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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남편, 부인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Cherry Blossoms, 2007)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2. 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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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목을 보면 사랑을 그리워하는 이야기 같다. 첫장면을 보면 시한부 남편을 위해 일본 후지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독일 노부부의 이야기 같다. 중간도 못 가서 주인공처럼 보였던 할머니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다. 전에는 의식하지 못 했던 아내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아내가 그토록 가보고 싶어했던 일본 후지산으로 여행을 떠난다. 마침내 할아버지도 세상을 떠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인간의 궁극적인 고독이다. 그리고 죽음이다. 그때까지 가장 가까운 사람은 남편과 아내일 것이다. 부귀, 명성, 지위, 권력, 인맥, 친구, 자식 등은 지극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개는 한계가 있다. 훈장, 인테리어, 덧없음이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느낄 수 밖에 없는 존재의 외로움을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아주 특이한 극소수 사람을 제외하고) 대개는 남편과 아내다.

영화에서 파리가 주목되는 소재로 등장한다. 식탁 위에 어떤 파리를 손바닥으로 쳐서 죽이면 파리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 한 죽음을 맞이하는 꼴이다. 그러나 내려친 인간은 전혀 상관없는 일이다. 파리가 죽던지 놓지던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피할 수 없는 파리의 운명일 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인간의 죽음이란 전지전능한 조물주가 어떤 인간을 손바닥으로 쳐서 죽이는 것과 같을 수도 있다. 그 인간의 죽음은 조물주 자신과는 그다지 상관없다.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일 뿐이다.

사랑해주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노후의 뜻밖의 이별이 닥쳐와 후회하지 말고 지금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를 더 열심히 사랑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겠다.

내용만을 따지면 평범하고 고리타분하지만 영상으로 보면 정말 다르다. 담백하고 현대적인 영상미가 주는 감동이 훌륭하다. 잔잔히 여러 번 심금을 울린다. 인간의 삶이란 벚꽃, 파리의 일생과 같을 지도 모른다. 무덤덤하고 냉정한 영상미지만 그래서 더 동병상련의 감정이 쏟아진다. 인간은 누구나 같은 병을 앓고 있다. 80년 안팎 시한부 생명이 그것이다. 노부부의 삶은 모든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간은 삶이며 목숨이다. 언제 조물주가 어떤 인간을 식탁 위의 파리 잡듯이 죽일지 아무도 모른다. 할당된 인생의 시간이 더 이상 없을 때가 오기 전에 현재 자신이 사랑할 대상에게 좀더 사랑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냐고 마음 속이 묻게 만든다. 명성, 부귀, 인맥, 친구, 훈장 ... 모두 한낱 벚꽃일 뿐이다. 한때 반짝 아름다울 뿐이다. 길다면 긴 일생동안 가장 소중한 남편, 부인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는 것을 결코 잊지말라고 영화는 스크린 뒤에서 말하는 듯 하다.

2009년 2월 23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