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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크루엘라(Cruella, 2021)

by 김곧글 Kim Godgul 2021. 6. 2. 17:10

 

 


주조연 캐릭터들은 매우 개성있고 건물과 의상과 소품 같은 미술도 멋졌다. 그러나 스토리가 ‘디즈니라는 정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조약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을 선호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트레일러에서 느껴졌던 강렬한 매혹의 기대치보다 못 미쳐서 아쉬웠다. 그러나 요즘 시대 젊은 관객들 중에 아마도 패션 업종에 관심 많은 여성들에게는 매우 매혹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녀들을 위한 디즈니에서 선사한 ‘다크 동화’이다.

 


실제 업종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패션 업종을 다룬 인기를 끌었던 영화들을 보면 대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독재자 패션 디자이너가 등장해서 주변 사람들을 종처럼 부려먹으며 그들중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자를 발견하는 순간 흡혈귀처럼 빨아먹고 휴지조각처럼 버리는 클리세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현실순응적인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런 악녀에게 정면으로 대적하는 입장에 서고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 의미있는 승리를 쟁취한다. 여기에 이 영화에서는 디즈니 명함에 잘 어울리게 고전적인 어린이 동화들에서 많이 사용되었던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 카드가 사용된다. 매우 보잘 것 없고 불행한 처지의 주인공에게 나중에 들어난 사실은 주인공이 실제로는 훌륭한 가문 또는 매우 부유한 가계의 후계자라는 사실이다. 갑자기 왕국을 적에게 빼앗기고 가까스로 목숨만을 건지면서 탈출한 어린 왕자가 하찮은 신분의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성장하며 세상의 풍파를 잘 견뎌내고 성인이 되어 자신의 왕국을 되찾는 이야기의 동화를 고전적인 어린이 동화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것을 현대적인 영화에 잘 녹여낸 영화일 것이다. 여기서 잘 녹여냈다는 것은 보편적인 관점은 아니고, 관객의 취향과 선호도와 선입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이야기와는 별개로 주연 ‘엠마 스톤’과 조연 ‘엠마 톰슨’의 강렬한 캐릭터 연기를 감상하는 것 자체가 흥미롭고 의의가 있다. 혹시 스토리가 식상하다고 느끼는 관객은 이 부분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2021년 6월 2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