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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자작시] 밀알 같은 파도

by 김곧글 Kim Godgul 2021. 3. 19.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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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같은 파도


무한히 질주하는 시간의 최일선에 가면
마치 막다른 골목에 다달았을 때처럼
과거와 미래가 별개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현재가 한없이 펼쳐진다
지평선 너머로 무한히

 


나는 어제 무엇을 했는가?
나는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는 중인가?
어제 내일 지금은 나에게 무엇인가?
무엇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인가?
뭐?

 


움직이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가만히 고정시키고 깊은 생각에 빠지는 시대는 유물의 전설일까?
각자 취향과는 별개로 대다수는 본의 아니게 선택되어지는 것
움직일 수밖에 없는 자
고정될 수밖에 없는 자
가장 행운아는 시시때때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

 


비 온 뒤 맑은 햇살을 받아 영롱한 풍경처럼
잘 보이는 목표는 열정을 북돋고
새벽안개에 가려진 입구가 좁은 동굴처럼
알아보기 힘든 목표는 무기력의 늪에 빠뜨리고
그러나 열정은 움직이는 파도를 타고 질주하여
절정에 이르러 무기력한 정적인 수평선이 한 없이 펼쳐지는데
광활히 펼쳐진 그곳 어딘가에서 발견될 수 있는
유난히 반짝거리며 출렁이는 밀알 같은 파도가
인도하는 그곳은 또 다른 세계로 도약하는 관문

 


2020년 4월 10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