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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시) 현대 서민

by 김곧글 Kim Godgul 2009. 4. 2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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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서민


이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지

태어나고 죽는 곳

그 와중에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강함과 약함이 대결할 뿐

강함과 약함은 상대적이면서

각자 스스로의 사고일 뿐


술에 강한 자는 술로 만든 게임에서 승패하고

칼에 강한 자는 칼로 만든 게임에서 승패하고

지식이 강한 자는 지식으로 만든 게임에서 승패하고

감성이 강한 자는 강성으로 만든 게임에서 승패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굴레에서 탈옥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

굴레는 세월만큼 견고해져서

언젠가 실제로 용이 된 그가 날지 못 할 만큼 철옹성이 되어 버텨서고

그 속에서 그는 무럭무럭 늙어간다

그는 현대 서민


우주를 통달하고, 세속을 정복하고, 삶의 진실을 깨달았다 말한다

그러나 대개는 단지 철옹성을 보수공사한 것

현대 서민, 용이지만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날개가 있어도 날 엄두를 못 낸다

무쇳덩어리도 녹여버릴 입속의 화염만으로

자신만의 철옹성을 철통같이 지킨다


용의 근육질 발톱, 뚫지 못 할 방벽은 없다

현대 서민의 근육질 발톱, 뚫지 못 할 방벽을 쌓는데 쓴다

스스로를 에워싼 철옹성 방벽


이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지

태어나고 죽는 곳

그 와중에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현대 서민, 스스로의 굴레를

견고히 더 쌓을 지, 탈옥해서 자유롭게 날 지

결정하며 보내는 세월의 연속


굴레니 탈옥이니 용이니 발톱이니 철옹성이니 하는 것들은

현대 서민의 상대적이면서 각자의 사고일 뿐

보편적 진리는 용 같은 것

현대 서민은 현대 서민이 아니기 위해 용을 뒤쫓는다


2009년 4월 27일 김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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