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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모럴 센스 (Love and Leashes, 2022)

by 김곧글 Kim Godgul 2022. 2. 14. 20:21

 

 
이 영화가 기존의 동류의 작품들과 차별되는 점은 현시대 평범한 관객들이 부담없이(또는 약간의 부담감만을 짊어지고)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대중성을 잘 수용한 작품 중에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연작이 있을 것이다. 영화 ‘모럴 센스’는 이 작품보다 좀더 밝고 현실적인 현시대의 보통 중산층을 타겟으로 만든 작품인 듯하다. 이런 장르의 서양 또는 일본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비밀 조직, 초권력자, 모델 뺨치는 외모의 시녀들... 이런 클리세는 이 작품에 등장하지 않는다. 인물과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이 그런 세계가 아니라 현시대의 흔한 직장이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 전 세계적으로 잘 만들어지지도 않고 또한 흥행이 거의 안 되는 ‘로맨틱 코메디’ 장르라는 점도 차별적이다. 너무 진지해도, 너무 웃음을 유발하려고 오버해도 안 좋은데 이 작품은 그 수위를 잘 조절한 것 같다.
 

약간의 아쉬운 점을 굳이 말하자면, 이것보다 약간 더 깊게 남녀 주인공을 그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다. 남주인공이 받은 강한 충격 또는 스트레스가 단지 여자친구와의 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남모르게 겪는 이런저런 일들, 인간관계에서 겪는 일들... 또한 여주인공한테도 마찬가지를 적용할 수 있다. 특징적인 인물 설정은 다소 심플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루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좀더 입체적으로(다층적으로) 다뤘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영상미는 로맨틱 코메디라서 이해는 가지만 좀더 뭔가를 가미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다소 밋밋한 영상미가 아쉬웠다. 화사한 색감의 드라마적인 영상미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재밌거나 흥미로운 상상씬(만화컷, 애니메이션, 사람처럼 행동하는 반려동물, 움직이는 인형, 그런 도구(채찍, 수갑)들이 말하거나 살아서 움직이고 반응하는 코믹한 장면...)을 가끔 활용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 영화의 장점과 의의는 오로지 흥행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현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인격의 사람들을 위한 긍정적인 수용의 메시지를 담으려는 시도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물론 영화가 반드시 이래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재벌이나 그에 준하는 성공을 거머쥔 희소한 남주인공이 '캔디'나 '달려라 하니' 같은 성격의 평범하고 수더분한 여주인공을 만나서 이런 이야기를 펼쳤더라면, 아마도 흥행에는 매우 도움이 됐을지 몰라도, 현대인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는 작품성은 떨어졌을 것이다. 이런 점은 좋았다.
 

한편, 여주인공을 연기한 ‘서현’이 오랫동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누적되었던 그녀의 이미지와 매우 차별되는 연기를 펼쳤는데 나름 신선했고 매끄럽게 잘 연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2월 14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