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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68

2023년을 보내며 2024를 맞이하며 순식간에 한 해가 또 지나갔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곱씹어보면 다채로운 내용들이 열거되겠지만, 막상 푸른 초원 너머 먼 산 위의 뭉게구름이 어우러진 한눈에 아름다운 풍경화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이 세상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훨씬 세월이 흘러 다시 이 시점을 되돌아보면 (자질구레한 세세한 기억이 망각되어서일 수도 있지만) 나름 괜찮았다고 느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마치 오래전 꽤 젊었을 때 (꼭 그때가지 되감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먼 과거에) 당시에는 힘겨운 고뇌였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름다운(그렇지 않더라고 나름 괜찮았던) 추억의 일부로 메아리치는 것처럼. 내년에는 올해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삶의 질이라는 것이 향상될 수 있을까? 삶의 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 2023. 12. 31. 08:00
[글] (SF) 빈대 음모론 (Bedbug Conspiracy) 이것은 일종의 유머일 뿐,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냥 SF 유머 콩트입니다. 빈대 음모론 (Bedbug Conspiracy) 최근 파리를 필두로 전 세계 유명 대도시를 아울러 서울까지 역사적 유물로 기억될 뻔했던 ‘빈대’가 떼거지로 출몰하고 있다는 연이은 뉴스로 사람들은 시름을 앓게 되었다. 갑자기? 왜? 그동안 매우 강한 그래서 인체에까지 해가 될 수도 있는 살충제까지 동원해서 거의 빈대를 사라지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완전히 멸종시키지는 못한 것 같다. 어쩌면 호주에서 토끼가 몰살되지 않은 것처럼 빈대도 인류의 능력의 한계치를 뛰어넘는 생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에 가끔 이런 질문이 회자되곤 했다. 전 지구적인 핵전쟁이 발발하면 인간의 빈 자리를 과연 어떤 생명체가 차지하게 될 .. 2023. 11. 28. 01:01
[글] (SF) 블랙홀 속에 우주들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거의 끊임없이 계속 전쟁이 발발하고 동족을 잔인하게 살인하는 인류의 모습을 볼 때, 이 또한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증폭시킨다. 멀고 먼 미래에 현시대 인류의 머나먼 후손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것이고, 마치 우리가 컴퓨터 게임을 만들면 자극적인 다양한 사건, 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는 온갖 고통과 고난을 야기하는 사건, 사고, 재난이 끊임없이 발발하는 지도 모른다. 이 세계를 제작한 인류의 먼 후손이 살아가는 실제 세상(이것도 시뮬레이션일 수 있지만 아무튼)은 너무나도 평화로와서 일상은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다. 그들에게 나름 요긴한 소일거리는 인류의 과거를 시뮬레이션하고 각종 이벤트가 발발하게 해서 .. 2023. 10. 31. 23:44
[글] 뜨거운 ChatGPT로 인하여 근 미래에 발생할 일상 AI ChatGPT 요즘 인공지능 ChatGPT(이하 ‘챗지’라고 쓰고 비슷한 성능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통칭하기로 한다)에 대한 전 세계 반응이 뜨겁다는 소식이 많이 들리고 있다. 영화에서 봤던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인공지능은 결코 아니지만, 이용자가 실제로 사용하면서 느끼기에 이전과는 획기적으로 다른 인공지능을 현실 세계에서 비록 디스플레이 화면이지만 만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수많은 공룡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비슷한 것 또는 매우 관련된 것을 제작해서 떼돈, 황금방석에 앉으려고 군침을 흘리며 하이애나처럼 모여서 고군분투하는 듯하다. 스마트폰이 현대인의 일상을 뼈속에서 무의식까지 바꿔놓은 것처럼 챗지 성능 정도의 불완전한 인공지능만으로도 사람들의 실생활이 눈에 띄게 바뀔 것 같다.. 2023. 3. 1. 14:39
[시] 태풍 2 (Typhoon 2) 태풍 2 라면 한 박스가 바닥을 드러낼 때가 되니 찜통 여름이 기약 없이 떠나며 툭 하고 내던지고 간 허물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나 본체의 일환 같은 무지막지한 폭풍의 전사를 거느린 진격의 태풍. 가시도친 눈물의 폭풍이 날카롭게 흩날리고 무쇠보다 강한 삼지창의 파도가 안개 낀 규모의 폭포처럼 연안을 박살낸다 개, 고양이, 소, 돼지, 말, 닭, 오리, 나무, 꽃, 풀... 눈에 띄는 미물은 죄다 전율하며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만물의 영장 인간도 예외일 리 없다. 까마득한 옛날에, 산등성이 같은 공룡들을 피해 꼭꼭 숨어 살았던 인류와 닮지 않은 인류의 조상처럼 인류는 대자연의 무지성의 변동성에 공포와 경외심을 품고 필연과 우연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운명을 해독하려고 발버둥 치며 처세술을 발동하여 순간의 .. 2022. 9. 12. 09:16
[단편] 빅마우스 (2006년에 썼던 단편) (2006년 즈음에 썼던 단편이다. 지금은 사라진 포털사이트 '드림위즈(Dreamwiz.com)' 사이트의 어떤 코너에 올려진 적도 있다. 원고료를 받은 것은 아니고 소정의 상품(고급 스프링 노트)를 받은 것이 기억난다.) (2022년 4월에 아주 약간만 수정함. 문체는 그 당시 그대로이다. 다소 만연체이고 늘어지는 감이 있어서 맘에 안들지만 그낭 그대로 놔두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소 암울한 가까운 미래 배경 SF 단편이다) 제목: 빅마우스(Big Mouse) (원제: 미래생활백서 - 빅 마우스) 오늘은 아내의 56회 생일이다. 모처럼 자식 내외와 손주들이 거실에 모여 북적대는 바람에 사람 사는 느낌이 들어 기쁘기는 한데, 벌써 두 번씩이나 아래층의 40대 독신녀가 올라와, 한 번만 더 쿵쾅쿵쾅거.. 2022. 4. 12. 20:54
[시] 달빛에 취해 최근에 일을 하는 중에 문득 적었다가 조금 수정해서 완성한 짧은 시(poetry)이다. 개인적으로는 '갤럭시 Z 폴드3'의 S펜 기능으로 적은 첫 번째 시이다. 끄적였던 여러 장 중에 마지막 것을 이미지로 변환해서 함께 올린다. 제목: 달빛에 취해 달빛에 취해 이리저리 휘청거리던 가을바람이 홍조빛깔의 나무를 온몸으로 부둥껴 안고 춤을 추자 촘촘한 별빛 사이로 낙엽이 쏟아지는 불야성이 아기의 잠든 방에 펼쳐진다. 잠을 뒤척이던 아기는 비몽사몽간에 생명력의 열매를 꽉 붙잡고 흔들어 달콤한 과즙을 입술로 홀짝이며 행복한 잠을 청한다. 2021년 10월 20일 김곧글(Kim Godgul) 갤럭시 Z 폴드3의 S펜으로 끄적였던 메모 2021. 10. 20. 21:58
[칼럼] 쥴리 벽화 논란 - (feat. Taylor Swift) '뱅크시(Banksy)'가 활동하는 영국도 아닌데, 최근, 한국에서 때 아닌 벽화 논란이 일어났다. 유명한 정치인과 관련된 것이라 더욱 이슈가 된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맞나? 모르겠다), 몇 자 끄적여보게 되었다. 정치가 아니라 순전히 문화적인 관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벽화라면 일단 좀더 지켜보다가 지워도 괜찮지 않았을까? 번개 불에 콩 볶아 먹듯이 (이런 옛날 어휘를 써 본 지도 오랜만이다) 허겁지겁 백지로 만들어 버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몇몇 서양화가(그러니까 가끔 인터넷 뉴스에 유명한 미술품 경매업체에서 자사와 경매를 홍보하기 위해서 언론사에 내보내는 최고 경매가 갱신 어쩌구 하면서 소개되는 유명한 서양화가 말이다)가 그렸더라도 그랬을까? 만약 그랬다면 벽의 .. 2021. 8. 3. 13:25
[시] 행운의 여신은 오리무중이다 제목: 행운의 여신은 오리무중이다 이번 도쿄 2020 올림픽 경기들을 보다가 문득 새삼스럽게 되뇌일 수 있었다. ‘행운의 여신은 오리무중이다’라는 것을. 여러 대륙의 다양한 국가에서 출전한 선수들은 지역 예선에서 나름 강자의 타이틀을 거머쥔 자들이다. 이들이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마당에 모여서 마침내 지구촌 현시대 종목별 최강자를 가리는 혈전을 벌인다. 부득이하게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패자가 된다. 가장 강하기 때문에 최고의 승자가 되기도 하지만, 불운, 사소한 실수, 환경적 요인, 기타 등등의 원인으로 패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누가 얼마나 지독하고 혹독하게 노력을 했느냐는 일말의 가산점으로도 반영되지 않는다. 오직 본 게임에서 치러진 결과만으로 판가름난다. 어떤 게임이 있었다. 전적도 화려하고.. 2021. 7. 29. 10:50
[칼럼]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계속 인기를 끌려면 요즘 한국의 대중음악과 영화가 미국과 유럽에서 매우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K-pop, K-drama, K-movie, K-manhwa,... K-등등이 전 세계에 걸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삼스럽게 언급하는 것도 입만 아픈 잡담일 것이다. 몇 년 또는 십년 이상 전을 돌이켜 보면 케이컬쳐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과 관련해서 종종 위기를 겪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이 잘 극복해나갔고 최근에도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다. 좀더 예전을 생각해보면, 80, 90년대 중반까지 만해도 홍콩영화가 한국에서 매우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나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과 시점이 거의 비슷하게 한국에서 홍콩영화(중국영화, 대만영화 포함) 매니아들은 .. 2021. 7. 21. 17:02
[SF단편] 화성 음모론 (Mars Conspiracy) 제목: 화성 음모론 (Mars Conspiracy) (주의: 이 내용은 허구(fiction, 공상)이므로 현실과 착오 없기를 바랍니다) 이제 어느 누구도 ‘지구의 기상이변으로 인류의 문명이 한순간에 해변의 모래성처럼 몰락할 수도 있다’는 가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헐리우드의 암울한 미래 배경 SF영화의 영향도 무시 못하지만, 지구의 평균 기온의 상승, 기록을 갱신하는 기상이변, 환경파괴로 멸종 위기에 몰리는 동식물,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창궐 등등으로 지구가 고통을 앓고 있다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서 언젠가부터 화성 행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인류가 화성으로 이주해서 정착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꿈을 꾸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또한, 태양에서 비교적 .. 2021. 7. 20. 16:55
[SF단편] 노인과 드론 (Old man and Drone) 함박눈이 쏟아지는 추운 겨울이었다. 로봇청소기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기력도 없었지만 정확히 말하면 의지가 없었다. 아무리 움직여도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도로 사거리 한복판에 누워 은하수를 바라보며 눈을 감고 다음날 영원히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대자로 누웠다. 그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삐걱삐걱 소음이 공허한 밤공기를 가로질렀다. 함박눈은 로봇청소기의 온몸에 수북히 쌓여갔다. 로봇청소기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자신이 간이침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 자신을 수리하고 있었다. 백발의 노인이었다. 노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정교한 공구들을 만지작거렸다. 얼마 후 로봇청소기가 완전히 기력을 되찾아 일어났을 때 자신을 돌아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 드론으로 .. 2021. 7. 18.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