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감동있게 원작 만화를 봤었다. 비슷한 시기에 '위대한 캐츠비'도 감동있게 봤었다. 인터넷 만화 장르를 한단계 끌어올린 걸출한 만화를 상업영상으로 옮겼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아쉬움의 여운이 남는다.
영화 '순정만화'는 각색의 완성도가 75% 정도로 보인다. 대개 괜찮은 영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완성도를 90% 라고 간주했을 경우다. 원작을 의식해서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선택이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다. 각각의 장면에서 대사의 완성도가 덜 다듬어진 느낌이 많다. 한 장면 내에서 뺐으면 더 나았을 군더더기 대사, 행동, 컷도 자주 눈에 띄었다. 좀더 간결했어야 하고 좀더 영화적인 생략법을 넣었어야 좋았을 법 하다.
아쉽게도 영상미는 더욱 밋밋하다. 순수한 사랑이 전체적인 기류지만 그에 걸맞는 영상미를 펼치지 못 했다. 화사해야 한다거나 만화적인 분위기를 많이 넣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세부 방법 중에 하나다. 국내영화 '고고70', 흥행은 안됐지만 완성도 있는 영상미를 펼치긴 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영상미는 완성도마저 떨어진다. 각색 시나리오처럼 75% 완성도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어떤 장면은 괜찮게 빛났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랬다)
원작을 재밌게 봤었기에 개인적으로 좋은 영화로 뽑아져서 흥행도 되길 바랬었는데 그러지 못 해서 아쉬웠다. 직접 감상해보니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졌다.
결과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아무리 훌륭한 비평도 엉성하게 만든 창작자와 비등해질 수 없다. 어쨌튼 창작자는 세상에 뭔가를 만들어냈다. 그 자체만으로 의미있는 무게감이다. 비평은 그저 액자의 장식 무늬일 뿐이다. 비평은 투덜거림 정도다. 이 영화를 만드는데 주도 역할을 했던 창작자들이 스스로를 진실되게 객관적으로 되돌아보고 다음에는 훨씬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면 된다. 의기소침해지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어떤 시시한 창작자라도 걸출한 비평가보다 어떤 의미에선 더 훌륭한 뭔가를 인류에게 전달한다.
시시한 창작자와 훌륭한 비평가가 동시에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하면 나는 이 사람을 먼저 구해줄 것이고 다른 누군가도 그랬으면 희망한다. 그 사람은 시시한 창작자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시한 창작자가 훌륭한 비평가보다 인류에게 더 유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9년 2월 5일 김곧글
'영화감상글(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슬러(The Wrestler 2008) - 현대사회, 직업, 부귀, 인생을 성찰 (2) | 2009.02.14 |
---|---|
신기전(2008) - 완성도는 높지만 무협 사극의 전형성을 따름 (0) | 2009.02.10 |
체인질링(Changeling) - 훌륭한 의의, 미묘하게 흔들린 균형감, 너무 점잖은 영상미 (0) | 2009.02.04 |
더 리더(The Reader, 2008, 미국) - 요란하지 않지만 진실되게 빛난다. (0) | 2009.02.01 |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Vicky, Christina, Barcelona, 2008, 미국) - 우디 알렌만 가능하다. (0) | 2009.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