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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시(cut-poem)

'짤시(Cut-Poem)' 장르에 관하여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10. 15. 05:06



  

현대인은 가끔 '삼행시'를 짓곤 한다. 문학적인 '시'를 짓는다는 것은 문학에 빠져있는 사람이 아니고는 좀처럼 쉽지 않은데, 삼행시는 누구나 자유분방하게 지을 수 있고, 재능에 따라 깊이감을 더할 수도 있어서 널리 만들어지는 '장르?'일 것이다.


삼행시를 알고있다면 짤시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삼행시와 비교해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지도 모르겠다. 

  

잘 아는대로, 삼행시는 제시된 어떤 단어(고유명사, 사람이름)을 재료로 사용하고, 각 글자를 첫글자로 사용해서 시적인 문장(단락)을 만들어서 일관성 또는 통일성 있는 한 편의 시적인 글(가볍거나 무겁거나)를 짓는 것이다, 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제시되는 재료로써 무릇 한국사람 이름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름의 글자수가 세 글자인 경우가 많으므로 삼행시로 불리게 된 것일 수도 있고, 원래 옛날의 한자 문화권의 시조가 3행이라는 규칙이 있었던 이유의 영향도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무릇 3행이라하면 넓은 의미로 세 단계, 즉, '시작-중간-끝'으로 구분될 수 있고 이것은 대부분의 이야기의 기본 구조라고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삼행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반드시 3행이어야한다는 규칙은 없지만 대개는 3행이고, 3행을 넘어서 4행, 5행이 되어도 무방하나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독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데 힘겨워진다.



그렇다면 '짤시'란 무엇인가? 삼행시에서 제시된 어떤 단어 대신 그림(인터넷 시대 용어로 이미지, 포토, 스틸컷, 짤)을 사용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작-중간-끝'이라는 단계가 어떤 이야기를 만드는데 기본적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림 3장을 사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3장의 그림이 전혀 별개가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마치, 삼행시에서 제시된 단어가 한 단어인 것처럼, 3장의 그림은 간단히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예들 들면, '가을의 공원 풍경 3장', '함박눈이 쌓인 통나무집 3장', '고추장으로 만든 요리 3장', '점프하는 고양이 3장', '여러 배경에 동일한 인물 3장', '어떤 일관된 컨셉(인테리어, 색감, 장식, 패턴, 양식) 3장', '감정을 공유하는 인물들 3장'... 등등이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삼행시에서는 재료가 되는 단어의 글자를 반드시 첫글자로 사용해서 문장을 지었는데, '짤시'에서는 재료가 되는 사진 속의 무엇(명사, 동사, 형용사)를 첫단어로 사용하여 문장을 짓는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그 외, 삼행시도 그렇지만 짤시의 문장(단락)도 길이에 제한은 없다. 다만, 짤시는 시 또는 시조에서 파생된 장르이므로 시와 닮은 정도의 길이가 좋을 것 같다. 너무 길면 관객 또는 독자가 지루해할 것이다. 

  

짤시의 규칙을 간단히 정리하면,

  • 어떤 연관성을 공유하는 사진 3장이 재료로 제시된다.
  • 각각의 사진 속 무엇(명사, 동사, 형용사)를 첫단어로 사용하며 각각의 문장(단락)을 짓는다(서론-본론-결론).
  • (옵션) 사진은 특수한 경우에 따라 4장(기-승-전-결), 5장(발단-전개-위기-절경-결말)을 사용할 수도 있다.
  • (옵션) 문장(단락)의 길이에는 제한이 없다. 다만, 짤시는 시, 시조에서 파생된 것이므로 시적인 글과 닮은 정도의 길이가 좋다.
  • (옵션) 시의 내용이 반드시 그림의 내용과 일치해야한다는 규칙은 없다. 다만, 독자는 시와 이미지를 동시에 감상하므로 감동을 충만하게 총체적으로 깊이 주려면 그림과 문장을 어떻게 연결시키느냐의 기술은 좋은 작품을 구별하는 평가요소 중에 하나이다.




예를 들어, '짤시'란 이런 것이다.





하얀 꽃의 노래를 합창하러 옹기종기 모였던

그 따사로왔던 벛꽃의 시절이 엇그제 같은데




눈발에 발톱이 꽁꽁, 날갯죽지가 꽁꽁.

맑고 고요하게 연주하는 공기의 교향곡을 들으며 잠자는 동식물들아




나뭇가지에 푸른 새싹이 돋아나는 초인종이 울리거든

체력을 보강한 태양이 귀환했음을 알아보고

다함께 뛰쳐나와 봄의 노래와 춤으로 맞이하자.

그리고 찬연한 생명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자. 





(짤시 설명)


위에 재료로 제시된 사진 3장은 '나무에 앉은 새' 라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될 수 있다.

첫번째 그림의 배경에 하얀 꽃이 있다. 그래서 첫번째 단락의 시작을 '하얀'이라는 형용사로 시작할 수 있다.(하얀 색이 쬐끔 있는 게 아니라 눈에 띌 정도로 어느 정도 있다)

두번째 그림에는 나무에 눈이 수북히 쌓였다. 그래서 두번째 단락의 시작을 '눈발'이라는 보통명사로 시작할 수 있다.

세번째 그림에는 화사한 색감의 나뭇가지가 있다. 그래서 세번째 단락의 시작을 '나뭇가지'라는 보통명사로 시작할 수 있다. (참고로, '화사한 나뭇가지'라고 해도 넓은 의미에서 허용될 수 있다. 그러나 세번째 사진이 어둡고 칙칙했다면 '화사한'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할 수는 없고, '나뭇가지' 또는 '잿빛 나뭇가지'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종종 이 블로그에 짤시를 적어볼 생각이다.  

  

  

2012년 10월 16일 김곧글(Kim Godgul)

  


ps: 짤시의 규칙은 2012년 11월 4일에 조금 자유스럽게 변경되었다.


관련글: 짤시의 개선 - 좀더 자유로워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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