직)이 있는 편인데, 디워 LA 촬영 현장에서 현지인 스텝 중에는 그렇게 급조해서 뽑은 스탭은 전혀 없어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파트가 연출팀이다. 몇 명 안 되는데 각자 맡은 임무를 야무지게 잘 했다. 할 일이 없어서 (또는 잘 몰라서) 빈둥거리는 스탭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연출팀의 인원은 그날 로케이션의 규모에 따라 인원수가 늘거나 줄었다. 한국 현장에서 연출팀은 영화 촬영이 들어갈 때 합류했다면 (본인이 이탈하지 않는다면) 끝날 때까지 함께 일하지만, 할리우드 현장에서는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그 스탭이 퇴직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그날 일을 하지 않는 것 뿐이거나 또는 다른 영화 현장에서 일한다. 그러니까 연출팀이라는 커다란 업체(또는 노동조합)이 있고 거기에 속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각자 그날 그날 상황에 따라 여기저기 촬영 현장에 가서 일하는 것 같았다. 디워 촬영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던 연출 스탭도 있었고 중간에 빠졌다가 다시 합류했다가 하는 스탭도 있었다.

 


......

 


열심히 메이킹을 찍고 있는데 웬 젊은남이 카메라 앞에서 알짱댔다. 누구냐? 잘 생긴 미남 청년이었다. 늘씬하고, 키도 크고, 수염도 많고, 당연히 머리도 조막만하고... 다름 아닌 디워의 남자 주인공 '이든(Ethan)'을 연기한 ‘제이슨 베어(Jason Nathaniel Behr)’였다. 그는 대기하고 있다가 이제 막 촬영장으로 들어오는 참이었고 아직 본 촬영 전이라 필자의 메이킹 카메라 앞에서 장난끼 있는 표정과 행동을 했던 것이다. 필자는 조금 당황해서 잘 담아내지는 못했다. 솔직히 당시에는 어떤 스탭이 장난치는 줄 알았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이든'의 직업이 사건사고 현장에 발로 뛰는 방송기자이고 화려한 의상을 입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순간적으로 스탭으로 착각했었다.

 


필자는 남녀 주인공을 캐스팅하는 자리에 없었다. 관련된 내용은 전혀 모른다. 다만, 심감독은 LA 촬영 현장에 찾아오는 다양한 한국인(교포, 투자자, 지인)에게 남주인공 제이슨 베어가 미국 젊은이들이 투표하는 어딘가에서 1위를 했다고 자랑하곤 했다. 참고로 2005년 당시에는 비록 춘추전국시대이기는 했지만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SNS가 추억의 ‘마이스페이스(myspace)’였었다. 아마도 젊은이들이 투표했던 곳이 마이스페이스는 아니었을 것이고 어떤 영화잡지나 IMDB 같은 영화전문 웹사이트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한편, 여주인공 '사라(Sarah)'를 연기한 ‘아만다 브룩스(Amanda Brooks)’를 캐스팅했던 것에 관한 얘기를 한국인 스탭에게 들을 수 있었다. 수많은 관객들도 여주인공을 보고 느낄 수 있었겠지만 그렇게 빼어나게 예쁜 여배우는 아니다. 그 이유는 심감독이 여주인공을 뽑을 때 너무 예쁜 여배우는 배제했다고 한다. 심감독이 디워의 여주인공 감으로 선호했던 여배우의 인상은 비유적으로 말해서 동네 옆집에 사는 예쁜 누나 또는 교회에서 드물게 보는 예쁜 누나 같은 이미지, 실질적인 예로는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2002)’에서 주가가 치솟았던 여배우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 느낌의 여배우였다고 한다. 얼핏 살펴보면 두 여자의 인상이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디워에서 도시의 고층빌딩 사이를 괴수 불코(Bulco)와 헬리콥터가 아찔하고 역동적으로 날아다니는 인상적인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촬영할 때 영화 ‘스파이더맨(2002)’의 촬영 기법을 연구했다고 한다.)

 


골동품 창고에서 대략 3일 정도 촬영했던 것 같다. 남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아역 배우는 이때만 출연했다. 아역배우는 자신의 짧은 연기를 마치고 심감독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그림 같은 것(그림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는 모르겠다)를 선물했다. 자신은 이런 류의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면서......

 


심감독은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했다. 누가 봐도 본래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심감독이 주연을 했던 예전 영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또한 미국과 유럽을 다녀봤다고 한 심감독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아이와 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한국, 중국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현지인 스탭들이 보기에 동양인 심감독이 단역 아역배우에게 남다르게 인상적으로 친절하게 대해준 것에 대해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그네들의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 중에는 대개 동양인 남자는 아이들과 여자에게 그네들만큼 친절하게 대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영화 '미나리'의 남주인공(스티븐 연 분)을 생각하면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심감독은 그네들의 선입견을 180도 깨는 행동을 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포부의 디워 영화 스토리와 테마 파크 계획도 그렇고, 심감독이 간간히 몸소 보여주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과 행동도 그렇고, 실제로 단역 아역배우에게 매우 인상적으로 친절하게 대해주는 모습이 그네들에게 매우 좋은 인상으로 남겨졌을 것이다. 심감독은 정말로 어린이들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그것을 때와 장소에 맞게 인상적으로 잘 표현할 줄 아는 수완(감각)도 남달랐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몇 번 더 있었다. 심감독을 바라보는 현지인 스탭들의 시선이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계속...

 


2007년 7월 17일 (초안)
2021년 8월 14일 (약간 수정)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