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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그란 토리노(Gran Torino 2008) - 현대적인 살신성인 서부영화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2. 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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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인 출신 코왈스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아내의 장례를 치른 후에도 오래 동안 살아온 집을 떠나지 않고 홀로 산다. 동네는 동양인들로 가득하고 거리는 풋내기 조폭들로 불안하다. 순진한 옆집 젊은이 '타오'는 조폭에게 괴롭힘 당하는데 코왈스키는 이런 저런 계기로 타오, 그의 누나, 그 집안 식구와 친해진다. 그러나 한국 전쟁에서 수많은 젊은이를 죽였다고 말하고 보이스카웃 성깔의 코왈스키는 노환으로 죽음에 임박했음을 느끼지만 친하게 지내지 못 했던 자식들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타오가 어엿한 젊은 남자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이런 저런 노력을 하지만 풋내기 조폭 때문에 실패한다. 마침내...

이야기의 뼈대는 서부영화다. 총잡이의 흉악한 과거 이력은 이 영화에선 한국 전쟁이다. 젊은 청년을 포함 여러 사람을 사살했다고 말하며 훈장을 보여준다. 서부 영화에서 신부는 꽤 자주 등장하는 조연이다. 이 영화에도 등장한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이발사도 자주 등장한다. 이 영화에도 등장한다. 총잡이의 선량한 친구는 황무지를 개척하는 백인이었지만 이 영화에선 미국에 이민 온 동양인이다. 전체적으로 현대판 '세인'이라고 봐도 괜찮을 듯 싶다. 보여지는 결말은 다르지만 핵심은 동일하다.

관객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작 '체인질링(Changeling, 2008)'보다 이 영화가 더 재밌었고 마음에 더 와닿는다. 지나친 힘이 덜 들어가고 마음을 비우고 만든 작품이 의외의 좋은 반응을 얻는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가 그래 보인다. 규모도 작고 로케이션도 몇 군데 안 되어서 감독과 주연을 겸하는데 그나마 수월했을 것이다. 이런 정도의 규모였다면 미국에 한인 출신 감독이 진작에 기획, 감독 했더라면 꽤 의미있었을 법한 이야기와 소재이기도 하다. 미국 영화 역사에서 한국의 사물놀이 또는 트로트 같은 존재감은 서부영화일 것이다. 젊었을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서부영화의 중심에 우뚝 서기도 했었다. 그래서 이토록 원숙하게 현대적으로 확장된 서부영화를 만들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강렬하지 않지만 영화가 끝날 때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노년의 죽음, 거기까지의 삶, 친구, 가족, 사회의 의미 같은 것을 살짝 생각해보게 한다. 드라마 장르적이면서 잔잔한 서부영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 좋은 영화다.

2009년 2월 19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