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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351

해피 플라이트(Happy Flight 2008) - 참신, 산뜻 그러나 화룡점정 못 해냄 영화가 참신하고 독특하다. 보통 상업영화, 예술영화와 차별된 분위기가 낯설지 않고 좋다. 대개의 영화는 인간의 갈등, 욕망, 사랑, 성취감... 등등으로 요리를 하는데 이 영화는 갈등의 요소가 아주 적고 전체적으로 산뜻하고 생기발랄하고 가볍다. 그러나 시트콤이나 TV 드라마에서 생기발랄함과 달리 직업에 대한 묘사가 아주 정교하고 깊다. 그런 점에서 영화로서 손색이 없다. 아마도 지금껏 없었던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정서적인 여운이나 감동이 미비하다. 화룡점정하지 못 한 느낌이다. 영화를 굳이 분류하자면, 가볍지만 '재난 장르'쯤 되겠다. 재난 장르에는 대개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모험을 겪고 그 속에서 삶의 보편적인 진리를 보여주는 경우가 일반.. 2009. 6. 14. 11:42
렛 미 인 (2008) - 경계를 넘는 서정적인 러브 스토리 혹독한 추위에 익숙해져야 하는 사람들의 의식주는 우리네와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신화(myth)의 형태도 사뭇 다를 것이다. 꼭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북유럽 신화는 웅장하지만 느와르 적이다. 냉혹하고 차가운 세계관이다. 북유럽 신들 중의 최고신은 '오딘'이다. 종국에는 신 종족과 거인 종족이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를 치른다. 그때를 위해 인간 세상에서 전사들이 죽으면 발키리(여신, 정령)들이 그들을 오딘 신의 궁전 '발할'로 데려가 편안히 쉬게 하며 라그나로크를 위해 대기 발령시킨다. 때문에 발키리 여신들은 인간과 자주 만나게 된다. 그래서 간혹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혼해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발키리 여신의 근본 정체성은 전쟁에서 죽은 전사를 오딘 궁전으로 데려가.. 2009. 5. 22. 18:43
보통 관객이 즐기기에 빡세다 - 박쥐(2009) 그 정도 될 줄 예상했다. 분위기, 스타일은 '친절한 금자씨'의 연장선, 소위 박찬욱표 스타일이다. 영화를 수도없이 봐서 웬만한 영화는 시사하다고 느끼는 매니아들이 좋아할 법하다. 보통 관객이, 순전히 내 생각일 뿐, 영화감상 즐기기에 빡세다. 인간의 보편적 윤리와 질서를 어긴 자가 죄값을 치른다. 지옥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는 절망스런 박쥐다. 도스토예프스키 스타일로 사실적인 박쥐를 드라마 '사랑과 전쟁'과 섞어 잔혹하게 서술하면 이 영화다. 아마도 박찬욱 감독의 목표는 흥행 대박이 아니라 영화사에 획을 긋는 (굵직한 흔적을 남기는) 명작이었던 것 같다. 여러 개의 잔혹한 영상은 영화매니아라면 모를까 보통 영화 관객이 즐기기에는 버거울 것 같다. 한국의 대다수 보통 관객은 아직까지는 잔혹한 장면을 극장에.. 2009. 5. 2. 13:01
트와일라이트(Twilight 2008) - 뱀파이어 청춘 로맨스 외동딸이다. 시크하다. 새아버지와 휴가를 떠난 어머니를 위해 이전 아버지댁 고등학교로 전학간다. 습하고 울창한 숲으로 우거진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조숙한 성격이다. 때문에 활기차고 꽤활하고 명랑한 또래들의 관심거리에 흥미가 없다. 알 수 없이 끌리는 남자를 발견하다. 그가 위험에서 자신을 구한다. 그에 대해 모두 알고 싶다. 뱀파이어였다. 상관없다. 그녀는 그를 사랑한다. 청춘 로맨스 영화다.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어떤 소녀는 특별한 사랑을 꿈꾼다. 상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자가 아니다.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고 매너 좋은 남자는 매력없다. 싫어하지는 않지만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끌리지는 않는다. 자신을 위험에서 구해준 특별한 남자, 창백한 표정에 동질감을 느꼈을까? 이성보다 감성에 이끌려 .. 2009. 3. 7. 20:39
구구는 고양이다 (2008, 일본) 전형적이지 않아서 좋다. 섬세하다. 감미롭다. 쌉싸름하다. 달콤하다. 앙증스럽다. 구구는 고양이다. 구구는 good good 에서 왔다. 이것도 스포일러겠구나.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순정 만화가 '아사코(코이즈미 쿄코 분)'와 고양이의 사랑, 그리고 문하생인 '나오미(우에노 주리 분)'의 이야기다. 우앙~ 하는 감동이 목표는 아니다. 아사코는 오직 만화 창작에만 전념했기에 사랑도 제대로 해보지 못 했다. 유일한 가족 '사바'라는 고양이는 인간보다 2배는 빨리 인생을 살았다. 어느 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만화 그리기를 멈춘다. 주저함 끝에 새 고양이를 구입한다. '구구'라 이름 짓는다. "귀여워~" 합창하며 문하생들도 좋아한다. 대단히 일상적인 소재다. 일본이니까 원작도 좋아들했겠고 유명 감독,.. 2009. 3. 5. 23:21
워낭소리(2008, 국내) -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엄청난 흥행이지만 작품 자체의 훌륭함보다는 시대상의 영향이 적잖아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불황이다. 한국은 언제나 등수놀이판에 초롱초롱해진 눈빛으로 상위에 끼여든다. 실업자는 알려진 수치보다 훨씬 더 많다.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상이 어둡게 보인다. 현업에 종사 중이라해도 고해성사를 하는 듯 하루하루가 힘겹다. 국내에서 그들을 위로하는 저렴한 오락거리로 영화는 열손가락 안에 든다. 이들이 선택하는 영화는 몇 년 전과는 전혀 다른 영화일 것이다. '워낭소리'가 초유의 흥행을 달리는 이유 중에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항목이다. 한편, SBS '아내의 유혹'을 필두로 소위 막장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비슷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영상물 자체의 완성도는 떨어진다. 좋게 보면 고전적인 미니멀리즘이다. 대량 .. 2009. 2. 28. 19:22
남편, 부인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Cherry Blossoms, 2007) 국내 제목을 보면 사랑을 그리워하는 이야기 같다. 첫장면을 보면 시한부 남편을 위해 일본 후지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독일 노부부의 이야기 같다. 중간도 못 가서 주인공처럼 보였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전에는 의식하지 못 했던 아내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아내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했던 일본 후지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마침내 할아버지도 세상을 떠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인간의 궁극적인 고독이다. 그리고 죽음이다. 그때까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남편과 아내일 것이다. 부귀, 명성, 지위, 권력, 인맥, 친구, 자식 등은 지극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개는 한계가 있다. 훈장, 인테리어, 덧없음이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존재의 외로움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아주 특.. 2009. 2. 23. 18:23
그란 토리노(Gran Torino 2008) - 현대적인 살신성인 서부영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인 출신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아내의 장례를 치른 후에도 오래 동안 살아온 집을 떠나지 않고 홀로 산다. 동네는 동양인들로 가득하고 거리는 풋내기 조폭들로 불안하다. 순진한 옆집 젊은이 '타오'는 조폭에게 괴롭힘 당하는데 코왈스키는 이런 저런 계기로 타오, 그의 누나, 그 집안 식구와 친해진다. 그러나 한국 전쟁에서 수많은 젊은이를 죽였다고 말하고 보이스카웃 성깔의 코왈스키는 노환으로 죽음에 임박했음을 느끼지만 친하게 지내지 못 했던 자식들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타오가 어엿한 젊은 남자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이런 저런 노력을 하지만 풋내기 조폭 때문에 실패한다. 마침내... 이야기의 뼈대는 서부영화다. 총잡이의 흉악한 과거 이력은 이 영화에선 한국 전쟁이다. 젊은 .. 2009. 2. 19. 20:02
현대적으로 가벼운 하드보일드 -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 2008) 인물, 서로의 관계, 배경, 소재, 이야기가 유럽 장르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하다. 현대적으로 고풍스런 하드보일드 스타일로 볼 수도 있다. 다소 어리버리하고 보수적이고 세속적이지만 순수한 죄책감으로 괴로와하는 '레이(콜린 파렐 분)'와 사리분별이 있는 보통 현대인같은 '켄(브레단 글리스 분)'이 새로운 살인 오다를 기다리며 벨기에 도시 브루쥐에 일시 머문다. 고풍스런 유럽 배경이 짙게 깔려있지만 이야기, 장면, 대사 내용이 한국적인 정서와 먼 경우가 종종 있다. 단지, 킬러 직업인 치고는 간간히 유머스럽고, 스케일이 소박하고, 기독교 기반의 권선징악이란 점이 국내 관객에게 어필하는 요소다. 국내 제목과 콜린 파렐을 보고 근사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아마도 국내 개봉관에서 흥행하지 못 .. 2009. 2. 18. 18:05
레슬러(The Wrestler 2008) - 현대사회, 직업, 부귀, 인생을 성찰 세월에 의해 은퇴한 총잡이, 칼잡이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영화, 소설, 만화는 셀 수 없이 많다. 소재 자체가 재미와 인생 성찰을 동시에 제공한다. 국내 영화 '라디오 스타'도 그 종족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받은 '용서받지 못 할 자'도 그 종족이다. 이 영화는 비슷하지만 많이 다르다.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로 일약 전세계 얼짱이었다가 활활 타오른 불꽃의 속도만큼 빠르게 뒤안길로 물러나 잊혀졌었는데 영화 '펄프 픽션'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은 '존 트라볼타'가 떠오른다. 실제로 영화사 뒤뜰로 물러났던 '미키 루크'는 이 영화 '레슬러'로 화려한 레드카펫을 밟았고 그의 복귀를 전 세계 팬들이 반가워할만 하다. 이 영화는 과거에 하늘을 찌를 듯한 스타였.. 2009. 2. 14. 22:43
신기전(2008) - 완성도는 높지만 무협 사극의 전형성을 따름 시나리오는 꼼꼼하게 완성도 높다. 영상미는 간결하고 절도있고 속도감 있다. 주조연의 연기도 깔끔하고 간결하다. 영화 보는 재미 솔솔하다. 그러나 취향 따라 다르게 감상될 수 있어 보인다. 뛰어난 구성미에 비해 이야기의 깊은 맛은 없는 편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보기에는 만족스럽다. 좀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없어서 아쉬울 뿐이다. 몇몇 장면 설정이 아쉽다. 애국심이 중요하지만 수많은 인명 살상을 너무 가볍게 다룬다. 상인 출신에는 어울리지 않는 신기에 가까운 칼솜씨는 작위적이다. 정교한 칼싸움이 재미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감정 이입이 없었고 감동이 적었을 뿐이다. 인물은 스토리를 열심히 따라가느라 바빠서 들어내놓는 희로애락은 전형적이고 깊이감이 없다. 완성도는 높지만 무협 사극의 전형성을 뛰어.. 2009. 2. 10. 23:48
순정만화(2008 국내) - 원작은 훌륭했지만 영화는 밋밋하다 몇 년 전 감동있게 원작 만화를 봤었다. 비슷한 시기에 '위대한 캐츠비'도 감동있게 봤었다. 인터넷 만화 장르를 한단계 끌어올린 걸출한 만화를 상업영상으로 옮겼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아쉬움의 여운이 남는다. 영화 '순정만화'는 각색의 완성도가 75% 정도로 보인다. 대개 괜찮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완성도를 90% 라고 간주했을 경우다. 원작을 의식해서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선택이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각각의 장면에서 대사의 완성도가 덜 다듬어진 느낌이 많다. 한 장면 내에서 뺐으면 더 나았을 군더더기 대사, 행동, 컷도 자주 눈에 띄었다. 좀더 간결했어야 하고 좀더 영화적인 생략법을 넣었어야 좋았을 법 하다. 아쉽게도 영상미는 더욱 밋밋하다. 순수한 사랑이 전체적인 기류지만 그에.. 2009. 2. 5.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