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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주 알파벳/링략(Ringryak)

링략(Ringryak) - 한링(Hanring)에서 링을 생략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4. 22.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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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링(Hanring)에서 원(ring)을 생략하고 나머지 조형만으로 표기한다. 글자를 만들 때 문자의 위상차(높낮이)도 생각한다. 발생한 빈공간도 적절히 유지한다. 모음 표기 방법도 한링과 동일하지만 원이 없는 곳에 모음점을 찍어야 할 때는 원의 중심쪽으로 선분을 추가한다. 모음점이 어느 초성자음에 붙었는지 명시하기 위해서다. 

반드시 원만을 생략한 것은 아니다. 어떤 자음은 다소 수정됐다. 따라서 독자적인 문자체계로 간주될 수 있다. 쓰여진 곳보다 쓰여지지 않은 곳, 문자와 문자 사이 다양한 여백을 의미 있게 다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양화처럼 여백의 미가 중요한 요소에 포함된 문자체계다.

얼핏 로마자의 대문자, 소문자 개념으로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링을 대문자로, 링략을 소문자로 생각할 수 있겠다. 물론 그런 목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한링 글자의 빼곡함도 나름 매력이라 말할 수 있지만, 여백의 미를 살리는 링략 글자도 장단점과 매력이 있다. 한링이 서양화적이라면 링략은 한국화적이다. 한링이 빼곡히 채우는 거라면 링략은 여백을 보존하는 것이다. 둘은 같은 원리의 배속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다.

무엇보다 링략이 한글에 대해서 장점은 A4지에 글자를 빼곡히 채웠을 때 평균적으로 절반 가량의 필기획만을 사용해서 동일한 내용의 글자를 적는다는 점이다. 또한 사용되는 필기량(잉크량)도 절반 가량 사용될 것이다. 필기 에너지가 덜 소모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점은 일상에서 중요한 점은 아니다. 소위 문자의 극미세계에서나 논할만한 가치가 있을 뿐이다. 어쨌튼 장점은 장점이다.

반지(원, 링)를 생략하는 철학적인 의미는 반지가 세상 전체와 하나가 됐음을 뜻한다. 우주가 반지라면 굳이 모든 문자마다 일일히 반지를 그려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채워지지 않은 여백은 비었기 때문이 아니라 전체가 채워졌을 뿐이다. 또는 시공간을 넘어 채워짐을 묘사했을 뿐이다. 링략에서 원을 생략하는 이유는 우주 전체와 원이 하나가 됐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형체만을 그려줘도 문자체계가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서 안될 이유가 없다. 꿈보다 해몽이다. 삶도 그렇다. 인간도 그렇다.

링략(Ringryak)의 특징 요약
  • 모든 자음은 원의 일부만을 포함하거나 원을 완전히 생략한다. (한링과 차이점)
  • 대부분의 모음은 점 또는 직선이고 초성자음과 결합한다.
  • 이중모음 표기를 위해 반원호를 추가하기도 한다.
  • 모음 표기를 위해 필요한 경우 직선이 추가되기도 한다. (한링과 차이점)
  • 쌍자음 표기는 뻗친 선 끝에 점을 찍는다. 
  • 수평으로 풀어쓰기 한다.
  • 글자의 높낮이, 여백이 중요하다. (한링과 차이점)

한글의 원리에서 창작되었지만 한링, 링략은 독창적이다. 한링의 자음은 한글의 자음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닮았지만 모음 관련 내용이 많이 차이난다. 그러나 링략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 자음도 다르게 생겼고, 모음 관련 내용도 다르고, 게다가 (결과적이지만) 단어를 만드는 방법이 꽤 다르다. 그러나 한글이 적을 수 있는 모든 글자를 한링, 링략도 동일하게 적을 수 있다. 한링, 링략은 훈민정음의 깊은 샘물로 반죽해서 만든 국수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맘에 들은 부분은 링략으로 써진 글자의 조형성이 한자의 네모꼴 조형성을 탈피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한글 타이포그라피로서 탈네모꼴(예, 안상수체 글꼴)을 했다는 의의와는 다르다. 문자체계 자체가 한자의 네모꼴이 아니다.(훈민정음 글자는 한자의 네모꼴이었다) 그렇다고 현재 전 세계에서 두루 사용되는 로마자를 닮지도 않았다. 특별히 어떤 문자가 바로 떠오를 만큼 닮은 기존의 문자체계는 없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벼르고 만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링략의 독특한 조형성이 맘에 든다.

링략은 한링에서 원을 생략했다지만 생략한 원이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생략된 원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비로소 모음을 표기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글자를 읽고 쓰기 위해서는 생략된 원을 머리속으로 그려야 한다. 그래서 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와 하나가 됐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2009년 4월 22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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