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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칼럼, 단편

[칼럼] 한국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계속 인기를 끌려면

by 김곧글 Kim Godgul 2021. 7. 21. 17:02

이미지 출처: 인터넷 검색

 

 

요즘 한국의 대중음악과 영화가 미국과 유럽에서 매우 주목을 받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K-pop, K-drama, K-movie, K-manhwa,... K-등등이 전 세계에 걸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새삼스럽게 언급하는 것도 입만 아픈 잡담일 것이다.

 

 

몇 년 또는 십년 이상 전을 돌이켜 보면 케이컬쳐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과 관련해서 종종 위기를 겪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번번이 잘 극복해나갔고 최근에도 계속 승승장구하고 있다.

 

 

좀더 예전을 생각해보면, 80, 90년대 중반까지 만해도 홍콩영화가 한국에서 매우 인기를 끌었었다. 그러나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간 것과 시점이 거의 비슷하게 한국에서 홍콩영화(중국영화, 대만영화 포함) 매니아들은 있지만 대중적인 인기는 점점 시들어갔다.

 

 

일본의 대중문화도 1990년대 말부터 2010년 즈음까지 한국의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었었다. 최근의 시대를 생각하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회상해볼 수 있다. 물론 매니아층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좋아한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관심도를 말한다.

 

 

홍콩영화와 일본영화와 음악이 한국에서 대중적인 관심도가 확연히 떨어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 또한 한국의 케이컬쳐가 위기를 극복하며 꾸준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디까지나 필자 개인적인 추측으로 그 이유는 무심결에 전파되는 국가 이미지가 좋기 때문이다. 문화 자체의 실력과 완성도와 질감으로 따진다면 한국의 케이컬쳐가 비슷한 유교문화권의 이웃 국가 일본, 중국, 홍콩, 대만의 것과 확연하게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다. 거의 대동소이하다(또는 차이가 있다고 해도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 어느 쪽에서든 짧은 시간 내에 따라잡을 수 있다). 장점을 찾자면 미국 친화적인(서구문화 친화적인) 것에 동양적인 유교문화가 잘 배어있다는 정도일 것이다.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일반인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외국 문화를 좋아할 때 해당 국가 자체의 이미지가 나름 큰 몫을 한다고 생각된다. 쉽게 말해서 그 나라에 여행가고 싶다. 잠깐 살아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게끔 하는 것에는 정치권에서 대중문화를 어떤 정책으로 대하는지가 큰 몫을 한다. 누가 봐도 중국, 일본보다 현재 한국의 대중문화의 이모저모가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편이다. 물론 정말 자유로운 것으로 따지면 미국이겠지만 미국의 대중문화에는 동양적인 것(유교문화권에서 기인한 무엇)이 없거나 약하기 때문에 아시아권(일본, 중국, 대만,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의 대중들에게 이질감이 있다.

 

 

다소 복잡하게 말한 것 같은데, 현재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권을 비롯 최근에는 미국, 유럽에서도 관심도가 상승하는 이유는 코로나 팬데믹을 대처하는 국가의 정책에 대해 해외의 칭찬과 부러움을 받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국가 경제력과는 무관하게 국가 이미지는 매우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가 이미지가 좋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의 대중문화가 전 세계에서 계속 인기를 끌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한편, 중국의 영화, 드라마, 게임, 세계적인 기업 등등이 실력만을 따진다면 세계 최고와 경쟁을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 아무도 (수년 전과 달리) 중국 제품이라고 해서 질적으로 깔볼 수 없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같은 맥락으로 일본의 것들은 예전부터 질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의 대중문화 상품의 경우에 내수시장이 확고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걱정은 없겠지만, 해외에서 케이컬쳐의 인기를 압도하기에는 당분간은 어려워 보인다. (일본의 게임과 만화는 여전히 강력한 문화콘텐츠이지만 과거에 비해 작아지고 있는 편이고 한국의 만화는 확장되고 있다).

 

 

이렇게 생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일본의 국가 이미지가 한국 만큼 자유롭게 여행 다니고 싶고 잠깐 살아보고 싶은 정도까지는 못 되기 때문이다. 굳이 필자가 자세히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재 중국과 일본의 실질적인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의 행보를 보면 당분간 전 세계 보통 사람들의 뇌리에 무의식적으로 국가 이미지가 다정하고 친근감 있게 느껴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렇더라도, 80, 90년대 화려한 전성기를 겪었던 전적으로 예상해볼 때, 만약 현재 일본의 국가 이미지가 현재 한국만큼 좋아진다면(당분간은 힘들 듯) 일본의 대중음악과 일본의 영화, TV드라마가 전 세계를 씹어 먹을 만큼 인기를 끌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려면 소위 일본의 뿌리 깊은 극우파가 권력에서 손을 놔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어느 순간 일본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인기가 한국을 앞도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 원인은 한국 대중문화의 쇠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현재의 세계정세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케이컬쳐에게는 좋은 징조이다. 지금 좋은 것을 계속 이어가려면 한국의 정권이 보수적이든 진보적이든 상관없이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비교적 자유롭고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는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최근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과거에는 꿈꾸는 것조차 버거웠던 것을 실현하는 역사적인 사건을 종종 보게 되는데 이런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려면 대중문화 업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정치성향이던지 간에 권력자들이 국제적으로 한국 국가 이미지를 좋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2021년 7월 21일 김곧글(Kim Godgul)