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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아바타 2009 - 그림도 내용도 좋았다

by 김곧글 Kim Godgul 2010. 6. 10.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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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하다가 이제서야 봤다. 어쩔 수 없이 기대를 하고 볼 수밖에 없는 영화였는데 결론적으로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이야기류 중에 포함되기 때문인 것 같다. 정서적인 느낌은 전혀 다르고 깊이감도 다소 떨어지지만 '다크 나이트(Dark Knight)'를 봤을 때에 비견되는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 재편집해서 재개봉한다는 얘기도 들리던데 그때는 꼭 극장에 가서 봐야겠다. 옛날에는 혼자서도 극장에 가끔 갔었는데, 요즘은 그냥 집에서 보고 만다. 어떤 작품을 감상할 때 개인적으로 감동적이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 그 영화 속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그렇다. 정말 할수만 있다면 판도라 행성에서 살고 싶다. 나비 족에 영원히 로그인 되어서 살고 싶다. 판도라 행성에서 남은 삶을 살고 싶다.

하반신 마비인 주인공 제이크(Jake Sully)가 처음으로 아바타에 로그인해서 뛰어다닐 때의 감동은 보통 평범한 사람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그런 것도 지루하지 않게 유치하지 않게 잘 표현한 것 같다. 나비족의 신장은 인간의 평균 신장보다 2배는 더 크다. 마치 신화, 동화, 전설에 나오는 거인족이 떠올려진다. 거대한 괴물이 아니라 요정 같은 거인이다. 남보다 큰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현대에 최근에 더욱 두드러진 것 같다. 요즘 아줌마들은 자식 특히 남자 아이의 키가 평균 이상이 되기를 그 어느 시대보다 간절히 열망하는 것 같은데 그런 욕망이 나비족에 로그인 하는 지구인에 표현되었고 해석할 수도 있다.

또한, 하늘을 날아다니는 말 또는 서양 용과 닮은 '이크란(ikran)'을 타고 자유자제로 아찔한 공중 비행을 만끽하는 장면은 현대인이 여객기 내에서 닭처럼 쭈구리고 앉아 항공여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풋나기 저능아(나비족 언어로 "스까웅(skxawng)" 영어로 moron)와 다름 없는 제이크가 종족을 구하는 전사로 성장하는 흔하디 흔한 신화, 판타지 이야기의 영웅 성장기를 결코 지루하지 않게 엄청난 그림으로 보는 재미를 주면서 잘 만든 것 같다. 물론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작품은 없다. 어떤 작품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좋아하는 작품성을 지녔지만 무릇 대중들은 지루해하는 경우도 많다. 영화 아바타는 전문가들이 보기에 평범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보통 현대인들에게는 꿈, 여가, 일탈, 대자연, 놀이동산, 순수, 정의, 용기, 모험 등의 욕망(실재 삶에서는 불가능 하거나 아주 힘겨운 것들)을 웅장하게 만끽하게 해줬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낸 것 같다.

커다란 의미에서 컨셉은 디즈니 애니 '포카혼타스'가 생각나지만 아바타에서는 후반부에 대규모 전쟁을 근사하게 치르고 주인공 제이크가 일종의 보스전도 치르는 장면은 포카혼타스에서는 볼 수 없는, 아바타만의 빛나는 장면들이었다.

......

언젠가 읽은 일화 중에 제작자가 카메론 감독에게 나비족한테 꼬리가 꼭 있어야 되냐고 물었다고 한다. 제작비를 줄일 수 있을까해서 물은 것이다. 카메론 감독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당연히 꼭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관심 갖고 살펴봤지만 영화 상에서 나비족의 꼬리가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외나무 다리를 마치 땅위를 걷듯이 익숙하게 걸어다니는 나비족이라면 중심을 잡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는 꼬리가 있다는 설정이 매우 설득력 있고 과학적인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론 감독은 그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나비족의 언어도 USC 대학에 재직 중인 66살 언어학 교수에게 의뢰해서 창작 언어를 만들었다. 문자는 로마자로 표기하는데 언어(말)을 창작한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영화에 사용될만큼의 범위 안에서 만들었으니 실제 사용되는 언어에 비하면 아주 적은 분량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런 것까지 매우 꼼꼼하게 만든 것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영화에서 대개 이런 경우에 기존의 어떤 언어(영어, 일어, 중국어...)를 녹음해서 이펙터로 적절히 변형해서 소위 외계어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배우들도 지구 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언어를 배워서 연기하지 않아도 되고 여러 모로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작업이다. 그런데 아바타에서는 언어학 교수에게 의뢰해서 창작 언어를 만들고 그것을 배우들이 익혀서 실제로 대사를 치도록 해서 영화를 제작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실제감을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예를 들어 사극에서 궁중 요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궁중 요리 전문가에게 제작을 의뢰하는 것보다 한단계 더 내공이 쌓인 노력이 들어갔다고 말할 수 있다. 궁중 요리, 사극 의상 등은 어느 정도 자료가 남아 있기 때문에 조금 허술하면 요즘 옥의 티를 즐겨 찾는 관객들이 귀신 같이 찾아내기 때문에 곤욕스럽다는 것을 영화 제작자들도 알고 있다. 즉, 돈이 더 들어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여러 모로 유익하다는 것을 투자비에 민감한 영화 제작자도 알고 있기 때문에 군말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판도라 행성의 나비 족의 언어는 누구도 실제로 듣도보도 못 한 언어다. 옥의 티를 잡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즉, 기존의 언어를 사운드 디자이너에게 맞겨서 기존의 언어를 이펙터로 변형을 가해서 만들거나, 또는 외계어처럼 들리면 되므로 굳이 복잡하게 언어학자에게 의뢰하지 않고 대충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재능이 있는 어떤 스텝이나 작가에게 맞겨도 그럭저럭 괜찮았을텐데 카메론 감독은 보다 정교하고 귀찮은 노고를 선택했다. 이런 점도 그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무조건 피비릿내 나는 전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난다든가 하는 것을 아름답게... 관객으로 하여금 실제로 판타지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만든 이야기 자체와 아름다운 그림들이 좋았다. 3D로 안 봤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용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2010년 6월 10일 김곧글




아래는 나비족 언어를 적어본 것이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창작 언어도 만들어 보고 싶다. 창작 문자를 질리도록 만들어봤으니 창작 언어도 한두 개 만들어봐야겠다.

Jake Sully, Norm, Grace, Trudy, Quaritch(대령 이름, colonel) Sacred Tree, Eywa(에이와: 최고신), Tsahik(차히크: '샤먼'이라는 뜻. 주인공 여자의 모), Sky People(나비족이 지구인을 부르는 말), unobtainium(언옵테이니움: 지구인이 찾는 광물), Mo'at Dragon Lady(모아트: 샤먼, spiritual leader), Eytukan(에이투캔: clan leader, 족장), Tsu'tey(추테이: 차기 족장), Neytiri(네이티리: 여주인공, 차기 챠히크), Tsaheylu(챠헤일루: bond), 할렐루아산(공중에 떠 있는 산), Ikran(이크란: 하늘을 나는 말 같은 동물), Taroyu(타론유: hunter), Nari(나리: 눈), Txur ni'ul(뚜루 니-울:Strong), Skxawng(스까웅: moron 저능아), banshees(밴쉬스: Ikran을 타는 것), srane(스라네: Yes), Great Leonopteryx(그레잇 리오납테릭스), Toruk(토룩: last shadow), Macto(마크토: rider), Omaticaya(오마티카야: 주인공이 속한 나비족 이름), Utraya Mokri(우트라야 모크리: the Tree of voices 응답을 들을 수 있는 나무), HomeTree(홈트리: 나비족이 사는 주거지)Dr Augustine's School (그레이스가 세운 학교)

I see you 는 I see into you 의 의미이고 실제 쓰임에서는 I understand you. I accepting you. 라는 뜻으로 통용된다.


참고: 나비족 언어를 로마자로 표기할 때 자음 다음에 x가 붙으면 경음(된소리)이 된다. 즉, kx 는 ㄲ, tx는 ㄸ, px는 ㅃ가 된다.

ts는 거의 한글의 ㅊ와 ㅆ의 중간쯤으로 들린다. 주로 t로 끝나는 단어에서 복수형을 만드는 s가 붙었을 때 발음되는 자음인데 나비족 언어에서는 초성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꽤 많다.(모음과 결합해서 발음된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