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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조이(Joy, 2015)

by 김곧글 Kim Godgul 2016. 4. 11. 13:26



이 작품의 미덕은 익숙한 아메리칸 드림의 재확인이 아니라 그런 내용을 어떻게 표현했느냐라는 방법론에 있다. 어떤 미국의 소시민 가정의 억척스럽게 일복을 타고난 실질적인 가장이라고 볼 수 있는 젊은 여자 '조이(제니퍼 로렌스, Jennifer Lawrence 분)'이 어떻게 대단한 사업가로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만으로 보자면 조금 흥미로운 정도지만, 그런 내용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새롭고 신선하고 재밌고 감동적이고 짜릿하게 표현할 수 있느냐라는 방법론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면 매우 작품성을 인정해줄 가치가 충분하고도 남는다.



그런 면에서 다소 대중성은 떨어지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미는 있고 다시 볼 가치도 충분히 갖췄다. 특히 영화에서 서사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해서 관심 있는 관객에게 최신의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서사의 형식을 보면 단순히 시간 순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와 현재를 규칙적으로 오가는 것도 아니다. 우선, 주인공 조이의 삶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관찰자로서의 화자가 등장한다. 조이의 할머니인데 특이한 점은 영화의 후반까지는 조이의 집에서 함께 살았는데 조이가 처음으로 성공한 시기에 눈을 감는다. 그렇지만 화자의 역할을 계속 한다. 마치 저승에 가서 현재의 관객에게 조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다.



조이의 의식의 흐름이나 꿈까지 얘기해주는 것을 보면 저승에 있는 화자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동시에 과거의 인물을 내면까지 들여다보면서 들려주는 전지적 시점의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하나 더 생각해볼 만한 점은 영화의 끝부분에서는 조이가 한참 나이를 많이 먹은 후에 크게 성공한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비록 영화 속 이야기의 끝은 조이가 처음으로 사업의 큰 위기를 인상적으로 극복해내는 장면인데 한참 늙어서 성공한 모습을 저승의 할머니의 말을 통해서 보여준다는 것은 단지 할머니의 예언 또는 예측일 뿐인가? 아니면 이미 일어난 일이고 현재 조이는 더 늙어서 유복하게 살아 있는 상태일까 아니면 조이도 이미 눈을 감은 상태일가?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고 오묘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그 나름대로 신선한 매력이 있다.    

  

  

이 영화는 원작소설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가 공동으로 집필한 오리지널 시나리오인데, 눈 대리는 앞 마당에서 주요 인물을 소개하는 장면이라든가 장래에 큰 기업의 사장을 다룬 이야기라든가 서사를 범상치 않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추측해보건데, 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민케인'에서 어떤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작성한 것 같다.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목표가 단지 좋은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 매체의 서사에 관해서 새로운 무엇을 내놓고 싶은 지적인 욕망 또는 명예욕이 있었던 것 같다. 아무튼 이 영화는 단지 내용을 떠나서 영화라는 미디어에서 새로운 서사를 실험했다고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여주인공 조이를 열연한 '제니퍼 로렌슨(Jennifer Lawrence)'는 한 집안에서 마치 실질적인 소녀 가장 캐릭터를 많이 연기하는 것 같다. 대표적으로 헝거 게임에서 캣니스가 그렇고 이 영화에서 조이가 그렇다. 아무튼 현실에서는 어떤 사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소녀 가장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그런 모습에 미국 관객들이 빠져들고 매료되는 것 같다. 

  

  

솔직히 이 영화는 몰입되어 재밌게 감상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단한 작품이라고까지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창의적인 매력을 갖춘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시간이 흘러 다시 볼 가치가 있는 영화 목록에 포함될 가치가 있다. 

  

  

2016년 4월 11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