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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시) 순수한 영양소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5. 5.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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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영양소


질서는 하늘이 지배하고

무질서는 땅속이 지배한다

질서도 없고 무질서도 없는 곳에서 살 수 없을까?

질서도 없고 무질서도 없는 곳은 없다

절충해야지, 인간 세상에 태어난 이상 별 수 없다


하늘은 무질서를 용인하고

땅속은 질서를 용인한다

하늘도 없고 땅도 없는 곳에서 살 수 없을까?

하늘도 없고 땅도 없는 곳은 없다

무한한 공간이 있을 뿐, 인간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낸 들 별 수 있나


무한은 유한을 필요로 하고

유한은 무한을 필요로 한다

무한과 유한이 균등한 곳에서 살 수 없을까?

시간의 수유로 태어난 존재는 유한할 운명을 타고 난다.

변화가 있을 뿐, 인간 세상에 태어난 이상 생로병사를 피할 수 없다


사랑은 사랑을 낳고

사랑 속에 사랑이 들어있고

사랑 밖에 사랑이 감싸고 있다

사랑 따윈 개나 줘버려, 라고 말하는 자는 사랑에 목마른 자

그는 하늘과 땅을 헤메며

질서와 무질서를 무한과 유한으로 반죽해서

현실을 만들어낸다

사랑은 현실을 잡아먹어 소화해버릴 수 있어도

현실은 사랑을 잡아먹을 수 없다

현실은 소화되어 영양소가 흡수되면 똥이 되어 배설될 수 있지만

사랑은 아무리 어떻게 해도 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순수한 사랑은 전체가 순수한 영양소다


2009년 05월 05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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