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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체인질링(Changeling) - 훌륭한 의의, 미묘하게 흔들린 균형감, 너무 점잖은 영상미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2. 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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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과하거나 특별함이 없는 영상미는 전체적으로는 점잖은 양반이 쓴 소설 같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점잖은 소설' 같다는 점이 자칫 진부한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

영화 '체인질링(Changeling)'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의미있고 훌륭하다. 소시민인 한 여인이 거대 경찰 권력의 나태와 부정에 맞서 싸워나간다. 마침내 승리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연쇄살인마가 꽤 비중있게 끼어 있다. 두 요소를 비중있게 다뤘는데 그 균형감이 미묘하게 조화롭지 못해서 명작이 되지 못 할 듯 하다. 어느 한쪽 이야기를 좀더 강조하고 다른 한쪽은 생략해서 관객이 스스로 상상하게 만드는 편이 좀더 조화로웠을 것이다.

기존의 여전사 이미지에서 벗어난 '안젤리나 졸리'의 소시민 연기는 훌륭했다. '존 말코비치'에게 의로운 성직자 연기는 왠지 부자연스런 궁합으로 보이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인상적일 정도도 아니었다. 선입관이겠지만 '존 말코비치'는 괴팍한 히어로 또는 안티히어로를 연기할 때 '물 만난 물고기'처럼 보인다. 경찰 서장을 연기한 신인 '제프리 도노반'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냉정하고 관료주의적이고 출세지향적이고 악한 경찰의 모습을 훌륭히 연기했다. 어떤 면에서 배우들의 좋은 연기는 감독의 영향도 적지 않다.

한편, 스토리적으로 미묘하게 조화롭지 못 한 것 외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상미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관객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너무 점잖은 영상미'가 영화보는 감흥을 깊게 몰고가지 못 한 느낌이다. 일반적인 미국 요리와 한국 요리의 맛이 많이 다르듯이 한국과 달리 보통 미국 소시민은 이런 정도의 점잖은 영상미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 작가 '스티븐 킹'의 서사와 닮은 점도 엿보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상미 자체는 다소 평이한 감이 있다. 영상미학적 테크닉이 간간히 엿보여야 좋은 영화라고 단정지을 수 없겠지만 너무 밋밋한 영상미를 명작에 올려놓기도 쉽지 않다. (뮤직비디오, CF에서의 영상 테크닉이 아니라 순수한 영화적인 테크닉을 말한다)

개인적인 관점으로 약간의 흠을 지적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훌륭한 수작이란 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계의 살아있는 전설에 가까운 배우이자 감독이다. 그렇기에 더 높은 경지를 기대했는데 다소 미약했기에 아쉬웠는지도 모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같은 존재감이 아직 국내에는 없다. 먼 훗날 배우 '이병헌'이 자신이 감독한 영화로 유명한 국제영화제를 들락거린다면 '클린트 이스트우드 존재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최근 봤던 영화 중에선 '더 리더(The Reader)',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가 가장 훌륭했다.

여담이지만 최근 일본 TV 애니메이션에서 '건담 더블오 시즌2(Gundam 00 Season 2 현재 17화까지 방영)'가 꽤 괜찮다. 감동은 없지만 오락적인 재미가 충분하다. TV 로봇 애니물의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 디자인, 로봇 디자인이 썩 맘에 들지 않지만 스토리와 영상미가 재밌다. 내면을 파고들지 않지만 다양한 캐릭터들이 정치, 사회적으로 엮어가면서 신명나게 로봇 전투를 벌리는 재미다. 만약 흥행을 위해 오락적인 재미를 강조한 거대 로봇이 등장하는 실사 영화를 현재 시점에서 만든다면 반드시 참고해야할 TV 애니물일 것이다. 서구권에서도 나름 많은 인기를 끄는 것 같다.

2009년 2월 4일 김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