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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주 알파벳/영상문자(Moving Script)

영상문자(Moving Script) - 영상으로 표기하는 문자 (개요)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6. 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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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에서 화면의 움직임으로 문자를 인지할 수 있다. 영상의 움직임은 카메라의 움직임도 있고 영상편집으로 인한 움직임도 있다. 이러한 영상의 움직임이 보통 2차원 평면에 선(line)으로 쓰는 현존 문자를 대용해서 표기할 수 있다. 영상으로 표기하는 문자를 '영상문자', '영상 알파벳', 'moving script', 'moving alphabet'이라 한다.

주의할 점은 동영상에 표시되는 자막, 동영상 속에 텍스트(예, 간판, 이정표, 현수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타이틀 시퀀스에 사용되는 모션 그래픽으로 디자인된 움직이는 문자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선(line) 또는 점(dot)이 움직이는 특이한 창작문자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동영상 속의 사물 중에 문자의 형태와 닮은 것(예, 선풍기는 'ㅇ(이응) 또는 'O'(로마자 오)를 뜻한다')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현존하는 문자체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들과 여기서 말하는 영상문자의 차이점은 정지된 화면에서 문자를 인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즉, 정지된 화면에서 문자를 인지할 수 있다면 기존 문자체계이고, 움직이는 영상으로만 문자를 인지할 수 있을 때 비로서 '영상문자'라 말할 수 있다.

실사영화에서 동영상의 겉모습은 평면에 보여지므로 비록 2차원이지만 내용물은 3차원이다. 카메라는 3차원으로 움직이고 영상편집도 3차원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줌인(Zoom-in), 줌아웃(Zoom-out), 패닝(Panning), 트래킹(Tracking), 스태디캠 등으로 정육면체 영상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한다. 이런 이동 궤적은 보통 문자의 선(line)으로 인지될 수 있다. 기본 원리가 그렇고 영상의 다양한 움직임은 현존 문자에서 어떤 선과 대응한다고 정의할 필요가 있다.

영상의 4각 프레임 내부를 정육면체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 좌우 트래킹(left or right tracking) : 수평선
  • 대각선 트래킹(diagonal tracking) : 사선
  • 틸트 업, 틸트 다운 (tilt up or tilt down) : 수직선
  • 전방 트래킹(forward tracking) : 점
  • 후방 트래킹(backward tracking) : 원
  • 좌우패닝(left or right panning) : 반원
  • 줌인(zoom-in) : 점
  • 줌아웃(zoom-out) : 원
  • 페이드아웃(fade-out, 차차 어두워짐) : 점
  • 페이드인(fade-in, 차차 밝아짐) : 원
  • 디졸브(dissolve, 겹쳐짐) : 쌍자음, 이중모음, 장음
  • 촛점(focus)를 멍하게 날린 상태에서 제대로 맞춤 : 점
  • 촛점(focus)를 맞춘 상태에서 멍하게 날림 : 원
  • 화면분할 : 각 화면의 요소가 즉시 결합
  • ...... (추후 포스팅)
  • 그 외에 편집 기법도 정의할 수 있다. (추후 포스팅)

위에 항목들은 영상문자를 이루는 기본 요소들이다. 마치 기존 문자들이 수평선, 수직선, 원, 반원, 사선 등의 기본 요소로 이뤄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위의 항목을 어떻게 배열하고 묶느냐에 따라 영상문자는 수없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다. 기존 문자에서 2차원적인 기본 요소로 이뤄진 수많은 문자체계(예, 한글, 로마자, 카타카나, 한자, 그리스문자...)가 만들어졌듯이 영상문자에서도 3차원적인 기본 요소로 이뤄진 수많은 영상문자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예, 좌우트래킹(수평선)+틸트다운(수직선)='ㄱ', 틸트업(수직선)+줌아웃(원)='P'...)

한편, 이런 의혹이 떠오를 수 있다. "대개 영상에서는 무수히 많이 사용되는 움직임들이 있는데 순수한 영상으로 사용되는 경우와 영상문자로서 사용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까?" 영상문자가 넣어졌을 때는 프레임이 살짝 좁혀진다던가, 프레임 모서리에 원, 사각형 같은 작은 도형이 점멸한다던가(이 경우에는 특수한 안경을 썼을 때만 보이게 만들 수도 있음) 하는 기법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또는 영상 속에 작은 영상이 구석에 넣어졌다면 그 영상의 움직임은 영상문자가 담겨있다고 전제하는 방법도 있다. 그 외에 창조적인 여러 방법을 만들 수 있다.

실제적으로 영상문자를 첩보영화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영상은 그저 흔한 다큐멘터리인데 영상 속에 어떤 문장, 메시지가 스며들어가 있다는 설정이다. 영상문자를 알고 있는 자가 아니라면 '러셀 크로'가 주연했던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정도가 해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영상문자의 대략 개요였다. 영상문자가 어떻게 쓰여질지 명확히 예상할 수는 없다. 문자를 정지화면이 아닌, 정지화면에서는 불가능하고 움직이는 화면에서만 독해될 수 있는 영상문자는 지금까지 없었던 문자체계다. 필요하지 않으니까 안 만들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영상문자는 이런 것이고 구체적으로 하나의 영상문자를 만들어 포스팅할 계획인데 시간이 웬만큼 걸릴 것 같다. 

2009년 6월 21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