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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새도우 헌터스 : 뼈의 도시 (The Mortal Instruments: City of Bones, 2013) 감상글)

by 김곧글 Kim Godgul 2016. 6. 15. 13:44




현대 뉴욕에 어두운 마법의 세계가 일반인들의 삶 속에 은밀하게 혼재하는 세계관은 수많은 장르 소설과 영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계관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도쿄를 배경으로 수많은 애니메이션의 세계관으로 등장했었다. 생각해보니까 외계인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맨 인 블랙‘ 영화가 이런 세계관 패턴을 차용한 것일 것이다.


이 영화가 좀 더 잘 만들어졌다면 영화 ’언더월드(Underworld)’처럼 시리즈로 진작에 이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나름 공신력이 있는 세계관과 스케일에 비하여 이야기를 엮어가는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너무 협소하다. 초반에 여주인공이 악인으로 오해하면서 만나게 된 남자와 사랑으로 발전할 뻔 했는데 사실은 남매였고, 무찌르려고 했던 악의 진영의 우두머리가 사실은 아버지였다니...허허허. 물론, 어느 정도 이럴 수도 있다. 수많은 이야기에서 이런 인물 관계를 많이 사용한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재밌어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도 주인공 스카이워커의 아버지였지 않은가?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내용이나 인물관계가 아니라 치밀하지 못한 액션에 있다. 어쩌면 이런 장르 영화를 보는 재미는 새로운 스토리나 인물이 아니라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는 액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액션이 다소 엉성하고 허술하다. 마치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동화풍 영화에서 사용될 정도의 액션이다. 약간 독하게 말하면 영화 '나홀로 집에'에서 표현될 수준의 액션이다. 적어도 영화 ‘언더월드(Underworld)’ 정도는 되었어야 재미 지수가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단점만을 얘기하고서도 이 영화를 중간에 멈추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여주인공 클레리 프레이를 연기한 ‘릴리 콜린스(Lily Collins)’의 매력 때문이다. 수많은 영화 중에 어떤 영화를 선택해서 끝까지 감상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객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대개 선호하는 감독의 작품, 좋아했던 원작소설을 영화화, 좋아하는 특정 장르, 좋아하는 이야기 또는 캐릭터, 좋아하는 주인공 또는 조연 남녀 배우, (문뜩 혼자 있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아무거나 보는 것은 제외) 등등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필자가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 가장 큰 영향력은 ‘릴리 콜린스’의 빠져들게 하는 연기+매력 때문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그녀만의 독보적인 특유의 매력이 살아있다. 비록 영화는 그냥 그런 재미일 뿐이지만, 릴리 콜린스가 주인공이니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계속 보게 되는데 그 어떤 특유의 매력에 빠져들기에 충분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배우는 연기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관객을 매료시키는 자신만의 매력을 뿜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반드시 ‘예쁘다’, ‘여자여자하다’, ‘강렬하다’는 것과는 다소 높은 차원의 문제이다. 배우의 연기력을 소설에 비유하자면 시간과 공간성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문장 지식, 해박한 지식으로 상징성과 메시지와 은유를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심어 넣을 수 있는 사고력, 그리고 단락, 플롯을 잘 엮어내는 구성력이라고 볼 수 있다면, 배우의 자신만의 독보적인 매력은 소설에서의 '문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문체가 독자를 매료시키면 앞에서 말한 문장 지식, 상징성, 메시지, 플롯 구성력... 이러 거 다 필요없다. 독자는 재미가 있건 없건 끝까지 읽어내려간다.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다 캐릭터가 어떻다 주절댄다. 개인적인 생각에 배우의 연기력과 매력의 관계가 이런 거라고 생각된다.


최근 며칠 동안 릴리 콜린스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 연기를 하느라 국내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길게 머물러 있다. 출연 분량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릴리 콜린스가 영화와는 무관하게 여유를 갖고 머물면서 촬영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개 헐리우드 스타들이 국내에 입국 하자마자 살인적으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출국하는 것과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각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릴리 콜린스가 국제적인 스타 감독 봉준호의 ’옥자’ 영화에서 좋은 연기와 매력을 보여주고 한국의 이런 저런 곳을 잘 관광하고 '다시 방문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출국하게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옥자 영화도 매우 기대된다.

  
2016년 6월 15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