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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박하사탕(1999)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3. 30. 11:31

    

  

영화가 개봉했던 1999년 당시와 13년이 흐른 현재의 주 관객층은 많이 다를 것이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관객층의 나이대는 현재를 기준으로 못해도 30대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고 대개는 40대 이상의 관객들이 조목조목 처연하게 느끼며 감동할 것이다. 더불어 80, 90년대의 국내 정세에 관심이 많았던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자라면 더욱 깊고 아련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길 만큼 작품성도 있고 완성도도 높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강산도 변하고 어느 덧 영화라는 매체가 개인적인 여가, 여흥, 오락의 기능을 많이 가지게 된 시점에서, 이 영화의 단점은, 세월의 흐름에 의해 들어난 것이긴 하지만, 오락성이 부족하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현대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오락성을 갖춰야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직도 영화를 순수하게 오락, 즐거움 이상으로 생각하는, 제작에 관계된 사람들 중에는 당연히 많겠고, 일반 관객들도 적지 않다. 국제적으로 보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을 것이다. 다만, 기왕이면 좀더 많은 일반 관객에게 영화가 보여지기를 바란다면 그 어떤 측면에서의, 그렇다고 꼭 웃기는 장면이 들어가야 오락성이 있다는 뜻은 아니고, 그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는 편이 좋지않겠냐는 생각이 든다.


만약, 이 영화에 약간의 세련미가 있는 오락성이나 즐거운 장면을 전체적인 주제를 회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첨가되었다면 많은 세월이 흐르더라도 오래동안 기억하며 다시 감상하게되는 작품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주요한 영화 관객층이라고 볼 수 있는 20대가 이 영화를 보면서, 비록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전달하는 어두웠던 한국현대사를 엿보는 학습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감동을 느끼고 즐기기에는 매우 힘겨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측면에서 한국식 현대인의 비장함, 비참함, 절규를 느낄 수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영화의 이야기 구성은 독특하고 신선하고 매혹적이다. 몇 개의 챕터로 구분되는데 각각의 챕터는 시간순서대로 과거로 향한다. 영화의 초반은 주인공의 가장 최근 시간대 챕터이고 영화의 끝은 주인공의 가장 과거 챕터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돌이킬 수 없는 비통한 지점까지 와버린 주인공이고, 가장 먼 과거에는 그의 순수했던 젊은시절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을 짧게 보여준다. 이때 두 장소가 같은 장소라는 점도 인상적이다. 

  

한편, 나이와는 별도로 국내 현대사에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을 정도로 생계에 몰두해서 80, 90년대를 살았던 소시민적이고 순박한 정말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아니라는 것도 조금은 아쉬운 점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편적이라기 보다는 전문적인 분야의 사람들에게 밀착된 영화 장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였던 만큼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2013년 3월 30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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