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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부부의 세계 (국내 드라마, jtbc)

by 김곧글 Kim Godgul 2020. 4. 12. 14:17

인터넷 검색으로 구한 이미지

 

부부의 세계

 

 

‘부부의 세계’를 재밌게 감상하고 있는데(현재 6부까지 방영), 아직 종영되지 않은 마당에 이야기와 작품성을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고, 간단한 감상평과 관련 이야기를 적어 본다.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방송 드라마의 시청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소위 막장 장르(아마도 힘겹고 고단하게 살아가는 30~50대 주부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요긴한 공짜 이야기 영상물이기 때문에 인기가 많지 않을까?)에 현시대에 적합한 세련미를 가미한 절정의 막장이라 평가할 만하다. 기존의 대가족과 온갖 친인척이 활약하는 막장과 차별되게 중년 핵가족과 같은 동네에 사는 지인들과 불륜녀와 직장 동료가 활약한다.

 


여기서 세련미라는 것이 로또복권처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고 원작(Doctor Poster (2017), BBC drama)에 기인한 것이다. 원작의 뼈대에 한국적인 요소와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연출자의 긴장감 있는 연출이 화학작용을 일으켜서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액션 장르가 아니라면) 비슷한 정서의 일본 드라마의 영향을 많이 받아 왔는데 이 작품은 영국, 즉 영미 문화권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상업영화는 종종 있어왔지만 TV 드라마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이렇게 흐름이 바뀐 이유가 혹시 유튜브와 넥플릭스의 영향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이들 초지구적인 매체에 올라온 영상물 곳곳에 영미문화는 깊고 넓게 깔려 있는데 (영상물을 검열하는 기준은 거의 영미문화권의 기준이다) 이것이 무의식 중에 한국인에게 쌓이고 쌓여 해를 거듭할수록 영미문화적인 의식과 가치관을 닮아가는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어느 덧 이제는 매우 개인적인 인식이 지배하는 한국인의 부부생활에서 조차도 영미문화권의 인식과 가치관이 깊게 녹아들었다고 생각된다. ‘부부의 세계’를 감상하다 보면 여주인공 지선우(김희애 분)의 생각과 행동이 기존의 한국 여자들과 달리 서구적인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주인공스럽다. 한국 관객이 예전 같으면 (매니아가 아니라면) 다소 이질감을 느꼈을 텐데 이제는 감정이입되어 공감하고 대리만족을 느끼며 즐긴다는 것이 시청률로 확인할 수 있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기고 종영된 KBS의 ‘사랑과 전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불륜 이야기와 차별된 점이라면 불륜남 이태오(박태준 분)과 불륜녀 여다경(한소희 분)이 여주인공 지선우 못지 않게 입체적인 성격이라는 점이다. 불륜녀는 ‘사랑과 전쟁’에서 흔하게 등장한 소위 유흥업소 출신 또는 생각과 행동이 얄팍하고 천박한 수준의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남자의 배경을 노리고 불륜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의 흥미로운 요소는 대치되는 두 세력이 벌이는 지능적인 두뇌 전쟁과 실전(實戰)이다. 어떤 장면에서는 영화 ‘본(Bourne) 시리즈’처럼 첩보물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5,6화에서는 지선우 정보기관이 판정승을 거둔 것 같은 기세였는데, 다음 주 예고를 보니까 이태오 여다경 정보기관의 만만치 않은 반격(역습) 작전이 펼쳐지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넥플리스 전용 한국 드라마 ‘킹덤’이 서구적인 좀비 장르를 한국 사극에 접목했는데 여기에 더해서 일본의 사무라이적인 냉혹한 액션성 무한 칼부림도 추가되어서 국내외 관객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와 인물들에 다소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워낙에 속도감 있고 쉬운 액션 장르 느낌이 강해서인지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흥미롭게 감상했는데, 요즘 젊은층 또는 해외 관객은(특히 한국 사극보다는 일본의 사무라이에 익숙한 외국 관객은) 색다른 배경 설정과 캐릭터로 인하여 매우 흥미롭게 감상한 것 같다. 이렇게 혼합하는 것 게다가 이전에는 이질감이 들었던 어떤 서구적인 요소가 어느덧 거부감 없이 국내 관객을 매료시키는 국내 제작 작품이 많이 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작품 ‘부부의 세계’도 그러한 추세의 파도를 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일본과 중국 시장에서의 2차 수익을 염두해두고 드라마를 제작했던 것과 달라진 최근의 경향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영화 ‘기생충’도 서구문화적인 요소가 많이 배어있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그런 작품이 매우 성공했으니 제작자들이 그런 것을 본보기로 하여 작품을 기획, 제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추가로 ‘부부의 세계’는 지난 해 평단과 관객의 평은 좋았지만 문화적인 차이로 국내에서는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결혼이야기(Marriage Story, 2019)’를 한국적인 드라마로 만들어보자는 전략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 ‘결혼 이야기’는 제목과 전혀 반대로 이혼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면밀하게 그린 영화였다.

 


2020년 4월 12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