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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주 알파벳/하고(Hago)

하고(HAGO) - 전 세계가 함께 쓰는 문자

by 김곧글 Kim Godgul 2008. 4. 11. 20:05
전 세계가 함께 쓰는 공통 문자가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 비공식적으로 영어식 로마자 알파벳이 쓰인다. 사용 인구수로 치면 중국한자가 가장 많을지도 모른다. '에스페란토'는 인공언어지만 인공문자는 아니다. 로마자를 쓴다. 하고(Hago)는 인공언어는 아니고 인공문자다. 전 세계 다양한 언어를 표기하는 문자로서 다방면에 두루 사용되면 더할나위없이 행복할거다. ^^;

하고(HAGO) 문자체계는 곧글(Godgul)의 자음, 할(Hal)의 자음과 모음을 통합해서 만들었다. 음절은 1열 수평으로 쓴다. 자음문자 30개, 모음문자 16개, 총 46개 문자다. 이중 발음이 같은 문자도 있고, 예비 목적으로 음가(sound value)를 정하지 않은 문자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어떤 특정 언어를 표기할 때는 반드시 모든 문자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실제로 운용되는 문자는 각각 언어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30개~40개 정도 될 것 같다. (그림 설명 중 '원칙' 참고)

'하고(HAGO)' 이름의 기원은 Hal에서 HA, Godgul에서 GO를 가져왔다. 또한 한국어의 조사 '~하고(together, with)'의 뜻도 의식해서 만들었다. 전 세계 다양한 언어가 '함께'사용하는 문자가 되고싶은 바램이 담겨있다.

Hal 이전에 만들어진 곧글(Godgul), 순글(Sungul), 은곧(Eungod), 초글, 곧순... 등은 의도적으로 한글 자모와 많이 닮았다. 새로 추가된 자모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한글 확장형(Hangul extended)'이라고 불리어도 이상할 건 없다. 다만 곧글 모음과 음절 구성법은 한글의 그것과는 다르고 정체성이 구별된다.

할(Hal) 자모도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따랐지만 형태적으로 다르게 생겼다. 비로소 한글과 구별되는 문자체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몇몇 문자는 한글과 같다(ㄱ, ㄴ, ㅇ, ㅅ...) 그러나 이들의 형태는 한글만의 것은 아니다. 그리스 문자, 히랍문자, 키릴문자, 로마자, 한자에도 거의 유사한 형태의 문자가 사용된다.

인류의 모든 문자는 어떤 의미에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는 인류 문자 생활의 범위가 공통적으로 일정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인간이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발음의 갯수도 아마도 80가지 내외로 좁혀질 수 있다. 문자도 비슷한 맥락으로 예상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인간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이고 시각 능력, 뇌의 능력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즉각 인지해야하는 자음과 모음의 형태는 어떤 기하학적 범주내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수직선, 수평선, 사선, 원, 뚫린 원, 물결 또는 구름 형상 곡선, ... 그리고 거의 대부분 2획 또는 3획에 써진다.

우연히 서양인이 쓴 문자 관련 책을 읽어보면 대개 한글을 중국한자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인터넷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한글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이 한글을 보면 즉각적으로 한자를 쉽게 쓴 문자로 간주한다. 일본문자(카타카나)와 같은 맥락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유럽쪽에 중국문화와 일본문화가 동양문화의 대부분으로 인지되었기때문인지도 모른다.

UFO를 타고 지구에 우연히 방문한 외계인이 지구인의 스포츠를 흘낏 관찰하고 이렇게 본부에 보고할지도 모른다. "지구인들은 거의 똑같은 스포츠를 즐긴다. 평면 바닥에서 동그란 공을 주고 받고 한다. 거의 그렇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테니스, 핸드볼... 우리 눈에는 명백히 구별되지만 생전 처음보는 외계인에겐 그게 그거처럼 보일 것이다.

즉, 중국한자, 일본문자, 한글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외계인에게 축구, 야구, 농구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맥락으로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에게 시간을 할애해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우리내의 눈에는 분명이 구분되기 때문이다. 그런 인지능력의 눈을 가졌고, 로마 알파벳, 키릴문자(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때문에 키릴문자가 sbs 공중파를 타고 국내 안방 화면에 지천으로 뿌려졌다), 그리스문자(고교시절 수학책에서 우리의 뇌를 찔렀던 문자)를 조금이나마 아는 사람이라면 HAGO 문자체계가 한글 문자체계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할수 있을거다.

'하고(HAGO)'가 한글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한글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 하고(HAGO) 문자체계가 한글 문자체계와 구별될 만큼 달라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곧글, 하고 문자 체계는 한글과 같다 (또는 그다지 구별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곧글, 하고'로 써진 단어, 문장을 한글 읽듯이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증거다. 그러나 곧글, 하고 문자를 쉽게 읽는 사람은 없다. 만든 나 자신도 아직인데 한두 번 봤던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 어쩌면 '타이포그라픽 수준이냐 ? 새로운 문자 체계냐?'를 구분하는 잣대일지도 모른다. 곧글, 하고로 써진 단어가 누군가에게 비교적 쉽게 읽혀진다면 한글 타이포그래픽 수준이고 쉽게 읽혀지지 않고 설명 찾아보고, 읽고, 찾아보고 읽고 한다면 새로운 문자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여담이자 개인적인 에피소드다. 초글, 순글, 곧글을 처음 구상해볼때는 한글 문자를 활용한 문화상품을 기획하면서 시작했다. 또한 LA에서 본토발음으로 Las Vegas를 '라스 베거스'로 발음 안하고 '라스 베이거스'로 발음하는 걸 특이하게 여겼고(철자 e 발음을 그냥 [e]로 읽지 않고 [ei]로 읽는다), LA에 걸린 알파벳의 3분의 1은 스페인어(라틴어계열)인데 그것을 스페인식으로 읽어야할지 미국식으로 읽어야할지 혼동됐었다. 결국 두 세 가지로 발음되는 경우도 많았다. 정확성을 위해 스펠링을 말하는 경우가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종종 나온다. 이런 느낌은 한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경험이다. 한글은 대부분 써진 대로 읽으면 되기 때문이다. 전국 공통이다. 별것도 아닌 특이한 경험이 문자와 언어에 대해 좀더 생각하게 됐다. 한글의 경제성, 편리성, 단순성, 명확성, 확장성은 영어식 알파벳 철자법과 비교하면 월등히 우수하다. 물론 각자 장단점이 있고 각자의 언어에 어떤 형태의 문자가 유용한지를 따진다면 또 다른 문제이긴 하다.

어떤 미국인이 내가 한글로 이메일 쓰는 모니터를 흘낏 보더니 혀를 차고 가버린다. '저런 걸 어떻게 알아보고 쓰지?' 하는 표정을 짓고 말이다. 그네들이 보기엔 그렇게 보이나보다. 마치 한국인이 아랍문자를 보고 혀를 내두루는 것과 비슷한지도 모른다. 서양인의 입장에서 아랍문자는 우리네와는 달리 좀더 친숙한 편이다. 로마자와 같은 조상뻘 문자이고 알파벳 필기체라면 아랍문자와 유사해보기도 하기때문이다.

이런 사소한 경험들은 한글에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언젠가 국내 TV에서 한글 문자를 그래픽 활용해서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쇼를 해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패션디자이너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글을 활용한 뭔가를 할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한국어 발음에 없는 F, V, CH, SH, TH ... 을 발음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들어서 '초글', '순글' 만들다가 좀더 독창적이게 만들 필요성을 느꼈다. 문화상품보다 좀더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존재성을 내가 죽더라도 남겨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소설가, 화가가 빵부스러기를 스프에 찍어먹으며 근근히 연명하며 불멸의 작품 창작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러 사람에게 유익하고 (인류 문화 유산이고) 나에게도 유익하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다)

주변 반응은 싸늘했지만 개인적으론 너무 재밌었고 흥분되기까지 했다. 세상 사람이 모르는 동굴을 나혼자 탐험하는 느낌이었다. 인디에나 존스가 된 느낌이었다. 그래서 좀더 독창적이게 곧글 음절 표기법, 곧글 모음(곡선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몇 달 쉬었다. 다른 일에 전념했었다. 그러다 작년 가을부터 다시 틈틈히 손대기 시작했다. 결국 오늘 하고(Hago)를 만들게 됐다. 결정적으로 두 개로 압축된다. 곧글(Godgul)과 하고(Hago)다. 곧글의 장단점이 있고, 하고의 장단점이 있다. 둘은 전 세계 여느 문자체계와 구별된다. 한글과도 구별된다. 두 명의 자식을 낳은 기분이다. 앞으로도 계속 윤택하게 다듬고 성장시켜야겠다.

2007 04월 11일 김곧글 Kim Godgul

ps: 2008 04월 18일 그림 내용 추가함
장음 표기법
약한 모음 표기법
'ㅇ'[음가 없음] 사용 관련
샘플 문장 ("All human beings..." 발음되는 대로 표기, 로마자 1대1 변경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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