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상 깊게 파고들면 요즘 현대인들의 세태풍자를 담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라 부담스럽지 않다. 이 영화를 굳이 구분하자면, 로맨스 영화 중에서도 여자 보다는 남자를 좀더 위로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이 표현이 이것에 최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남자는 가끔 옛 연인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여자는 현재의 연인 위주로 생각한다는 속설이 떠오른다. 물론 모든 남자가 그런 것도 아니고 모든 여자가 그런 것도 아닐 것이고 개인차는 있을 것이다. 인류학까지 불러들인다면, 원시시대 때 남자는 능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여기 저기 씨를 뿌리고 다녔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씨를 받았을 여자를 생각해보게 되는 습성이 오늘날까지 전승되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여자는 현재 옆에 있는 아이를 잘 키워내며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사냥을 해서 음식을 구해오는 현재의 남자가 다른 여자하고 살고 있을 떠나버린 남자보다 훨씬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여주인공 ‘미아(Mia, 엠마 스톤(Emma Stone) 분)’가 꿈을 이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한때 깊은 연인이기도 했던 ‘세바스찬(Sebastian, 라이언 고슬링(Ryan Gosling) 분)’을 버리고 자신을 실질적으로 현실적으로 재력적으로 성공시켜주는데 1등 공신을 한 영화감독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부정적으로 감상하지 말고 (아름답고 흥겨운 뮤지컬 춤과 노래와 더불어 자유롭고 깊은 영혼의 재즈 음악을 감상하면서) 인생무상 정도로 수용해야할 현실 정도로 현대인의 통속적인 가치관으로 받아들이자는 메시지가 엿보인다. (물론, 감독의 진짜 생각이 이것과 다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장점은 복고적이고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에 있다기 보다는 흥겹거나 감칠맛 나거나 감미로운 선율의 노래와 춤과 문외한이 감상하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재즈 음악을 곁들인 아름다운 장면들인 것 같다. 누가 봐도 뮤지컬인 배우들의 춤과 노래는 영화가 끝나도 기억 속을 흥겹게 춤추며 맴돈다. 그다지 영화의 내용이나 메시지와 관련이 밀접하지 않다고 보여지는 고가도로 위에서 수많은 무명의 (그러나 실력은 대단한 듯) 뮤지컬 출신 배우들이 역동적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가사는 영화와 관련이 있는 거 같다) 장면은 인상적이지 않을 수 없다. 초반에 관객의 넋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실제 LA 도시 주변에서 영화의 표현만큼 로맨틱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필자가 언젠가 짧게 방문해본 LA 는 그렇게 기억된다. 그러나 돋보기를 들이대고 찾아보면 어딘가에 있을 수도 있다. 이 영화의 장점은 기존에는 등한시 했던 로맨틱한 장소를 LA 주변에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영화의 컨셉이나 기획으로 보자면 뉴욕이나 파리 같은 대도시 (뮤지컬의 메카 하면 뉴욕이 아니던가) 또는 시애틀 같은 도시가 훨씬 잘 어울렸을텐데 감독은 LA를 선택했고 오히려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감상을 선사했다. 아마도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LA를 배경으로 한 반드시 봐야할 로맨스 영화 톱텐에 포함될 것이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어느 정도 흥행했지만 폭발적이기까지는 아닌데, 개인적으로 최근에 감상한 영화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다시 감상해도 기분 좋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 흥겨운 뮤지컬 음악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LA 로케이션이기도 하고 두 남녀 주인공들의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이상적인 매력이기도 하고 현실적인 세태를 이탈하지 않은 로맨틱 판타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까 이야기만을 놓고 보자면, 우디 앨런(Woody Allen) 감독 작품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연인들의 가치관이 흐르는 이야기의 강물에 비쳐 보이는 듯 하다)



2017년 2월 26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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