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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칼럼] 그저 핫한 거리를 걸으면서 찍는 동영상 콘텐츠

by 김곧글 Kim Godgul 2021. 6. 21. 16:57

인터넷 검색

 

 

 

유튜브를 살펴보다보면 다소 색다른 동영상을 접하게 되는경우가 있다. 나온지는 좀 됐지만 이런 것도 그중 하나이다. 뉴욕 같은 세계 최대 대도시의 거리를 촬영자가 그저 걸어가면서 또는 일시적으로 서서 찍은 동영상이다. 편집도 거의 없다. 최대한 고화질로 촬영하는 것이 그저 추세일 뿐이다. 뉴욕이니까 전 세계가 선망하는 도시니까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반드시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개는 그렇다) 그냥 거리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컨텐츠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서울의 거리도 이런 식의 동영상 컨텐츠가 올라오는 것 같다. 정말 아무런 내용도 없다. 그냥 거리를 걸어가면서 일종의 도시의 거리 풍경을 촬영한 동영상이다. 아직은 초창기라 서울의 유명한 거리 위주로 올라오는 편이다. 신사동 가로수길, 2호선 강남역 번화가, 한남동 번화가, 신촌, 북촌 한옥 마을... 

 

 

이런 동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재미(흥미, 관심)은 무엇일까? 우선, 시청자 타겟이 한국에 관심 있는 외국인을 염두해 두는 것 같다. 제목과 설명이 영어로 써진 경우가 많다. 외국인들이 한국 TV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에서 본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마치 실시간으로 직접 걸어가는 것 같은 착각의 느낌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마치 어떤 한국인이 뉴욕, 런던, 파리, 도쿄 같은 도시를 같은 방식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또는 좀더 실리적인 것에 집중하는 사람은 자신이 관심 있는 어떤 대도시의 번화가의 멋잇는 건물 형태, 인테리어(비록 외형이지만), 색감, 간판, 다양한 글자들, 디스플레이, 홍보물,... 등등에 관심을 갖고 감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이라면 기존의 구글이나 네이버의 스트리트 사진으로도 어느정도 충족될 수 있다. 다만, 스틸 사진 밖에 없다는 점, 초저녁, 야경 또는 우천이나 눈이 내리는 거리 등의 아름다운 경관이 따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또는 의류나 패션에 관심 많은 시청자는 거리를 걷는 젊은이들의 의상을 보며 최근 보통 젊은이들이 저렇게 입고 다니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수십년 전에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는 일본 패션 관련 잡지에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 사진이 인기가 있었고 그것을 참고하는 의류 종사자들이 있었다). 또는 도시라는 것 자체에 관심이 있는 어떤 학구적인 시청자는 나름대로 다방면(도시 조경, 청결, 교통, 시민의식,...) 관점으로 살펴볼 것이다. 또는 어떤 평범한 사람은 (핫한 거리다 보니까) 드물지만 예쁜 여자를 또는 멋있는 남자를 화면정지하고 좀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을 즐길 것이다. 이런 핫한 거리를 직접 가서 살펴보는 것이 100번 좋지만, 꼭 코로나 팬데믹 때문이 아니더라도 그럴 수 없는 현실적인 여러 문제로 인하여 동영상으로나마 살펴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 젊었을 때는 이 거리 저 거리를 두루 쏴돌아다니곤 했었던 시절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럴 일이 없어서 안 갔었다가 이런 동영상을 보면서 '음... 많이 달라졌네, 역시 한국인은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 만드는 걸 좋아해. 저 여자는 정말 예쁘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신선한 느낌으로 감상했다. 

 

 

아래는 예를 들어 어떤 유튜버들이 올린 한국의 서울의 번화가 한남동, 강남, 그리고 일본의 번화가를 촬영한 동영상이다. 필자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 나름 흥미로움을 느끼는데 어떤 시청자는 이런 것을 왜 보는지, 뭘 보라는 것인지, 하나도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동영상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모든 컨텐츠가 호불호가 갈리기는 한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거리를 촬영한 동영상(아래 세 번째)에서 한국 문화와 다른 점이 보였는데, 동영상 촬영자가 촬영을 하는데 맞은 편에서 예쁜 여자 두 명이 걸어오다가 카메라를 발견하고 V자 모양 손가락 인사를 건넨다. 촬영자는 약간 당황해서 카메라의 시선을 조금 회피한다. 그런데 두 여자는 오히려 좀더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서 "이게 뭔가요?"라는 질문을 먼저 했다. 카메라맨이 '유튜버'라고 대답하고 평범한 짧은 대화가 오간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이렇게 먼저 장난을 걸어오는 여자들이 없는 편이다. 전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의 사소한 차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런 일상문화는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비슷해질 것이다)

 

 

추가로, 아마도 나중에는 최근에 핫한 가상세계에서도 이런 비슷한 것(그냥 가상세계의 거리를 촬영한 것)을 올리는 동영상 컨텐츠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를 하는 등 게임을 하거나 상호작용을 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 성격의 거대한 가상세계의 어떤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촬영한 동영상을 올리는 것을 말한다. 이것도 가상세계가 점점 더 실제 세상과 비슷하게 발전하면 할수록 호응을 얻을 것 같다.

 

 

이 글과 관련해서 필자같은 경우에 수개월 전에 이런 계획을 하기도 했었다. 거리를 다리면서 적당한 곳에 일종의 낙서(grafitti)을 하면 어떨까? 그렇다고 '뱅크시(Banksy)'나 '카우스(Kaws)'처럼 예술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려서 안 되겠고 필자 같은 경우에는 '곧나모(Godnamo) 문자'로 짧은 단어를 적는 것이다. 예를 들면, BLESS, LOVE, BITE, RIDE, SPREAD, INSERT... 또는 이런 곧나모 글자가 적힌 작은 스티커를 빨리 붙이고 그 자리를 서둘러 뜨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잘못했다간 추적당해서 벌금을 물을 수도 있으니 가능한 벽이나 기둥을 잘 선별해야 한다. 그러나 도쿄, 뉴욕, 파리, 런던...에 여행가서 이렇게 한다면... 어차피 귀국을 하니까 크게 문제가 될 소지는 없을 것이다. 혹시 언젠가 서울의 어떤 거리를 걷다가 이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곧나모(Godnamo) 문자로 써진 낙서를 보게된다면, 필자가 이곳에 와서 뻘짓했구나,라고 추측하면 될 것이다. 

 

 

2021년 6월 2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