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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글(Movie)

상속자들 (TV 드라마)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1. 10. 16:09


  

다른 드라마와 차별적인 요소라면, 초반에 해외 로케이션 LA 에서의 촬영에 나름대로 투자를 많이 해서 그림이 미려하게 나왔다는 점이 돋보였다. 영화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드라마에서 고화질을 담는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해서 이국정취를 화사하고 부드럽게 그려낸 점이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어내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비록 인적이 드문 말리부(Malibu) 해변의 고속도로지만 항공 촬영을 많이 해서 마치 LA 를 배경으로 한 헐리우드 TV 미니시리즈, 예를 들면 '베버리힐즈 아이들'을 떠올려주는 느낌도 들었다. 필자가 국내 드라마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해외 로케이션이 들어있는 국내 드라마 중에서 항공 촬영 씬을 가장 많이 보여준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된다.  

  

국내로 무대를 옮겨와서 김탄(이민호 분)과 차은상(박신혜 분)이 아마도 벼락 맞을 확률 보다 낮은 확률로 같은 주택에 거주하게 되는 국내 로코에서 흔한 클리세 상황이 만들어지고, 두 주인공이 감성적인 사랑과 전쟁을 펼쳐나간다. 대부분의 사건은 제국 고등학교 또는 김탄의 집에서 발생한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두 주인공을 갈라놓으려고 공격한다. 초반에는 두 주인공 각자가 자신들을 공격했고, 최영도(김우빈 분), 유라헬(김지원 분), 김남윤(정동환 분) 회장이 공격했다. 그러나 두 주인공은 꿋꿋하게 순수한 사랑이라는 공든 탑을 사수해낸다. 가장 강력하게 공격했던 김탄의 아버지도 지병으로 수술하게 되는 상황을 거치고 어느 정도 두 손을 든다. 그 와중에 재벌 내부의 권력 싸움이 서브 시퀀스로 이야기의 밀도를 높힌다. 

  


나름 좋았던 점은 황당무계한 막장 드라마는 아니었다. 두 주인공이 한집에서 살게 된 설정(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국내 로코에서 남녀 주인공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서라도 한지붕에 살게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를 제외하면 진행에 있어서 어느 정도 그럴듯한 개연성과 공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자칫 이민호 표 재벌 2세라고 말할 수 있는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와 중복될 수도 있었던 김탄을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 것은 감정표현의 절제미였다. 학교에서 최영도와 싸울 때는 영락없이 어느 정도는 구준표의 한 측면이 연상되었지만, 이복 형과 아버지와 또 다른 어머니한테 하는 절제된 행동은 확연히 김탄만의 성격이었다. 

  

결과적으로 통속적인 의미로 신데렐라 캔디라고 볼 수 있는 차은상은, 비록 남자를 홀리거나 휘어잡는 우회적인 행동(즉 같은 여자는 빤히 알겠는데 보통 남자는 잘 속아넘어가는 여자만의 행동), 즉 들었다 놨다를 의도적으로 잘 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무릇 여성 시청자가 자신을 대입시켜서 드라마에 푹 빠져들게 만든 일등공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소 의외라면 김탄의 입장에서 두 어머니와 차은상은 외모와 성격적으로 전혀 닮은 점이 없는데 김탄이 깊게 빠져들었다는 설정이다. 그러지 말란 법도 없지만 말이다. 또는 김탄이 두 어머니 여인상을 다 싫어했든지.


어쩌면 애청자는 실제 고등학생이 아니라 학창시절을 추억으로 간직하며 고단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성인들이고 오랜만에 순수했던 (실제로 순수하지는 않았더라도)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역할놀이를 하는데 남자는 김탄에게 여자는 차은상에게 자신을 대입시켜서 드라마를 즐겼을 것이다.

  


두 주인공의 애절하고 끈질긴 엔드리스(endless) 러브에 비하여 매우 강렬하고 자극적으로 드라마를 휘젓고 다녔던 최영도와 유라헬의 마무리가 다소 심심한 편이었다. 최영도는 헤어졌던 친어머니와 재회하는 극적인 결말이 있었지만 차은상을 애인으로 만들지 못한 아쉬움으로 다른 어떤 여자와 사랑에 빠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열린 결말을 첨가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유라헬도 같은 맥락이다. 김탄과 파혼했지만 방송반 선배 이효신(강하늘 분)과 어떤 진도가 나갔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 이효신은 과외선생 전현주(임주은 분)을 흐지부지하게 너무 쿨하게 끝낸 것도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보나(크리스탈 분)와 윤찬영(강민혁 분)의 관계가 처음부터 끝까지 커다란 굴곡 없이 밋밋하고 달콤하게, 유머러스한 장면은 괜찮았지만, 일관된 애정전선을 유지한 점도 다소 아쉬웠다. 좀더 굴곡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물론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부득이하게 두 주인공에게 좀더 집중해야했기에 주변 인물들을 간단히 조명한 것도 이해는 되지만 좀더 높은 완성도와 정교함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드라마 초반의 강렬함에 비하면 끝부분이 다소 미지근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꾸준히 쌓아온 절제미 같은 것을 버리고 세미 막장 같은 자극적인 사건 사고를 동시 다발적으로 터뜨려서 마무리 하지 않은 점은 좋았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인 윤곽이 들쑥날쑥하거나 생뚱맞거나 하지 않고 비록 통속적인 이야기지만 총체적으로 일관성과 적절한 수준의 순박성(다 착하게 끝남)이 느껴진 점도 요즘 시대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공중파 TV 드라마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출도 좋았고 (특히 장면에서의 인터벌(interval, 지연, 여운)이 좋았음) 시나리오에서는 특히 주고 받는 대사발이 간결하면서 적절히 상반된 방향성이 좋았다.

  

  

2014년 1월 10일 김곧글(Kim Godgul)  

  

  

상속자들 OST 곡들 중에서 가장 좋았는데 특히 초반 인트로 부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