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뮤직(Music)

싸이 행오버 뮤비 (Psi - Hangover MV)

by 김곧글 Kim Godgul 2014. 6. 25. 10:39


행오버 - 싸이


개인적으로 힙합 장르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전문적인 감상이라고 할 수 없지만 '싸이(Psi)'의 신곡 '행오버(Hangover)'를 그냥 들었을 때 부담없고 거부감 없고 괜찮았다. 그리고 최근 시대에 전 세계적으로 빅 히트 친 음악 스타일을 대략적으로 보니까 Daft Punk 도 그렇듯이 강렬하거나 자극적이거나 폭발적이라기 보다는 반대로 조근조근 궁시렁 궁시렁 살랑살랑 흐느적 흐느적 거리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행오버도 그런 트렌드와 맞아떨어져서인지 마침 미국에서 숙취한 듯이 고공의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는 듯하다.   

  


행오버 뮤비를 보면 싸이가 강남스타일이 빅히트 치는 것을 보고 스스로 다각도로 살펴본 결과 자신의 작품에 열광하는 팬들이 자신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더욱 깊게 알게된 것을 반영하여 잘 만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오버 뮤비는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인기가 있는 이유는 같이 참여한 스눕독의 인지도의 영향도 있겠지만 뮤비 자체만을 살펴봤을 때 끝부분에 그냥 그렇게 또 다른 술자리로 끝날 것 같았는데 앞부분에 비하면 매우 화려하고 신명나게 혼돈으로 치닫는 것이 그들의 코드에 좀더 부합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런 비슷한 장면은 수많은 헐리우드 영화에 종종 등장한다. 코메디 장르에서는 파이를 던지는 장면들이 유명하다.

 

  

뮤비가 반드시 시간적 순서에 따라 진행되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그렇게 되었을 때 단편영화 같은 느낌으로 몰입을 유도할 수도 있다. 싸이의 이전 작, 강남스타일이나 젠틀맨은 시간적인 네러티브는 아니었고, 관련있는 장면 또는 에피소드의 나열이었다. 그러나 행오버는 지난밤에 흥건하게 마셨던지 아침에 깨어나 술을 깨는 과정부터 시작하여 그날 다시 술을 마시고 여자를 꼬시고 노래방과 놀이공원에 가고 여자와 헤어지고 당구장에 가고 새벽이 되자 해장술을 마시고 패싸움을 촉발하고 유유히 사라지면서 끝나는 시간적인 네러티브이다. 

  


시간적인 네러티브로 인하여 마치 그저그런 단편영화로 보여질 우려도 있고 내용은 매우 일상적이고 흔해서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것을 보완하는 컷들이 적재적소에 가미되었다. 초반에 술잔으로 도미노를 하는 장면, 만화 배경에 무희들과 춤추며 흥겨워하는 장면, 할리데이비슨 같은 오토바이와 여자를 데리고 신나게 춤추는 장면, 후반부에 싸이가 이소령 복장을 입고 스눕독과 대결하는 듯이 술을 마시는 장면(그렇게 서로 지지 않으려고 경쟁하듯이 술을 퍼마셨다는 의미), 이런 컷들은 어떤 측면에서 '의식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주인공이 술을 그렇게 흥겹게 신나게 행복하게 마셨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비현실적으로 다소 재밌고 유쾌하게 표현한 것이다. 술잔의 도미노 장면이 매우 대표적으로 이것을 설명한다. 

  


끝부분에 마치 카오스(Chaos)를 표현한 장면은 인상적이었고 이것이 미국팬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졌을 것 같다. 한국사람들은 대개 끝부분에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거나 질서있게 정돈되어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아마도 오랜 세월 동안 농경사회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미국사람들은 좀더 두리뭉실하게 말하면 기독교 문화, 서구문명에서는 끝부분에 (물론 대개는 질서와 안정을 좋아하지만) 대혼란(카오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용하는 편이다. 그들이 오래동안 믿는 종교관이 그렇고, 성경의 아마겟돈을 생각해보라, 심지어 성경 이전의 토착신앙 중에도 예를 들어 북유럽 신화를 보면 세상이 끝날 때는 죽었던 모든 전사들도 다시 살아나서 최후의 전쟁을 벌린다고 했다. 그 유명한 라그나로크이다. 이런 세계관은 1960년대에 핵전쟁으로 지구가 완전히 포맷되고 원시시대 비슷하게 복귀하는 수많은 Post-Apocalypse 대중소설, 대중영화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올 여름에 상영될 '혹성탈출'의 원작도 이런 장르의 계보에 속한다) 즉, 서구인들은 어떤 이야기의 끝부분에 커다란 혼돈이 출현하는 것에 대해 적어도 동양인보다 익숙한 편이다. 아무튼 행오버 뮤비의 끝부분에서 대혼란의 장면은 미국인들에게 흥미롭게 재밌게 느껴졌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행오버 뮤비는 강남스타일 뮤비 보다 좀더 즉흥적이고 몸개그적인 표현이 자제되었고 정돈된 느낌이 든다. 그러다가 끝부분에 순간적으로 화끈하게 그리고 짧게 반전을 표현한 것이 오히려 세련미를 덧붙이는 효과를 냈다.


여담이지만, 노래 가사 중에 이 부분이 재밌었다. "안 예쁘면 예뻐 보일 때까지 빨아 삐리뽀!"

 

  

2014년 6월 25일 김곧글(Kim God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