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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시) 숯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7. 31.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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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빛에게 달려와
환골탈태하기 직전에
세속의 껍질을 벗어버린다.

냉기와 온기가 맞부딪쳐
수증기를 만들고
그 속에서 세상이 태어난다.

티끌이 태양의 주변을 떠돌더라도 언젠가
중력의 포로로 붙잡힐 필연적인 운명
따라서 곧 티끌은 태양 속으로 빨려들어가
하나가 된다.

태양의 빛과 하나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티끌은 성장해서
마침내 거대한 땅덩이 지구가 되고
따라서 곧 지구는 태양에게 삼켜진다.

지구의 열정, 태양의 눈부심
서로가 서로를 끌어당겨
하나로 합쳐지기 일보 직전에
지구는 완전한 숯덩이가 된다.

숯이 되리라. 새까맣게 타버려
완전한 숯이 되리라.



2010년 7월 31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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