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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레슬러(The Wrestler 2008) - 현대사회, 직업, 부귀, 인생을 성찰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2. 1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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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의해 은퇴한 총잡이, 칼잡이가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는 영화, 소설, 만화는 셀 수 없이 많다. 소재 자체가 재미와 인생 성찰을 동시에 제공한다. 국내 영화 '라디오 스타'도 그 종족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으로 아카데미 작품상 받은 '용서받지 못 할 자'도 그 종족이다. 이 영화는 비슷하지만 많이 다르다.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로 일약 전세계 얼짱이었다가 활활 타오른 불꽃의 속도만큼 빠르게 뒤안길로 물러나 잊혀졌었는데 영화 '펄프 픽션'으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은 '존 트라볼타'가 떠오른다. 실제로 영화사 뒤뜰로 물러났던 '미키 루크'는 이 영화 '레슬러'로 화려한 레드카펫을 밟았고 그의 복귀를 전 세계 팬들이 반가워할만 하다.

이 영화는 과거에 하늘을 찌를 듯한 스타였지만 세월과 시대 경향에 물러나 근근히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프로 레슬러의 자아 성찰을 그린다. 초반의 몇몇 장면은 처절하다. 껄끄럽다. 그러나 그 장면은 현대 사회에서 '성공'이라는 것의 한 측면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랜디(미키 루크 분)는 한창 잘 나갈 때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지 못 했다. 일종의 직업병 진단 받고 은퇴를 해서 딸도 찾아가고 비록 스트립 걸이지만 괜찮은 여인과 사랑도 해보려 노력했고 마트의 점원으로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꼬이는 바람에 모두 산산히 무산된다. 심장병으로 죽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을 알아주는 곳은 오직 한 곳,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레스링 경기장으로 돌아간다. 비록 낡았지만 자신을 알아주는 곳에서 만족하며 생사의 기로를 걸고 일한다.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이런 류의 기존 영화와 좀 다르다. 오락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고 현실을 보다 척박하게 그린다. 재미가 있는 편도 아니다. 차갑다. 따뜻한 결말도 아니다. 사랑 이야기, 가족 이야기도 아니다. 쓰러져가는 한 남자의 삶에 대한 우왁스러운 성찰이다. 그러나 작품은 훌륭하다. 크레딧이 올라갈 때 심금을 울리고 여운을 남긴다. '미키 루크'의 혼이 담긴 연기도 일품이다. 전 세계 영화인들이 기립박수쳐줄 만하다.

여담이지만 흥행성은 적다. 바탕 정서도 한국과는 다소 멀다. 남성 관객 취향쪽으로 많이 치우친 편이다. 그러나 '더 레슬러'는 마지막 장면에서 심금을 울리며 직업, 성공, 사랑, 가족에 대해 각자 생각해보게 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2009년 2월 1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