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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상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Serve the People, 2021)

by 김곧글 Kim Godgul 2022. 3. 12. 19:09

 

 


중국 작가의 원작소설을 읽어보지 않고 영화만을 감상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오랜만에 19금 극장개봉 한국영화를 감상한다는 의의를 두고 감상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흔한 일이 아니라 신선했고 반가웠다.
 

개봉 당시 언론 홍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흥행하지는 못한 것 같다. 평가도 그다지 추켜세우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러나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매우 흥미진진하게 감상한 작품이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스토리와 캐릭터가 나름 몰입을 이끌었다.
 

어쩌면 최근 한국 사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성적인 것에 관해서 매우 매우 민감해지는 사회로 발전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여권이 신장되면서 남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매우 매우 조심스럽게 사회 생활을 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까딱 말 한마디, 행동거지를 잘못했다가는 반평생 쌓아온 직업, 평판, 명예, 가족... 송두리째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 남자의 원초적인 욕망...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우회적으로 컴퓨터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 판타지 괴물, 좀비, 우주에서 날아온 외계인을 잔혹하게 죽이고 죽이는 것으로 대리만족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고 음미할지는 관객 각자 개인마다 천차만별일 것이다. 특히 요즘 젊은 세대들은 더욱 더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나이를 좀 먹은 세대들이 좋아할 이야기와 캐릭터의 복고풍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80년대, 90년대에 풍미했던 할리우드의 로맨틱 장르의 19금 버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더 먼 옛날 영화계의 SF 장르에 성인물이 합쳐진 작품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서양 관객이 이해하기 쉽게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면, '조지 오웰'의 고전소설 ‘1984’의 세계관에서 영화 ‘색, 계 (Lust, Caution, 2007)’풍의 적나라한 로맨틱 사랑을 펼치는 주인공을 그린다면 북미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 전체주의적인 AI에 의해서 지배되는 엄격한 계급통제사회에서 은밀하게 자행되는 적나라하고 원초적이고 육체적인 인간적인 사랑...
 

정말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했다. 이런 한국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그냥 옛날 한국영화, 또는 옛날 외국영화 중에 찾아보는 게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움이 맴돈다. 여전히 유행하는 슈퍼히어로 장르, 좀비 장르, 피 튀기는 액션 장르, 중세 판타지(컴퓨터 게임도 포함) 장르의 작품들 속에서 남녀 간의 사랑은 피상적이고(1차원적이고), 자기보호적이고, 계산적이고(이성적이고), 사회순응적인 한도내에서 표현된다. 어느덧 현대인들이 그런 사랑과 결혼을 하는 것이 현실이거나 대세이기 때문에 작품들이 반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오랜만에 이런 풍의 한국영화를 잘 감상했다.
 
 
2022년 3월 12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