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일본이 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대괴수의 대표격이 ‘고질라(Godzilla)’일 것이다. 미국의 ‘킹콩(King Kong)’에 해당하는 것이 일본에서 ‘고질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워낙 유명하니까 인터넷을 뒤지면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별도의 설명으로 독자를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겠다.


수많은 거대괴수 영화들 하면 대개 비슷한 패턴을 갖고 있다. 재난영화 장르의 관습을 따르는 편이다. 희대의 거대괴수를 둘러싸고 직간접적으로 가족이나 연인들의 사랑, 과학자들이나 사업가들이나 미디어들의 과욕, 왠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거대괴수(현시대 인류의 잘못된 무엇을 대변하는 듯, 재난영화와 차이점은 이것인 듯)... 영화의 영상미도 어떻게 거대괴수를 실감나게 표현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진 편이고 그 다음이 몰입할 이야기여서 순수하게 영화적인 문법의 표현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영화 제작사 또는 투자업체는 어린이 관객 또는 가벼운 마음으로 감상하는 관객들이 선호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차별적인 예술성으로 무장해서 만들어봐야 본전도 못 뽑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안전하고 익숙한 영상미의 문법, 쉽게 말해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영상미를 얼마나 현시대 대중들을 현혹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는 편이다. 그래도 다소 볼거리 위주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 ‘에반게리온’ 시리즈로 유명한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만든 ‘신 고질라(Shin Godzilla, 2016)’는 달랐다. 기존의 괴수영화들의 클리세를 보기 좋게 차버리고 독창적이고 걸출한 영상미의 괴수영화를 만들어냈다. 영상미에는 다소 일본적인 문화가 배어있어서 관객에 따라 선입견의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영상적인 문법만을 놓고 보자면 독창적인 경지를 성취했다고 갈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나중에 좋은 화질로 다시 감상하면서 좀더 깊고 면밀히 살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길 정도이다. 


우선, 이 영화의 특수영상만을 보자면 일본의 전통적인 특촬물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적인 CG에 익숙한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면 관객의 관심도에 따라 다소 유치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특촬물 매니아들은 아주 좋다고 열광하겠지만 말이다. 어느 부분이 미니어처 또는 특촬물이고 어디 부분이 CG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게 잘 표현했지만 감독이 의도적으로 의지를 불태워가며 전체적으로 특촬물의 느낌이 배어나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며 차별적이며 심지어 예술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솔직히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헐리우드식 CG에 익숙한 평범한 국내 관객이 감탄하며 감상할 미학은 아닌 것 같다)


특수영상은 그렇고... 필자가 갈채를 보내고 싶은 것은 이야기를 표현한 영화적 영상문법을 말한다. 감독이 작정하고 신선한 표현을 성취한 것 같지는 않다. 본래 그가 잘했던 칭찬받았던 에반게리온 시리즈에서의 영상문법을 극영화에서 제대로 성공적으로 써먹은 것으로 생각된다.


정체를 확인할 수 없는 미지의 적이 등장하고, 국가 시스템이 마비되고, 이에 대응하는 국가최고권력층(또는 결정권이 있는 고위층)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아주 세세하고 면밀하게 (다큐멘터리 같기도 하고) 중계하듯이 (실제로 이런 것을 중계할 수도 없고 중계된 역사도 없기 때문에 이런 영상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만약 제작되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신선하고 독창적인 영상미로 만들어졌다. 단지, 권력자들의 밀실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외의 다양한 상황들을 파편적으로 삽입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것을 영리하게 방지했다. 파편적으로 파노라마 같은 수많은 영상 중에는 물론 CG가 포함되어 있겠지만 어떤 무게감이 느껴지는 영상들도 꽤 많아서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아무튼,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화적 영상문법이라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이야기나 캐릭터들이나 괴수의 형태나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고 그럭저럭 봐줄만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지만 말이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영상문법을 만들어냈다고 평가된다. 그것도 예술성을 기피하는 괴수영화 장르에서 실험적인 영상미를 시도하여 고급지게 독창적이게 뽑아냈다는 것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비주얼이나 이야기나 인물들이 좋아서 막 흥미롭게 감상한 것은 아니지만, 이 특이한 매력은 뭐지? 왜 감상하면서 몰입을 하게 되었지? 라고 자문을 하게 만든 영화였다. 나중에 고화질이 나오면 다시 감상하며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3월 11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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