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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에반게리온 2.22, 색계, MV: Mayonaise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7. 7.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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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에 있는 캐릭터가 극장판에 추가된 여조연



에반게리온 2.22

기대 들었던 만큼 감동적이지 않았지만 훌륭한 애니인 것은 분명했다. 단지 개인적으로는, 전편인 에반게리온 1.11 이 더 직접적으로 감동적이었다. 이번 작품은 철학적으로 신화적으로 훌쩍 달려가 버렸다. TV 판에서는 거의 끝부분에 등장하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었다. TV 판에는 없었던 여조연도 추가되었는데, 그 캐릭터는 다음 번 극장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같은 기대감도 들어서 다음 극장판도 단순히 TV판을 윤색하게 약간 수정한 수준을 넘어 새로운 작품일 거라고 관객을 유혹하는 것 같다. 그 캐릭터는 자신만만한 여자 에반게리온 파일럿인데 그럭저럭 매력적이다.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주조연 여자 캐릭터들의 특징들과 일맥상통한다. 자신만만, 억척스러움, 열정, 자신의 분야에 전문가에 버금가는 재능, 외로움... 그리고 과거의 어떤 상처가 현재를 만들었다는 설정 그리고 모성애... 등등.

뛰어난 성능을 지닌 SF 로봇물에서 신화로 비약하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워낙에 인지도 있어서인지 에반게리온 세계관에서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기독교인이 매우 적은 일본에서 매우 기독교적인 (또는 유사 기독교) 세계관이 깊게 베어있는 애니가 나온 것은 서구 문화권에서의 흥행을 고려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도의 타입은 기하학적인 형태다. 마치 칸딘스키의 그림에서 튀어나오는 사도 같다. 전편에서는 정팔면체(피라밋을 위 아래로 붙여놓은 형태)가 등장했었고 이번 작품에서도 기하학적인 형태의 사도가 침입해왔다. 전편 것은 TV판에서도 나왔던 사도였지만 이번 것은 TV판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사도였다. 아무튼 그 형태가 멋있어 보였고 좋았다.

이 작품을 보면서 나름대로 신선한 히어로물 또는 본(Bourne) 시리즈 같은 스파이물 컨셉이 떠올랐다. 어쩌면 누군가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랬거나 말거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색 계 (2007)

결말을 보고 든 생각은 보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다른 식으로 삶에 대해 생각하겠구나, 라고 생각 들었다. 선의 축에 속하는 주조연들이 총살당하는 결말, 악의 축에 속하는 매국노의 현업 복귀와 지속이라는 결말이 조금 낯설었다. 비교가 좀 그렇지만 쉽게 말하면 배트맨에서 조커가 배트맨을 물리치고 자신의 주업종 '혼돈 사업'을 번창시키면서 영화가 끝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선의 축이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영화 밖의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깊고 의미심장해지는 것 같다.

한편,  이념과 정치라는 것과 결부되어서 선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 선생(양조위 분)은 악질 고문 전문가이며 매국노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반대편 세력의 입장에서 보기에 악의 축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정치와 관련해서는 악의 축이나 선의 축이나 그 내면을 일일히 들춰보면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그 차이는 인간 본연의 입장에서 별로 크지 않다는 얘기다. 무릇 어떤 인간 본연의 행복하고 진실된 삶은 타인을 해하지 않고 조화롭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이념, 정치 세계에 깊게 들어선다면 자신의 편을 위해서 적을 해치는 것도 정당화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군인이 전쟁에 나가서 적군을 사살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예이다)

그러나 인간 본연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이유로도 타인을 해치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국가, 정치, 이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영화 속에서 선의 축에 있는 일종의 레지스탕스 압살 학도들이 반드시 선하다고 볼 수도 없다. 게다가 순진한 여자 주인공에게 일종의 마타하리를 시켜서 조국을 위해 살신성인하도록 몰아세우는 것이 당시에는 절박한 애국이었겠지만 세월이 한참 흐른 시점에서 그리고 국가와 정치를 벗어나 한 인간 본연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그냥 정치 싸움에 휘둘려 끌려다니다 죽고, 죽이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의 결말에서 선의 축인 여주인공과 동료 연극 학도들이 총살당해서 죽는 장면(암시하면서 넘어감)에서 그들에게도 삶을 주지하는 전능한 신 앞에서 죄가 없지 않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학도들과 저항군은 순진한 여자를 꽤어서 (그녀는 깊은 마음 속에서 우러난 애국심에 의해 자발적으로 마타하리를 선택한 것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그녀는 본래 마타하리가 될 수 없는 순수하고 소박한 여자였는데 정치와 이념에 깊게 빠진 연극 학도들이 그녀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했기 때문에 죄값을 치른다고 작가는 생각한 것 같다.

한편, 악의 축인 이 선생은 비록 무사히 살아있지만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을 평생 안고 살아야하는 소위 무한고통을 짊어진 가시밭길 삶이기에 악의 축이 행복한 결말이라고 볼 수도 없다. 게다가 그의 입장에서 그의 남은 삶은 평생 한 번 만날까 말까하는 진실되고 순수한 사랑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아야하는 고통의 지속일 뿐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선과 악의 대결 이야기도 아니고, 정치 또는 이념을 고민하게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떤 사람들이 과거 폭풍우가 쏟아지던 시절에 특별한 사랑을 했고 그 사람들 자체, 인간 본연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다. 인간과 삶과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결론은 관객 자신이 찾아볼 수 있게 요리한... 그냥 영상미 또는 이야기 자체를 맛보는 것만으로도 맛있는 영화였다.


MV: Mayonaise - The Smashing Pumpkins

90년대에는 '스매싱 펌킨스' 노래를 좋아했었다. 특히 초창기 음반이 좋았던 것 같다. 최근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아래 동영상을 보게 됐는데 정식 뮤직비디오는 아닌 것 같고 사진 작가가 찍은 것으로 뮤비를 만든 것 같은데 사진이... 딱 내 스타일이다. 내가 만약 열정적인 취미로 사진을 찍는다면 (전문적인 실력을 키웠다는 것을 가정하고)
아래 동영상 속 사진 같은 느낌의 사진을 찍을 것이다. 내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사진들이다. 어떤 사진들은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떤 사진들은 당장 사진 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 특히 후반부에 해변가 사진들은 아련한 먹먹함이 느껴졌다. 사진의 질감도 최근에 성능 좋은 사진기 느낌이다. 사진은 그렇고 이 음악도 매우 좋아했고 가끔 들어도 좋은 것 같다. 시작할 때 감칠맛 나는 멜로디가 일품이다. 아이스크림 위에 놓여있는 체리 같다. 밭빙수 위에 놓여있는 젤리 같다.





2010년 7월 7일


PS:
오늘은 7월 7일, 숫자가 좋은 날이다. 오랜만에 캔 맥주와 키스를 했다. 에이스 크래커는 커피 뿐만 아니라 맥주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창문을 열어놓으니까 모기가 들어왔다. 기분이 좋은 관계로 오늘 밤에는 에프 킬라를 사용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