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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프로메테우스(2012)

by 김곧글 Kim Godgul 2012. 9. 29. 18:04



  

개봉 전에 기대한 것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여느 관객이 혹평을 한 것처럼 전혀 망작까지는 아닌 것 같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개봉 전에 수많은 팬들에게 큰 기대감을 주며 유혹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진시황이 불노초를 찾아 사방을 헤맸듯이 생명 연장의 해법, 인류를 만든 외계인을 찾아 재벌이 직접 머나먼 우주 저편 슈퍼지구(지구와 환경이 비슷한 행성)으로 날아간다는 이야기는 미래에 충분히 있을 법해 보인다. 개연성이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인류와 유전자가 동일한 타이탄 외계인이 지구인을 멸종시키려고 특별히 만든 일종의 유기체 병사(마치 스타워즈에서 클론 병사) 같은 것이 '에일리언' 괴물의 실체라는 설정이 그렇게 썩 매력적이지는 않게 느껴졌다. 고대에 지구를 방문해서 인류를 교화하기도 했고 자신을 만나려면 어디로 오라고 벽에다 그림을 남겨놓기도 한 타이탄 외계인이 실제로 자신들이 거주하는 곳이 아닌, 살인 병기 에일리언을 생산하는 공장에 해당하는 지점(행성)으로 찾아오도록 한 것도 설득력이 부족했다. 

  

에일리언 시리즈의 패턴이라고 볼 수 있는 최후까지 살아남은 1인에 대당하는 여류 고고학자가 안드로이드의 도움으로 외계인 우주선을 타고 타이탄 외계인의 행성을 향해 떠나는 장면도 다소 생뚱맞은 결말인 것 같다. 더불어 타이탄의 몸에서 아기 에일리언이 태어나는 것을 끝장면에 배치하면서 다음 편 영화를 기대해달라고 암시하는데, 별로 기대되지는 않았다.  

  

고고학자 두 사람이 나오는데 물론 영화에서 고고학자가 너무 고고학자스러울 필요는 없지만 이들은 너무 고고학자답지 않게 느껴졌다. 남자도 그렇지만 특히 주인공에 해당하는 여류 고고학자는 원래 연기가 나빴다는 뜻이 아니라 이 영화에서 고고학자 출신 캐릭터에는 꽤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그랬다. 인상이나 행동이나 기계를 잘 다루는 엔지니어 출신 같은 느낌이 강했다. 최후까지 살아남은 인물에 비하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주인공 특유의 매력이 없는 편이다. 이것을 거장의 새로운 영화적 시도라고 볼 수도 있고 놓친 부분으로 볼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인물들의 연기가 썩 괜찮지 않았다. 그냥 그저 그랬다. 그나마 안드로이드의 연기가 나름 괜찮았고, 유일하게 샤를리즈 테론이 각선미만 매끄러운 것이 아니라 연기도 매우 매끄러웠다.  

  

타이탄 외계인이 지구인을 멸종시키기 위해 우주선을 이륙시키자 선장과 항해사 2명이 거의 반사적인 결단으로 가미가제식 살신성인이 된다는 장면도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고 생뚱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들에게 빠져들만한 장면이 이전에 없었기에 그들의 살신성인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은 것 같다.

  

우주선이 세련되지 못한 것을 제외하고 자연 풍경이라든가 소품 비주얼은 괜찮았는데(그러나 전자기기들의 홀로그램 영상은 다소 산만해보였다. 좀더 심플하게 표현하면 좋았을 것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핵심 줄거리도 특별히 매력적이지 않았고 시나리오의 세세한 장면도 다소 최적의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 시나리오가 다소 덜 다듬어진 느낌이 들었다. 좀더 매끄럽게 다듬어져야할 부분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그래도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여류 고고학자가 자신의 배속에 들어있는 에일리언을 강제로 끄집어내기 위해서 최첨단 자동 치료 장치에 들어가 응급 마취만으로 외과수술을 강행하는 장면, 그리고 생생하게 꿈틀대는 에일리언을 피해서 그 기계를 빠져나오는 장면까지 제대로 긴장감이 전달되었다. 이 영화에서 인정해줄만한 장면이였다. 


  

워낙에 기대를 많이 받았기에 실망한 관객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겠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이전 작품들도 주류적 특징과 비주류적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고 큰 실패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거장 감독이 다작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흥행에 실패해도 좋으니까 노환으로 죽기 전까지 많은 작품을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2012년 9월 29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