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태풍 2 (Typhoon 2)
태풍 2 라면 한 박스가 바닥을 드러낼 때가 되니 찜통 여름이 기약 없이 떠나며 툭 하고 내던지고 간 허물일까?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나 본체의 일환 같은 무지막지한 폭풍의 전사를 거느린 진격의 태풍. 가시도친 눈물의 폭풍이 날카롭게 흩날리고 무쇠보다 강한 삼지창의 파도가 안개 낀 규모의 폭포처럼 연안을 박살낸다 개, 고양이, 소, 돼지, 말, 닭, 오리, 나무, 꽃, 풀... 눈에 띄는 미물은 죄다 전율하며 이리 휘청 저리 휘청 만물의 영장 인간도 예외일 리 없다. 까마득한 옛날에, 산등성이 같은 공룡들을 피해 꼭꼭 숨어 살았던 인류와 닮지 않은 인류의 조상처럼 인류는 대자연의 무지성의 변동성에 공포와 경외심을 품고 필연과 우연 사이를 갈팡질팡하는 운명을 해독하려고 발버둥 치며 처세술을 발동하여 순간의 ..
2022. 9. 12. 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