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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톱스타 (Top Star, 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11. 13. 11:06


  

영화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이 있다면 80-90년대 실제로 국내영화계 톱스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배우 박중훈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감독을 했다는 홍보에 관심이 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홍보를 그렇게 주도한 영향도 있지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배우 박중훈의 신선한 연출작이라는 것때문에 관심을 갖고 선택한 관객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놀라운 작품은 아니지만, 혹시나 했던 어두컴컴한 생각보다는 훨씬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럭저럭 몰입해서 흥미롭게 재밌게 봤다. 만약 이 영화가 무명의 초짜 감독이 만들었다면 훨씬 치켜세워졌을 수도 있다. 대중영화 감독으로서 재능의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에 유명했던 박중훈이라는 배우의 후광이 남아있기 때문에 관객이 기대하는 것은 훨씬 그런 정서(박중훈이 많이 연기한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하위 문화 히어로) 쪽이고 또는 아주 재밌고 흥미진진한 대중적인 작품을 기대했을텐데 그 정도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래도 첫작품 치고는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박중훈 감독이 계속 영화를 만든다면 더 높이 올라갈 수도 있는 가능성이 없지 없아 보인다. 수많은 관객들이 박중훈 감독에게 원하는 것은 깐느 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을만한 예술영화가 아니라, 정말 맛깔나고 재밌고 흥미로운 대중영화일 텐데, 그런 측면에서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될 수 있는 영화였다. 쉽게 말해서, 좀더 세련되게 다듬고 현재라는 영화의 트렌드를 감지할 수 있고 운도 따라주면 충분히 흥행대박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약간의 단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그 단점들이 큰 흠집까지는 아니다. 

  

약간 매끄럽지 못한 대사발이 간간히 거슬렸다. 마치 스케이트를 타는 일반인이 잘 달리다가 어느 순간 몸의 중심을 잃고 살짝 휘청거리는 느낌 말이다. 그래도 넘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배경은 현대지만 정서적으로는 90년대 느와르 정서라고 볼 수 있는데 그것이 2013년을 주도하고 있는 젊은 관객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지 못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 느와르 정서를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요즘 세대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느와르 정서를 즐길텐데 그 과녁에 제대로 적중한 것 같지는 않다.

  

간간히 어떤 장면에서 다소 덜 다듬어진 느낌이 느껴졌다. 매끄럽지 못한 부분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은 다음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고쳐질 수 있다. 좀더 주력해야할 부분은 다른 쪽에 있다. 어떤 장면에서 또는 굵직한 분기마다 어떤 강렬하고 인상적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 이것을 잘 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을 잘 해도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재밌을 수 있다. 특정한 카메라 움직임 또는 편집의 기교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느낄 수 있는 어떤 인상적인 장면 또는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다. 

  

장점으로는 전체적으로 90년대 느와르 정서를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인물들의 감정이 서서히 상승해서 폭발하고 갈등하는 것도 좋았다. 다만, 그 정서가 90년대여서 아쉬운 것 같다. 2013년에는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뭔가 다를 것이다. 박중훈 감독의 다음 작품에서는 현재 시점의 트렌드를 어떻게 작품에 녹여내느냐, 약간의 세련미를 어떻게 가미하느냐, 너무 다듬은 것도 매력이 없지만 그렇다고 우둘툴툴한 도로가 되지 않도록 어떻게 다듬느냐가 영화의 흥행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013년 11월 13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