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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주 알파벳/그룬(Grune)

그룬(Grune) - 룬(Rune) 문자 옷을 입은 곧글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10. 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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룬(Rune) 문자는 로마자(Roman Alphabet)가 기독교를 업고 유럽 전역에 퍼지기 이전에 사용되었던 문자였다. 대개는 지배계층과 주술사가 사용했을 것이다. 현재에는 서양에서 점성술이나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때 소품으로 쓰이곤 한다. 서양 판타지 소설, 게임, 영화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주로 바이킹(Viking)족이 사용했던 문자로 알려졌지만 조금씩 다른 모양으로 유럽 전역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룬문자는 완전히 해독되지는 않은 것 같다. 로마자나 그리스 문자처럼 안정된 문명의 지원이 없었기 때문에 체계화되지 못 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대개 돌이나 장신구에 새겨진 것만 전승되었기 때문에 자료 면에서도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어떤 문자들이 어떤 음가를 지녔다고 대략 정리는 된 듯하다. 로마자처럼 일정한 개수의 문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상의 룬문자가 많아서 로마자처럼 심플하게 정리할 수 없을 뿐이다. 룬문자의 형태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뭇가지를 닮았다. 수많은 세월 동안 인간에게 무의식적으로 친숙한 자연물은 모름지기 나무일 것이다. 현대 과학자들은 공룡이 지구를 한창 지배하고 있을 때 인간의 조상은 다람쥐 마냥 나무에서 살았다고 예상한다. 인간이 인간적인 삶을 유지하는데 나무 없이 가능했던 적은 없었고 현재도 그렇다. 인간의 의식주는 직간접적으로 나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간이 문자를 창조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무 형상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문자의 형태는 나무의 형태를 닮았다고 생각하고 두루 살펴보면 그런 것처럼 보인다. 특별히 룬문자는 더 그래 보인다. 바이킹이 지배했던 울창한 숲에 침엽수가 떠오른다. 하늘을 찌를 듯이 곧게 뻗은 침엽수.

한글 자음에 룬문자의 조형성의 옷을 입혔다. 단어로 써진 문자를 얼핏 보면 룬문자처럼 보이지만 동일하지 않다. 룬문자와 똑같이 생긴 것도 몇 개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무엇보다 모음을 쓰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1개 문자가 음절로 쓰이기도 하고 음소로 쓰이기도 하고 한자처럼 개별적인 뜻이 들어있기도 한 룬문자는 로마자 대문자처럼 각 문자를 1열 횡대로 나열해서 쓰는 반면, 여기 올려진 문자의 모음 표기는 이전에 발표했던 웅그리(Woongry)류처럼 상하좌우 4방향을 사용하는 체계다. 따라서 써진 단어는 룬문자와 다른 조형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이름은 '그룬(Grune)'이다. 곧글(Godgul)의 'G' 이니셜과 룬(Rune) 글자를 붙여서 만들었다. 그 외에 떠올랐던 이름으로는 '사슴(deer, 사슴 뿔을 닮았기에)', '란글(Rangul)', '훈(Hune)', ‘하룬(Harune)’ 등이 있었다.

그룬의 조형적 특징
  • 모든 자음은 몸체로서의 수직선을 동일한 길이만큼 지닌다.
  • 모든 자음은 수평선을 지니지 않고 수직선, 사선만을 지닌다.
  • 자음에 수평선이 붙은 것은 모음의 요소가 결합된 것이다.
  • 모음은 초성 자음과 결합되어 표기된다. (단, 'ㅡ', 'ㅣ' 모음과 이중모음에서 첫 번째 모음 문자 이후의 것은 결합되지 않는다)
  • 글자는 수평으로 쓴다.

동양적인 또는 한국적인 판타지 장르 만화, 소설, 영화를 만들 때 유럽에서 동양으로 이동한 요정, 정령 종족들이 사용하는 문자라고 설정하면 그럴듯하게 재밌을 것 같다. 유럽 고대를 대표하는 주술적인 룬문자를 사용했던 어떤 종족의 일부가 어찌어찌하여 동양으로 이동해서 정착했는데 세월이 흘러 룬문자의 형태가 독특하게 변화되었다는 설정이다. 그래서 동양에 정착한 서양 요정, 정령들이 마법을 부릴 때는 그룬(Grune) 문자로 써진 문서를 읽어서 주문을 외운다.

한편, 룬문자, 그리스 문자는 한글의 조형성과 닮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한글이 룬문자, 그리스 문자의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나무의 조형성에서 편안함을 느끼는데 문자에도 적용되어서 룬문자, 그리스 문자, 한글은 나무의 조형성을 다른 문자들에 비해 좀더 의식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원이 많은 로마자 소문자는 여성적인 매력이 있고, 수평선과 수직선이 많은 한글은 중성적인 매력이 있고, 수직선과 사선이 많은 룬문자는 남성적인 매력이 있다. 그룬도 수직선과 사선이 많지만 독특하게도 모음으로 사용되는 작은 원 또는 왕점이 첨가되어서 마치 나무에 매달린 열매처럼 보인다. 그룬문자의 모양새에 큰 거부감 없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면 혹시 인간의 집단적인 원형 무의식에 '열매가 매달린 나무를 보면 기분이 좋다'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와는 별도로 모음과 결합한 그룬의 음절은 서양 악보에 쓰이는 음표를 닮기도 했다.

2009년 10월 10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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