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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D-War) LA 촬영 탐방기

'디워(D-War)' LA 촬영 탐방기 09 (도너츠와 블랙커피)

by 김곧글 Kim Godgul 2021. 8. 21. 11:34

2007년에 만들었던 이미지

 

 

(2007년 8월 14일에 적었던 글을 약간 수정해서 재업)

 

 

 

미학으로 분석하면 혼란스럽다. 이런 영화는 분해하지 말고 미덕으로 바라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영화 디워 말이다.

 

 

LA 현지인 스탭들은 심감독을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미스터 심(Mr. Shim)’ 같은 애칭을 불러줘서 친근감을 표현하고 자신은 속물이 아니라는 의사표현을 하는 것이 일상에 배어서 인지는 몰라도 현지인 스탭들은 종종 심감독을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부르곤 했다.

 

 

최근 TV 예능 프로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심감독은 디워 LA 촬영 현장에서 하루 보통 2억 정도 깨졌다고 말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필자가 얼핏 보기에도 그 정도는 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잘 나가는 전문 현지인 스탭들의 임금, 배우들 개런티, 로케이션 사용료, 사무실 임대료, 베이스캠프 운영비, 트레일러 대여료, 식사, 수많은 엑스트라, 한국에서 공수해간 소품 비용...

 

 

움직이는 호텔 수준이라면 과장이지만 움직이는 모텔급 수준은 되지 않았나 싶다. 촬영이 어디서 진행되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한국 현장과 비교한다면 다소 느리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허둥대지 않고 실수를 줄이고 전문가답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낸다.

 

 

여담이지만, LA에 사는 한국인과 동거동락하는 다양한 사람들(남미인, 태국인, 베트남인, 아프리카인, 중국인, 일본인,...)들이 한국과 관련된 말 중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반복하는) 말은 무엇일까? 혹자는 “감사합니다.”, “죄송(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심감독이 요긴하게 써먹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국민 음악 ‘아리랑’도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빨리 빨리”이다. 아마도 그들이 피고용인으로 일할 때 한국 주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빨리 빨리’여서 그럴 것이다. 곰곰이 씹어보면 미담은 아닌 셈이다.

 

 

어디서 촬영하든지 넓은 주차장은 반드시 확보되어 있고, 식사는 훌륭하고, 디저트도 괜찮고, 촬영장에 상시 마련된 간식거리도 요긴했다. 간식거리는 남미부부가 작은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준비해왔는데, 한 번은 라면(누들), 닭도리탕도 있었다. 라면은 그렇다 쳐도, 실제로 한국의 매운 닭도리탕과 거의 똑같은 요리가 남미에도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고추, 감자가 남미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전파되었으니 얼큰한 닭도리탕이 남미 음식으로도 있다고 해서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아침은 원하는 사람만 주문해서 먹으면 됐다. 햄버거, 오므라이스,... 몇 가지 중 기호에 따라 선택해서 먹을 수 있었다. 건강을 생각하고 간단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각종 과일류를 선택했고, 필자는 도너츠에 블랙커피를 자주 먹었다. 아침 일찍 숙소에서 일어나서 간단하게 씻고 차를 몰고 머나먼 현장까지 출근해서 달콤한 도너츠에 블랙커피를 먹으면 (다소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천국의 만찬을 먹은 것처럼 행복했다. 상황 때문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아침에는 도너츠에 블랙커피가 더할 나위 없이 요긴했다. 어차피 맛있는 점심을 잘 먹으려면 아침을 가볍게 먹는 편이 좋았다. 마치 떡볶이와 시원한 보리차가 찰떡궁합이듯이 도너츠와 블랙커피도 그랬다. 조금이라도 늦게 출근하는 날에는 도너츠가 동나고 없는 경우도 흔했다. 필자뿐만 아니라 다른 현지인 스탭들도 도너츠를 좋아했던 것 같다.

 

 

이무기(드래곤)이 감싸고 올라간 73층 건물인가를 촬영할 때는 이무기가 제대로 폼나게 건물에서 놀아난 것과는 무관하게 스탭들에게는 다른 촬영 장소보다는 덜 쾌적했다. 일요일이긴 했지만 중심가 건물이라 큰 식당을 마련하기 쉽지 않았나보다. 건물의 뒤꽁무니에 수화물을 내리고 싣는 어두침침한 주차장에 식당을 설치했는데 가장 별로였던 기억이 난다. 여러 마리의 파리들이 날리고... 이무기는 우아하고 위풍당당하게 기어오른 랜드마크 고층빌딩이었지만 같은 날 스탭들은 그 빌딩의 어두침침한 곳에서 파리들과 함께 점심을 나눠먹어야 했다. 다소 많았던 파리들 때문에 아애 점심을 안 먹은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날 특별히 초대된 일본인 스시 요리사가 직접 손으로 만들어준 초밥, 스시, 김밥 등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라고 말했지만, 일본 요리사는 무뚝뚝하게 대답하지는 않았다. ‘나 일본사람 아냐. 왜냐하면 미국에서 태어났으니까. 그냥 땡큐 하면 돼.’ 라고 속으로 말한 것일까? 아니면 필자의 일본어 발음이 영 별로였기 때문일까?

 

 

계속...

 

 

2007년 8월 14일 (초안)

2021년 8월 21일 (약간 수정)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