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작가 ‘필립 K. 딕(Philip K. Dick)’의 단편소설들을 여러 감독들이 만들었다. 시즌 1에서는 총 10편이 만들어졌다. 시즌 2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그러나 희망적이지 않다. 그렇게 흥행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필립 K. 딕의 소설들은 명성과는 별개로 대중적이지 않은 편이어서 관객의 취향을 많이 타는 편이다. 이번에 발표된 10개의 작품들도 한두 개를 제외하고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속도감 있는 영화 또는 인기 있는 ‘미드’에 익숙한 관객에게조차 몰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매우 흥미진진하게 감상했다. (제목 앞에 숫자는 공개된 순서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
1. The Hood Maker (두건 제작자)
작가의 여러 작품들 중에 염력 또는 텔레파시를 사용하는 초능력자가 종종 등장한다. 여기서는 타인의 생각이나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자가 등장한다. 작가가 그리는 미래 세계의 공기업이나 사기업은 초능력자의 능력을 활용해서 이익을 취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참고로 작가의 장편소설 ‘유빅(Ubik)’은 이런 설정이 잘 녹아 있다. 쉽게 말해서 서로 다른 기업체들이 최신식 창 또는 방패를 만들어 어떤 목적으로 활용한다. 이 단편에서는 경찰과 여자 초능력자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2. Impossible Planet (갈 수 없는 행성)
다소 감상적이고 로맨틱한 단편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개인적으로 남자 주인공이 낯이 익는데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서 나중에 검색해 봤더니, 영화 ‘싱 스트리트 (Sing Street, 2016)’에서 남주인공에게 좋은 레코드를 소개해주고, 끝부분에서는 런던으로 가도록 도움을 준 형을 연기한 배우였다.
3. The Commuter (통근자)
이 단편은 장편영화로 만들어도 될 정도로 고상한 미스터리적인 재미가 훌륭하다. 인물의 정신착란적인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되고 관객은 ‘뭐지?’하는 호기심에 이끌려 인물을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소 모호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는 편이다. 그래도 감상하는 느낌은 좋았다.
4. Crazy Diamond (미친 다이아몬드)
이 단편은 작가의 장편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처럼 복제인간과 인간을 대비시키는 작가의 주력 작품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서 복제인간이 팜므파탈이라는 설정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5. Real Life (실제 세상)
나라는 존재는 꽃잎에 앉아 잠깐 잠들어서, 침대에 누워 쉬고 있는 인간이 된 꿈을 꾸고있는 실제로는 나비인가? 아니면, 피곤에 지쳐 침대에 누워 잠깐 눈을 붙였는데, 초원을 날다가 꽃잎에 앉은 나비가 된 꿈을 꾸는 실제로는 인간인가? 어느 세계가 실제 세상일까? 관객도 끝까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리고 주인공이 어떤 세계를 선택하는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다소 기독교적인 서구문화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가치관에 의해 선택한 것 같다.
6. Human Is (인간이란)
이 단편도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꿈꾸는가?’과 일맥상통하는 주제의식을 전달한다. 복제인간 대신 외계인이라는 설정이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남자들은 다소 싫어하는 내용일 수도 있다. 현실에 비춰서 해석하자면, 다정하고 부드러운 남자가 독단적이고 군림하려는 남자보다 미녀와의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7. Kill All Others (다른 사람들을 모두 죽여라)
이 단편은 미디어를 활용한 정치 선전, 쇠뇌 같은 소재를 다룬다. 확 다가오도록 전달되는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8. Autofac (오토팩)
어떻게 보면 영화 ‘터미네이터 2편’ 또는 ‘매트릭스’를 닮은 내용이다. 인간 저항군이 인공지능 권력자를 파괴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끝에는 매우 큰 반전이 있다. 만약 이 10편의 단편들 중에 장편영화로 제대로 투자해서 잘 만들었을 때 상업적 성공률이 가장 높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라고 하면 필자는 이 작품을 뽑겠다. 시나리오의 짜임새도 상업영화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매우 좋았다.
9. Safe and Sound (안전한 음성)
이 단편도 장편영화로 만들 때 상업적 성공률이 높아 보이는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물론 끝부분이 반전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어야 더 좋을 것 같다. ‘Autofac’이 보편적인 남성취향적이라고 한다면 이 단편은 젊은 여성취향적이라고 볼 수 있다. 혹시, 이들 10편 중에 고상하거나 심리적이거나 난해한 것을 싫어하고 그냥 쉽고 가볍게 볼 수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느낌의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Autofac’과 ‘Safe and Sound’이다. 보편적인 흥미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10. The Father Thing (아버지 괴물)
이 단편도 상업영화로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다소 고전적인 익숙한 설정이 포함되어 있다. 고전 영화 ‘신체 강탈자의 침입(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게다가 다소 위험한 설정이 들어있기도 하다. 만약 주인공 어린학생이 일시적으로 정신착란을 했던 거라면 벌어진 결과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주 끔찍한 일이 된다. 객관적으로 확실한 정보를 좀더 보여줘서 관객도 어린 주인공의 행동을 응원하게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10편 중에 유일하게 공포 장르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후딱 감상했던 작품들이었다. 많이까지 바라면 과한 욕심일 테고, 시즌2 또는 시즌3 정도까지 만이라도 만들어진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참고: imdb.com 에 각 에피소드에 대한 간단한 정보도 있다. (링크)
2019년 2월 3일 김곧글(Kim Godgul)
관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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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 (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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