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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감시자들(2013)

by 김곧글 Kim Godgul 2013. 8. 22. 15:23



영화적으로 빼어나거나 출중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연속적인 현장감의 향연이다. 더불어, 대개 이런 장르의 한국 영화에서는 십중팔구 정치적, 사회적 장식을 깔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을 배재하고 이야기 진행 상 꼭 필요한 것만 짧게 언급했다는 점, 자칫 늘어질 가능성이 내포된 군더더기 이야기와 장면을 빼버리고 오로지 현장감을 살려주는데 주력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마치 감시팀 대원들과 실시간으로 동거동락하는 흥미진진한 짜릿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긴장감과 몰입감을 유지하면서 2시간 가량 현장감을 지속시켜주는 영화적 기법, 이점에서 한국 영화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장감의 향연에 비하면 이야기 자체는 매우 전형적이고 평이한 편이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 패턴은 일본 영화, 드라마, 만화, 애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록 로봇이 등장하지만, 90년대를 대표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50 작품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는 '패트레이버' 극장판을 보면 이런 이야기 패턴을 느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경찰이 주인공인 일본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야기 패턴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평화로운 사회를 위협하는 범죄조직이 등장해서 공권력을 우습게 만드는 실력을 보여준다. 범죄조직을 쫓는 아군(여기서는 경찰)이 본격적인 활약을 하기 전에 신참 주인공이 인상적으로 합류한다. 파릇파릇하고 열정에 불타지만 현장 경험이 부족하고 현실감의 부재로 인해 삐걱거리기도 한다. 주인공이 어떻게 팀에서 활약하고 공로를 기여하고 장애를 극복하고 현실 세계에서 한단계 높이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데 이것은 마치 어떤 젊은이가 교육을 받은 후에 직장에 취직해서 살아남고 성장해가는 흔한 인생에 비유된다. 팀원들은 각자 맡은 임무를 성실히 잘 수행한다. 마치 옛날 범선을 운행하는 선원들처럼 말이다. 범죄조직의 조무라기들은 비교적 원활하게 일망타진되지만 두목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팀의 희생자도 생기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행운이라는 운명의 도움도 받고 마침내 두목을 퇴치한다. 이것은 곧 보통 직장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회사가 승승장구하는 것과 같다. 주인공은 어느 덧 능숙한 고참이 된다. 폭풍같은 사건이 해결되고 나서도, 주인공이 팀에 합류하기 이전에도 그랬듯이, 주인공이 완전히 팀에 동화된 이후에도 팀원들은 각자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그 팀은 그렇게 세상 속에 존재한다.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것에 지나치게 골치아프지 않고 현장감이라는 흥미로운 영상미를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일본의 영화, 만화 느낌이 나지만 현장감 만큼은 확실히 이 영화만의 색깔이 돋보였다. 사실 이점이 중요하다. 이런 현장감이라는 장점이 없었다면 영화 자체가 다소 밋밋할 수도 있었고 지금처럼 흥행하지 못 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야기 상의 인물들은 매우 전형적이고 흔한 느낌이었지만 워낙에 연기도 잘 하고 인기도 많은 배우들이 열연을 해서 심층적이지 않은 인물이지만 충분히 관객을 매료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 하윤주를 연기한 한효주는 이전 작품의 인물에 비하면 여성적인 매력이 감춰진 편이라 열혈팬들은 아쉬워했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 영화에서 확실히 연기의 폭을 확장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더 다양한 장르의 영화 속 특징있는 캐릭터를 물고 소화할 수 있게 됐으니 잘된 일이라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만든 조의석 감독은 일반 대중에게는 그렇게 유명하지 않지만 영화판에서는 나름 천재라고 불렸던 이력이 있다. 초창기에 만든 단편영화가 워낙에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기세를 몰아 25세에 장편영화 '일단뛰어'를 만들었는데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렇지만 그의 영화적 재능과 실력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런 영화(만화적인 이야기와 인물과 상상력이 영화에 녹아들지만 한국인의 전원적인 향수를 그리워하는 감수성과 진지함 따위는 건들여주지는 않는 재미와 흥미진진함을 주는 영화)가 그 당시에 주 관객층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재는 다소 상황이 달라졌다. 얼마 전에 흥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봐도 알겠지만 만화적인 상상력을 잘 수용하는 관객층이 아주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조의석 감독의 다음 작품도 무난하게 흥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이 영화의 흥행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감독의 전작들에서 느낄 수 작품적인 취향을 요즘 관객이 무난하게 받아들이는 시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13년 8월 22일 김곧글(Kim Godg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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