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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인셉션 (Inception, 2010) - 중후하고 묵직한 세계관이 매력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8. 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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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중 친화적인 장르 오락 영화는 아니다. 다분히 영화 전문가들이 손바닥이 벌개지도록 박수칠만한 영화다. 놀란 감독의 전작 '다크 나이트'의 충격의 여파 때문이었을까? 그런 느낌의 영화를 기대했었는데 다소 빗나갔다.

그러나 결코 좋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영화 중반에 살짝 졸기도 했지만, 괜찮았던 후반부를 비롯, 영화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정서, 분위기, 느낌, 인물들의 개성 등이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세계관과 비주얼을 보는 재미가 좋았다. 다소 복잡하고 난해한 이야기에 감동받지는 못 했지만 매력적인 세계관, 분위기, 인물들을 보는 재미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처음으로 용산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봤다. 혼자서 봤다. 함께 갈 사람은... 현재로서는 내 자아 속의 나 뿐이다. (무의식 속에 있는 나 자신) 그러고 보니 혼자서 영화를 보러 갔던 적이 거의 10년도 더 된 것 같다.(아애 영화관에 가는 것 자체가 1년에 한두 번 될까 말까 한다) 하루 속히 내 여자를 만나서, 한국에서 가장 흔한 연애놀이, 영화관 관람을 많이 해야겠다.

아이맥스 상영관도 처음 가봤는데 느낌이 딱... 거대한 모니터였다. 깔끔하고 커다란 화면이 인상적이었다. 그 화면에 펼쳐진 웅장하고 묵직한 꿈속의 세계는 수많은 비슷한 소재의 영화 또는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를 이룬다. 그 차별은 매우 크다. 꿈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들 중에서 이런 영상미는 이전에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묵직하고 진지한데 그 느낌이 좋다. 이야기의 재미 때문이 아니라 분위기, 느낌, 세계관 그리고 비주얼 때문에 나중에 컴퓨터로 몇 번 더 볼 것 같다. 그냥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느낌이 좋다. 그의 영화가 훌륭하고 말고는 전혀 상관없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다.

'기억을 조작한다.' 언뜻 사이버펑크 장르가 떠오른다. 근본 맥락은 같은 줄기다. 그러나 고풍스럽게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만들었다. 유치하지 않고, 컴퓨터나 인터넷 같은 것을 소재로 사용하지도 은유하지도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새로운 이야기가 없어 보이지만 그것을 풀어내고 재해석하고 표현한 영상미는 새롭다. 중후하고 고풍스러우면서 유치하지 않은 어드벤처 장르 영화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생각에 단점은 매력적인 악당이 없다는 점이다. 감독이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튼 매력적이고 강력한 악당이 없었다는 점이 대중적인 흥행을 약화시켰을 것 같다.

이야기도 나름 매력적이다. 보통 관객이 한번 보고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심리학, 꿈, 철학 같은 것에 관심 많은 관객이 아니라면, 보통 관객에게는 결코 쉬운 이야기는 아니다.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다. 핵심만 알아보겠다.

꿈 속에서 또 꿈 속으로 들어가고 또 꿈 속으로 들어가고... 무의식의 세계 림보에 빠지고... 무의식 속의 자기 방어적인 무의식이 청부업자들로 나타나서 총질을 퍼붓고...(의도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심 속 총질이 다소 사실적이지 못하고 근사하지 않았다)

두서 없이 감상글을 쓴 것 같다. 이야기보다 느낌이 좋았던 영화였기 때문인 것 같다. 남자라는 생물이 세상을 등지고 혼자  있고 싶을 때 즉 동굴에 짱밖히고 싶을 때, 심신이 피곤하지 않을 때, 보고 싶은 영화일 것 같다. 다분히 진지하고 중후하고 고풍스러운 남성 취향적인 영화라는 뜻이다.


내 여자의 손을 잡고 영화관에 앉아있는 '나'를 꿈꾸는 '나'는 불가능하거나 무의미한 꿈속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현실에 살고 있는 '나'이기를 바란다. 내게도 토템이 필요할까?(토템에 관해서는 영화에 나옴)


2010년 8월 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